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시상식에서는 김미주 교수 외에도 간독성 검사를 위한 시험관 시스템 개발에 기여한 일본 오사카시립대학교 의과대학원생인 쿠미코 타츠미(왼쪽), 위생독성학 관련 대체실험 연구개발을 해온 중국 대체연구평가센터의 첸 유 박사(오른쪽)가 같은 부문의 상을 받았다.
러쉬코리아
- 경력과 연구분야를 소개해달라."원광대 치과대학에서 기초치의학을 전공했고 연세대에서 치과생체재료공학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경희대 치대 학술연구교수를 지냈고 현재 연세대 치대 연구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치과 재료의 생체 적합성이나 독성 및 위해성 평가 등을 연구하고 있다. 여러 가지 세포수준에서 실제 독성을 재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고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재료를 연구하고 있다."
- 화장품 분야의 동물실험 금지는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치의약 분야에서는 아직 공감대 형성이 덜 된 것 같다. 치의약 분야에서도 동물실험을 금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현재 일반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동물실험 방법은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 첫 번째로 정말 잔인하다. 토끼 실험의 경우 토끼 뒷다리에 임플란트 재료를 심은 후 토끼 뒷다리를 떼어내서 임플란트가 얼마나 잘 붙었는지를 보는 건데 너무 잔인해서 연구자들조차 그걸 보면서 많이 울기도 한다. 윤리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인 두 번째 문제는 인체를 제대로 재현해낼 수 없다는 점이다. 인체는 동물과 다르기 때문에 실질적인 면에서 동물실험을 통해 독성평가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를 간과했기 때문에 가습기살균제 사태와 같은 일들이 발생한 것이다.
한 예로 1957년 독일 제약회사 그뤼넨탈이 5년동안 판매한 탈리도마이드이라는 약이 끼친 부작용을 보면 동물실험이 간과하고 있는 문제점을 더 잘 알 수 있다. 수면제나 진정제 용도로 쓰인 이 약은 입덧을 줄여준다는 이유로 많은 임산부들이 복용했다. 회사 쪽은 동물실험을 했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근거로 판매했지만 팔 다리가 없거나 짧은 기형아 출산의 원인이 이 약인 것으로 드러나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동물실험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가져야 한다."
-치의학에서 사용되는 생체재료와 동물실험과는 직접적으로 어떤 관계가 있나."치과에서도 임플란트부터 충치를 치료하는 재료로 세라믹, 금속, 아말감, 레진 등 많은 재료가 사용되고 있다. 화장품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치과재료들의 인체 유해성 여부를 알기 위해 굉장히 많은 동물실험을 하고 있다."
- 동물실험을 통한 유해성 검증이 제대로 된 결과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인가."학계에서 논문을 쓸 때나 신제품을 개발할 때 동물실험을 해야만 뭔가 거창한 것 같고 제대로 검증한 것 같은 사회적 인식이 있는데 실제 연구결과를 놓고 보면 그렇지 않다. 아주 작은 세포수준에서 연구를 하는 것은 실제 생체모델과 완벽하게 똑같이 만들지 않는 이상 독성이 훨씬 더 과장되게 나온다는 문제점이 있다. 우리 몸에는 조직이라는 게 있고 순환시스템도 있어서 독성이 저하되거나 없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것들을 작은 세포만으로 재현할 수 없다. 제 연구에서는 독성물질이 씻겨 나가는 과정까지 포함해 좀 더 생체모델과 가깝게 만들고자 연구하고 있다."
- 치과의사로서 현업에서 환자를 치료하지 않고 연구자의 길로 들어선 계기는."치대 본과 시절부터 연구에 관심 있었다. 재료학을 좋아해서 재료공학 교실에서 다양한 실험을 했었다. 인턴과 기초전공의 과정을 할 때는 환자를 직접 보기도 했다. 출산 후 현업에서 임상을 하고 있을 때 멘토였던 김광만 교수의 조언을 따라 연세대에서 연구조교수로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현재는 치과의사로서 환자를 보지는 않고 연구에만 전념하고 있다. 연구의 길로 이끌어주신 김광만 연세대 치대 학장님과 남편의 이해와 지지가 큰 도움이 됐다."
- 러쉬 프라이즈 신진연구자상 수상 소감 및 향후 비전이 있다면."지난 8년여 연구기간 동안 많이 힘들었다. 노력에 비해 성과가 나오지 않거나 논문을 내더라도 이 분야는 조명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연구소에서 실험중인 인공피부조직을 ISO 국제표준기구 등재를 추진 중이다. 국제표준에 등재되면 국내에서도 상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피부과학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던 구강분야에서 우리가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고 주도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분야에 대해 이런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는 정책적으로도 더 널리 홍보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