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그의 변호인박 대통령이 변호인 뒤로 숨었다. "검찰조사 최대한 협조, 성실히 임하겠다"던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방송화면 갈무리
답답하다. 어처구니없다. 온 나라가 이런 한숨 소리로 꽉 찼다. '길라임과 최 선생님'이라는 황당한 '사적 라인'이 4년 동안 대한민국을 제멋대로 주물러온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중고등 학생들의 입에서도 나온다. 지난 12일 100만 개 촛불이 켜진 후 지방의 소도시에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매일 열리고 있다.
'11.12 100만 촛불' 꺾어버린 대통령
그런데 박 대통령의 태도는 하루가 다르게 국민의 목소리와 멀어진다. 해볼 테면 해봐라 이런 식이다. '100만 개 촛불'이 '대통령 하야'를 외친 다음 날, 박 대통령은 대변인을 통해 국정에서 손 뗄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100만 시민의 함성'에 대한 대통령의 첫 일성은 "국정 정상화"였다.
'100만 촛불' 이틀 후 박 대통령은 발언 수위를 높였다. 지난 14일 청와대는 "헌법 제71조(대통령 궐위나 사고 시 국무총리가 권한 대행)를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는 추측성 기사"라고 일축했다. 2선 후퇴는커녕 국정 전반을 직접 챙기겠다는 얘기다.
15일, 청와대는 논조를 더욱 선명하게 가져갔다. "퇴진은 헌법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연국 대변인은 "하야나 퇴진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며 촛불과 야당의 요구를 단칼에 베어버리는 발언을 했다. 전날 추미애 더민주 대표가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에 영향을 받아 청와대가 더욱 노골적으로 하야를 거부하는 것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있다.
검찰조사 약속 완전 변질 '최소한만' '불성실하게'아예 한술 더 뜬다. 2차 담화를 통해 국민에게 약속한 것조차 지키지 않으려 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대국민 담화에서 이렇게 약속한 바 있다.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에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저 역시 모든 책임을 질 각오가 돼있습니다...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 수용하겠습니다."그런데 박 대통령의 법적 대리인 유영하 변호사는 검찰조사에 대해 "대통령 조사는 부적절하고, 하더라도 최소화해야 한다"며 "서면조사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 관련 의혹 사안이 모두 정리된 뒤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16일로 예정돼 있는 검찰조사에는 "응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