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미국 현지시각) 뉴욕 힐튼호텔에서 대통령 수락연설을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연합뉴스·EPA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지난 11월 8일 미국 대선 이후 소수인종, 성 소수자 등에 대한 증오행위가 급증하고 있다고 남부빈곤법률센터 (Southern Poverty Law Center; SPLC)가 밝혔다.
남부빈곤법률센터는 미국의 비영리 법률지원기구로서 증오행위 피해자를 위한 법률지원을 담당해오는 등 미국사회 약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활동해온 기구이다. 이 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선거일이었던 8일부터 14일까지 총 437건의 증오행위 피해 사례가 접수되었다.
남부빈곤 법률센터 대변인인 하이디 베리취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물론 이 모든 증오행위가 선거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단 며칠 간 동안 400여건의 증오행위·증오범죄가 보고된 것은 이전에 없었던 특이한 현상임에 틀림없다"라고 말했다.
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민자에 대한 공격행위가 총 증오행위의 30%가 넘는 136건이었고, 흑인과 성 소수자에 대한 공격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많은 증오행위·범죄가 대학 캠퍼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도 특이한 현상이다. 나치 문양이나 백인 우월주의를 내세운 낙서가 펜실베니아 대학, 오클라호마 대학 등에서 발견되었고, 샌디에고 대학, 산호세 대학에서는 히잡을 쓴 여성이 공격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최근 며칠간의 증오행위·범죄 급증 현상은 '증오집단의 지도자들의 그들의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사람들을 부추기기 때'문이라고 남부빈곤 법률센터 대표인 리차드 코헨은 분석했다. 이러한 경향은 9.11 테러 이후 증오행위·범죄의 발생건수와 비교하더라도 더 안 좋은 상황이라고 <USA Today>는 보도했다.
2015년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한 증오범죄한편 미 연방수사국 (FBI)는 지난 14일, '2015년 증오범죄 통계'를 발표했다. 이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4년에 비해 2015년에 증오범죄가 증가했고, 특히 무슬림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다.
연방수사국은 매년 증오범죄 통계를 발표하고 있는데, 2014년까지 대체로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으나 2015년에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번 대선 후 증오행위·범죄와 맞물려 더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현상이다.
<증오범죄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에는 2014년에 비해 6.8%가 증가한 총 5850건의 범죄가 발생했고, 이중 60%의 사건은 인종혐오 범죄인 것으로 밝혀졌다. 약 20%에 달하는 종교관련 범죄, 18%의 성 소수자에 대한 범죄행위도 보고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