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의 청와대, 사건 본질은 '국가 공갈단' 아닌가요?

[조훈 교수의 법 이야기1]

등록 2016.11.26 14:16수정 2016.11.2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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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이론에 대해 전체 국민이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은 이미 그 사회에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반길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여 문제를 제대로 도려내는 작업 자체를 미루거나 어설프게 마무리하려 한다면, 대한민국 자체를 더 깊은 수렁으로 내모는 것이라 봐야 할 것입니다. 

기존의 조직들이 제대로 된 대응조치를 취하는지 기다려 보는 것이 순서겠지만 지금의 문제는 대한민국의 정체성(正體性) 자체와 관련된 것이라 그럴 시간적 여유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추운 날씨에도 모이는 것이겠지요.

현재까지 나타나는 검찰의 노력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평가받아야 합니다. 단순히 과거의 행적을 토대로 검찰에 대한 비난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최순실 등 관련 인물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 관련 자료들을 보면, 검찰은 이번에도 사건의 본질을 피하고 주변 문제만 거론하려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청와대 소속 직원들이 재벌들을 협박하고, 그 협박을 받은 재벌들이 지정된 별도 법인에 기부를 하여야 하고, 그 법인이 기부금 관리에 방탕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면, 대한민국 내에서 치열하게 부(富)를 쌓아온 재벌들의 판단력이 모자라서 그 협박에 따른 것이거나 아니면 아직 부분적으로만 드러난 대가를 챙기면서 적극적으로 동참한 것이겠지요.

형법에는 협박죄, 강요죄, 공갈죄 등의 처벌규정이 있습니다. 협박죄는 해악(害惡)을 고지하는 것 자체를 처벌합니다. 재벌들에게 공포스러운 상황은 그 구체적 결과와 상관없이 세무조사를 받게 된다거나 당장 필요한 인허가를 못 받는 것일 테니, 그와 관련된 협박은 정말 다양하게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데 단순한 협박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에게 뭔 일을 시키고 피해자가 하려는 것을 못 하게 하면 이때부터는 협박이 아니고 강요에 해당합니다. 형법 324조를 보세요. 학생들 사이의 빵셔틀도 본질은 강요죄입니다. 그런데 단순한 심부름을 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빵 살 돈을 안 주거나 빵을 사기에는 모자란 돈을 주면서 바로 그 빵을 사오라고 그리고 안 사오면 어떻게 하겠다고 협박을 하면 그것은 이미 단순한 강요의 틀을 벗어납니다. 이제 공갈죄가 적용되는 것이지요.

형법 제350조(공갈) ① 사람을 공갈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벌한다.
②전항의 방법으로 제삼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최순실이 두목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복수의 두목 체제였는지는 법원이 판단할 사항입니다만, 청와대 전체를 보면, 재벌들을 공갈하여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운영자로 하여금 재물도 교부받게 하고 여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한 국가 공갈단(國家 恐喝團)이 보입니다.

공갈죄를 적용하면 1. 공연히 형법 제123조(직권남용)를 적용하여 해당 공무원의 '직무 범위'였는지 검토할 필요도 없고, 직권남용의 경우 5년의 법정형이 적용되는 것을 피할 수 있습니다. 공갈죄는 10년이니까요. 2. 뇌물죄의 기본 법정형은 5년이고 제131조의 '수뢰후부정처사'를 적용하면 1년 이상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이 규정 적용은 공갈죄 적용보다 난이도가 높아지게 됩니다. 뇌물 액수에 따라 양형기준이 달라진다는 것을 감안하여도 말입니다


문제는 역시 '부정한 행위'를 했는지 따로 따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공갈죄를 적용할 경우의 장점은 또 있습니다.  제351조에 따라 상습범 가중처벌이 가능하니까 15년으로 뛰고, 관련 공무원들의 직무 관련성을 밝힌다면 다시 가중처벌도 가능합니다.

제135조(공무원의 직무상 범죄에 대한 형의 가중) 공무원이 직권을 이용하여 본장 이외의 죄를 범한 때에는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  법정최고형은 22년 6개월이 되겠군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상습범이 아니라고 하여도 제38조에 따라 경합범으로서 가중처벌되는 것이 남는다고 해야 하겠지요. 관련 재벌들이 여럿이니까요.
#최순실 #박근혜 #강요죄 #공갈죄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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