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 사고에도 강제노동... "이건 현대판 노예"

전복 가두리 양식장 외국인 노동자에 쌍욕·폭언한 사장

등록 2016.11.10 16:31수정 2016.11.1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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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ew사고 당시 손등과 허벅지 피부가 벗겨져서 붉은 살을 드러내는 데도 불구하고 사장은 '괜찮다'며 일을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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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남(22, 가명)은 지난 유월에 외국인 고용허가제 선원 이주노동자로 입국했다. 선원이라 해서 배를 타고 근무할 줄 알았던 깃남이 일한 곳은 가두리 전복 양식장이었다. 깃남이 일을 시작한 올해 여름은 유난히 폭염이 길었고 그로 인해 양식장 일은 더욱 힘들었다. 고수온으로 적조 위험이 높아지면서 일손이 바빠졌지만, 일손을 구하지 못한 사장은 이주노동자들만 닦달했다.


일이 서툴렀던 깃남은 폭염에 아무도 일하지 않으려는 곳에서 쌍욕과 폭언에 시달리지 않은 날이 없었다. 일을 시켰을 때 한국어가 서툰 깃남이 못 알아듣거나 동작이 느리면 사장은 쌍욕과 함께 몸으로 밀쳐서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쌍욕이나 폭언은 일을 할 때만이 아니었다. 숙소에서 쉬고 있을 때도 사장은 항상 쌍욕을 입에 담고 살았다. 그래도 깃남은 일이 적응되면 나아지겠지 하는 심정으로 참았다.

그렇게 참으며 일을 하던 깃남에게 사장의 폭언이 더욱 심해진 건 지난 달 중순이었다. 깃남이 전복 그물을 끌어올리던 크레인에 밀착되면서 오른손과 허벅지를 다친 후부터였다.

크레인에 다친 손을 들고 있는 깃남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깃남은 다친 손으로 보름 넘게 노동을 강요당했다.
크레인에 다친 손을 들고 있는 깃남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깃남은 다친 손으로 보름 넘게 노동을 강요당했다. 고기복

고름과 물집을 걷어낸 상태의 손등 사고 후 보름 넘게 방치되었던 손을 치료한 모습
고름과 물집을 걷어낸 상태의 손등사고 후 보름 넘게 방치되었던 손을 치료한 모습고기복

사고 당시 손등과 허벅지 피부가 벗겨져서 붉은 살을 드러내는 데도 불구하고 사장은 '괜찮다'며 일을 시켰다. 통증을 호소하는 깃남에게 돌아온 것은 "너는 양심도 없냐. 다들 일하는데 병원 가겠다고?"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깃남은 한국어가 서툴렀지만, 그동안 너무 많이 들어왔던 말이라 사장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침마다 치료받을 수 있도록 병원에 데려다 줄 것을 호소했지만, 사장은 묵살했다. 그렇게 보름이 지나면서 상처는 짓물렀고, 피부는 괴사 지경이 되었다.

병원에 가겠다고 할 때마다 사장은 스리랑카로 돌려보낼 테니, "트렁크 싸. 개OO야. 너 시스꼬처럼 해 줄게. 출입국관리소로 데려가서 보내 버릴 테니까"라는 말로 위협했다. 시스꼬는 사장의 폭언과 협박에 시달리다 양식장을 떠난 티모르 레스테(동티모르) 출신 이주노동자였다. 사장은 그가 나가자마자 출입국에 이탈, 불법 신고를 했다고 누차 강조하면서 깃남을 협박했다.


많은 돈을 빚지고 한국에 온 깃남은 사장의 협박에 대꾸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병원에 혼자 가려 해도 사장이 여권과 외국인등록증을 빼앗아 버려서 밖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 그가 용기를 내고 외부에 도움을 요청한 건 그냥 방치하면 손이 썩어 절단해야 한다는 것을 느낀 순간이었다.

3주 동안 크레인 사고로 피고름이 낭자한 가운데 강제노동을 당하고 욕설과 협박을 당했던 깃남은 손을 절단할 상황이 되자 필사적으로 탈출했다. 자신의 짐과 외국인등록증 등의 신분증을 압수당한 채 지난 8일 몸만 겨우 빠져나와 도움을 청했다.


동료 이주노동자가 소개해 준 포항시 외국인쉼터(대표 하광락 목사)를 방문했을 때, 그의 손은 화상 환자와 다를 바 없었다. 상담을 하며 깃남이 건넨 녹음 파일엔 몸져누운 그에게 사장과 사장 부인이 퍼붓는 욕설이 담겨 있었다.

