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이 박대, 오른쪽이 서대다.
최윤
차라리 다른 구분 방법을 제안해 보려 하는데, 첫 번째는 이름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서대는 코가 길고, 박대는 대가리가 어린아이의 배처럼 둥글다. 예로부터 서대는 '혀'를 닮은 생선이라 하여 설어(舌漁)라고 표현하고, 셔대('혀대'라는 단어가 발음 편의상 '서대'로 굳어졌다는 설이 있다.) 혹은 접이라 불렀다.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서대를 '장접'(長鰈), 그리고 박대를 '박접'(薄鰈)이라 표현했다. 즉 혀를 닮아 길쭉한 것이 서대, 엷고 넓은 것이 박대다.
두 번째는 제철이 다르다. '5농∙6숭이요, 5∙6서에 준 사철이라'(5월의 농어와 6월의 숭어, 그리고 5~6월의 서대가 가장 맛있으며 준치는 연중 맛이 좋다)는 말처럼 서대는 오뉴월에 맛이 좋다. 박대는 사철 잡히고 맛이 좋으나, 산란기인 5~7월 이후 겨울에서 봄까지가 가장 맛있다고 한다. 만일 접(鰈)을 접하러 가시거든, '뭐가 맛있냐'고 지역분들께 물어보시라. 가장 명확한 답을 주실 것이다.
박대의 주산지, 서천과 군산
박대 주산지로써 서천과 군산이 가장 유명하다. 그 이유는 금강과 만경강의 물이 바닷물에 뒤섞이는 지리적 요건 속에서 좋은 박대가 자라기 때문이다. 박대는 기본적으로 수심 70m 이내의 얕은 바다에서 자란다. 뻘 바닥에 붙어, 어린 게와 갯지렁이 등을 잡아먹으며 살다 보니 수질과 토양이 중요한 셈이다.
박대는 성질이 급하기로도 유명한데, 밴댕이만큼 속이 좁은지 뭍으로 나오자마자 죽어버린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박대는 말려먹는 경우가 흔하다(반면 서대는 회로 많이 먹는다).
그렇다면 이 말린 박대를 어떻게 먹을까? "궈서도 먹구, 쪄서도 먹구, 조리거나 튀겨도 먹쥬." 정말이지 명쾌한 답이다. 박대는 구이를 으뜸으로 친다. 비린내가 거의 없는데다, 등뼈를 제외하면 억센 가시가 없어 간단하게 구워먹는 걸 선호하는 듯하다. 꾸덕하게 말린 박대를 노릇노릇하게 구운 뒤, 찹쌀고추장에 찍어 밥 한 술 하는 것이 겨우내 최고의 별미라 한다.
박대음식? |
찜이나 탕을 해 먹기도 하지만, 주로 구이를 많이 드신다고 한다. 실제로 '박대구이' 이외에 다른 박대메뉴를 내건 음식점은 없었다.
수산시장을 지나며, 박대를 회로도 먹는지 여쭤봤다. (서대는 회로 많이 먹는다.) 그리고 우리는 납득할만한 대답을 들었다.
"회로는 못 먹어. 빨리 죽기도 허고, 얇아빠져서 살이 읎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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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음식 박대
박대는 주민들에게 지극히 일상적인 식재료로 각인돼 있었다. 예로부터 많이 먹어온 것도 있겠으나, 만원 한 장이면 5~6마리, 많게는 열 마리도 살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서민적인 식재료인 만큼, 그분들에게 박대는 특별하거나 고급스럽기보단 밥상 한 편을 차지하는 익숙한 것이었다. 박대구이와 박대찜 등. 서천의 밥상에서 박대는, 이름처럼 박대하지 않은 모양이다.
영양소의 응집, 박대박대는 모래와 갯벌에서 서식해 단백질을 비롯한 미네랄, 무기질 등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 가식부위 중 20%가 단백질, 지방은 1%도 되지 않는다. 100g당 15mg의 칼슘이 함유돼 있고, 비타민B6와 엽산이 풍부해 성장기 아이들에게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