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미자키 공원일본군의 정자 인듯
김수종
도시락으로 공원 잔디밭에서 식사를 마친 우리들은 천천히 걸으면서 산책을 했다. 아무래도 일본군 주둔지가 있던 곳이라 그런지 지하 방공호도 보이고, 오래된 막사와 정자 같은 것도 보인다. 여기에 포대의 훈련장과 이제는 흉가처럼 보이는 창고 겸 숙소도 보인다.
태평양 전쟁 때까지도 이곳에 일본군들이 주둔했다고 하는데, 러일전쟁 때 만든 주둔지라고 하니 대략 100년 이전에 만들어진 곳이다. 물론 최근 50~60년은 사용이 없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전쟁기념관이라도 하나 만들면 좋을 것처럼 보인다. 입구에 작은 '평화의 비석'이 전쟁반대의 의미로 서 있는 것이 마음에 든다.
군이 오랫동안 주둔했던 곳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나무들이 무척 많고, 인구가 적은 곳이라 관리를 많이 하지 않아서, 숲이 좋은 곳이다. 안쪽으로 갈수록 원시림과 같은 분위기다. 마지막으로 전망대에 올라서 사방을 둘러보니 풍경이 대단하다.
동북으로는 리아스식 해안이 장관이고, 서북으로는 시라타케산이 웅장한 바위를 드러내고 있다. 정말 대학시절 자주했던 암벽등반의 유혹을 다시 느끼게 된다. 이렇게 전망도 좋고, 공기도 좋고, 낮과 밤이 전부 좋은 곳이 있다니 너무 반갑고 기쁘다. 다음에는 꼭 늦은 밤에 한번 와야겠다. 캠핑이 허가되는 곳이라면 '텐트(tent)'를 치고 하룻밤 야영을 해도 좋을 것 같은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