▲속그림
스토리닷/시골여자
나는 적어도 '사람을 좋아하는 일'에 있어서는 '사랑'이 먼저이고 싶다. (99쪽)마치 보물 지도인 양 종이지도가 구겨질까 고이고이 모셔 가며 이곳저곳을 헤집다 보면 어느 순간 긴장하지 않고 자연스레 골목골목을 산책할 수 있다. 지도 없이 걷는 쿠바의 골목길은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105쪽)길을 나선 우리로서는 '여행지·관광지'인데, 우리를 마주하는 그곳 사람들은 우리가 '손님'이나 '나그네'입니다. 우리는 우리 마을을 떠났고, 그곳 사람들은 그들 마을에서 우리를 맞이해요. 이웃이 가꾸어 놓은 예쁜 집과 마을을 여행길에 만나요. 이웃이 돌보고 지킨 고운 집과 마을을 마실길에 만나요. 이웃이 오래도록 사랑하고 거듭 사랑한 집과 마을을 나들이 길에 만나요.
우리는 쿠바로 떠나면서 쿠바를 만날 수 있어요. 우리는 우리 집과 마을을 떠나 이웃 집과 마을이 있는 다른 골목을 거닐면서 '한국을 새롭게 만날' 수도 있어요. 서울에서 인천으로, 인천에서 수원으로, 수원에서 안산으로, 안산에서 서산으로, 서산에서 서천으로, 서천에서 공주로, 공주에서 익산으로, 익산에서 전주로, 전주에서 임실로, 임실에서 문경으로, 문경에서 속초로, 속초에서 상주로, 상주에서 대구로, 대구에서 밀양으로, 밀양에서 거창으로, 거창에서 진주로, 진주에서 순천으로, 순천에서 보성으로, 보성에서 광주로.... 얼마든지 이웃 고을로 길을 떠날 만합니다.
길그림(지도)으로 보자면 그냥 옆에 있는 고을이지만, 하루나 이틀이나 사흘쯤 말미를 들여 이웃 고을을 마실해 보면 미처 모르던 새로운 모습을 엿볼 수 있어요. 달포나 한 해쯤 이웃 고을에서 '살듯이 여행하다' 보면 짧게 마실을 하던 무렵에는 느낄 수 없던 한결 깊고 너른 모습을 누릴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