사람 입에서 나오는 소리인지 믿기지 않을 정도의 욕설은 조폭이나 노예상인의 수준을 뛰어넘고 있었다. 노예상인은 최소한 노예가 상품가치를 잃지 않도록 건강은 돌봐 주기 때문이다. 끔찍한 욕설을 들으며 몸서리를 치고, 같은 한국인으로서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게 하는 욕설 중에는 적반하장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이 반복되고 있었다.

"너넨 양심도 없냐? 하나는 ○ 나게 일하는데, 개OO야. 야, 너 오늘 일하고 나서 동티모르 가, 스리랑카 가. 너 없으면 일 못할 줄 알아. 손모가지 확 밟아버려. 너는 출입국관리소 데려가서 확 밟아버려."

다친 손을 확 밟아버리겠다고 하고, 출입국 관리소에 데려가서 확 밟아버리겠다는 말이 이성을 가진 인간의 입에서 나오는 건지 믿기지 않을 욕설이 무려 40분 넘게 이어졌다. 조폭 같은 사장을 옆에서 거두는 여자 역시 소름끼치기는 마찬가지였다.

"엄살이 너무 심해. 지금 나가게 옷 입어. 엄마 친구 오라고 했어, 너 데리고 갈 거야. 시간 없어. 언능 옷 입어. 시간 없어, 안 돼. 안 돼, 안 돼. 너 너네 나라로 가. 뭣이 아파."

어이없게도 소름 끼치게 인정머리 없는 여자는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게 하고 있었다. 기만도 이런 기만이 있을 수 없다. 제 자식이 다쳐서 손이 썩어 가는데, 게으르다고 빈정대며 고름이 낭자한 손을 보면서 "뭣이 아파"라고 말할 수 있는 엄마가 세상 천지에 어디 있단 말인가?

깃남을 병원에 데리고 갔던 포항시 외국인쉼터 하광락 목사는 "의사 선생님이 손 상태를 보더니 화상인 줄 아시는 거예요. 그 지경인데, 치료를 안 해 주고 스리랑카 돌아가라고 쌍욕으로 협박했다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라며 반드시 책임을 물게 하겠다고 밝혔다. 하 목사는 "이건 현대판 노예라고 밖에 설명이 안 돼요. 관련 공무원들이 이런 현실을 바로 잡아주어야 하는데 서로 협조를 안 해요"라며 탄식을 했다.

현재 해당 양식장 사장은 근로기준법과 산업재해보상법 위반 등의 혐의로 관할 고용노동부와 경찰서에 고소된 상태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 주는 녹음 파일은 욕설 없이는 아무 내용이 없어 참담함을 느끼게 했다.

"야, 일어나, 일어나라고. 다 나섰는데(나았는데) 인제 다 이렇게 나았는데 새끼야. 이 새끼 봐라 이거. 일 못해, 월급 받기 싫어? 여권 내 놔, 여권, 등록증, 핸드폰 다 줘. 이 새끼가 시스꼬가 한 행동과 똑같이 하고 있어. 나 출입국관리소에 그거 해 버렸어. 이 새끼가 어제 나갔더니 바람 들어가고 들어왔다니까. 너 스리랑카 갈 거야? 갈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지? 다 나았잖아. 새끼야."

"엄살이 너무 심해"(여자)

"출입국관리소에 신고해 놨어, 이탈, 불법, 너도 그렇게 해 줘? 어! 스리랑카 안 가? 그럼 어떻게 하라고? 응! 내일 가 내일, 아주머니들 잡고 일하는데 오늘 가?"

"애, 저기에다가 전화 해. 너, 시스코 식으로. 시스코 엄마 프랜드 나갈 때 티켓 같이 나가, 지금 나가게 옷 입어. 엄마 친구 오라고 했어, 너 데리고 갈 거야. 시간 없어. 언능 옷 입어. 시간 없어, 안 돼. 안 돼, 안 돼. 너 너네 나라로 가. 뭣이 아파, 일하다 다친 거 아냐. 너 너네 나라에서도 아픈 거야. 언능, 짐싸, 너네 홈. 지금 가. 언능. 이 일이 힘들면 아무 일도 못해. 너네들 일하는 것도 아니잖아. 너 게을러"(여자)

"너넨 양심도 없냐? 양심도 없어. 너 오늘 일하고 나서 동티모르 가, 스리랑카 가...너는 출입국관리소 데려가서 확 밟아버려...너 병원 데리고 가려면 사장 일하지 말아? 새끼야. 다 말해 너 병원 데리고 가? 확 죽여 버려(뭔가 위협하는 동작 느낌)."
#이주노동자 #현대판 노예 #고용허가제 #포항시 외국인쉼터 #외국인등록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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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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