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둥에서 바라본 2007년 신의주의 모습(위)과 2015년 신의주의 모습(아래). 압록강 건너 조중우의교(압록강철교) 오른편으로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는 신의주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강주원 박사 제공
한편 이 책에서 '단둥'과 함께 자주 등장하는 용어는 바로 '5.24조치'이다. 5.24조치는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건을 이유로 공식적인 남북 교류의 단절을 선언한 대북 제재 조치이다. 5.24조치로 인해 대북 신규 투자 뿐 아니라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분야의 남북 교역이 중단되었고, 교류조차 불허되었다.
이 조치로 인해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제외한 금강산과 내륙지역 1146개의 남북경협기업들은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사업을 중단해야만 했다. 이들은 지난 10월 4일부터 지원대책을 요구하며 통일부 앞에서 '100일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5.24조치는 대북 제재에 효과가 있었을까?
저자는 단둥의 모습을 관찰해 보았을 때 5.24조치의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말한다. 5.24조치로 직접적인 남북 교역은 불가능해졌지만, 중국이 생산과 유통의 중간에 끼어들면서 5.24조치가 효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지막 남은 남북경협이었던 개성공단마저 폐쇄되었지만, 5.24조치 이후 단둥의 모습을 보면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제재 효과 또한 의문을 표한다.
결국 대북제재 조치들은 프로세스만 복잡해졌을 뿐 피해를 보는 것은 남북경협기업들과 상품을 소비하는 우리 국민들뿐이라는 말이 된다. 서울과 평양 사이의 가까운 길을 놔두고 압록강을 건너 멀리 돌아가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5.24조치가 남북경협 기업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지만, 강주원 박사 또한 학자적 양심을 지키다가 5.24조치로 불이익을 받은 사람 중 한 명이다. 지난 2014년 4월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통일부는 해마다 10명 안팎의 소장 북한학자들을 선발해 소정의 연구비를 지원한 뒤 완성된 논문을 모아 <신진연구 논문집>으로 펴내'왔는데, 이에 강 박사가 선정이 되어 논문을 제출하였음에도 2013년 말 발간된 <2013 신진연구 논문집>에 최종적으로 실리지 못했다는 것. 이를 두고 강 박사는 "5·24 조치에 대한 비판적 내용이 들어가 있어 통일부가 자신의 논문을 뺀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의 책에서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키워드는 '국경'과 '압록강'이다. 대륙 방향이 철책으로 막혀 있어 말 그대로 '해외(海外)여행'을 갈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는 다른 형태의 국경을 경험할 기회는 흔치 않다. 북중 간의 국경은 철책으로 구분하지 않고, 산이나 강으로 구분되어 있다. 또한 국경 사이의 강은 서로 공유(共有)하고 있다.
그는 공유의 대표적 풍경을 "더운 여름날이면 압록강변의 양쪽에서 수영을 하고 있는 중국사람과 북한사람을 볼 수 있다"(83쪽)고 밝히고 있다. 또한 "탈북자 방지를 위한 것으로 보도하는 한국 언론의 내용과는 달리, 철조망 설치는 양 국민의 교류를 막기 위한 목적보다는 중국 영토의 끝자락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77쪽~79쪽)며 사회적으로 만연된 왜곡된 시각을 교정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남쪽의 교동도와 북쪽의 연백평야 사이의 강이자 바다인 저 곳(한강하류)은 남북의 중립지역입니다. 철조망이 생기기 전 교동도 주민들은 갯벌에 나가 조개를 채취했습니다"(74쪽)라고 말하는 우리누리평화운동의 김영애 대표의 말을 빌려 공유의 공간이 있음에도 공유하지 못하고 오히려 철조망으로 단절시키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대조해준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우리 사회가 얼마나 '단둥'과 '북한'을 왜곡시키고, 편향되게 바라보는지를 알 수 있고, 그 속에서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강주원 박사의 노력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단둥에 가고 싶어졌다. 압록강에 발을 담그고 주위를 둘러보며 "국경의 개념이 없던 박지원의 열하일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불과 10년 전만 해도 어디가 중국 땅이고 북한 땅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던 압록강과 두만강변의 지역들이 많았다"거나 "강을 공유하고 강폭은 계절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중조 국경은 늘 유동적이었다"(159쪽)는 그의 말을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압록강은 다르게 흐른다 - 문화인류학자의 눈으로 본, 국경과 국적을 넘어 아웅다웅 살고 오순도순 지내는 사람들 이야기
강주원 지음,
눌민,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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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교육연구소장(북한학 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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