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을 ‘죄수의 딜레마’라고 비판한 TV조선(12/1)
민주언론시민연합
TV조선이 연일 공을 들이고 있는 '말 바꾸는 야당' 프레임인데요. TV조선은 마치 야권이 말을 바꾸며 어깃장을 부린 것처럼 묘사했지만 헌정유린의 책임을 교묘히 회피했던 박 대통령의 책임은 쏙 빼놓았습니다.
거국중립내각의 경우 문재인 전 대표가 10월 26일 제안한 것이 맞지만 분명 "진실의 전부를 밝히고 책임자들을 엄중히 문책하십시오. 대통령 스스로 관련된 사람들과 함께 검찰 수사를 받으십시오" "그와 함께 당적을 버리고 국회와 협의하여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십시오"라며 '선 책임 후 거국내각'을 내걸었습니다. 하
지만 여당은 대통령 태도에 아무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중립내각을 야당에 촉구하기만 했고 11월 2일, 박 대통령은 기습개각을 단행하며 '김병준 총리' 카드를 꺼내들었죠. 이에 야당이 전권을 내려놓는 2선 후퇴를 요구하자 박 대통령은 11월 8일 국회의장을 기습방문 해 국회에 총리 추천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2선 후퇴나 국정에서 물러나겠다는 약속은 없었고 국회 추천 총리의 권한 역시 '헌법에 명시된 전권'으로 한정했습니다. 결국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는 15일을 기점으로 퇴진 운동에 합류했고 박 대통령은 지난 29일, 국회에 공을 떠넘기는 방식으로 '조건부 퇴진'을 내걸었습니다.
상황의 흐름을 보면 오히려 야당은 박 대통령에게 스스로 물러나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시간을 주려했고 박 대통령은 끝까지 책임을 피하기 위해 갖은 꼼수를 썼다고 볼 수 있습니다. TV조선은 이런 복잡한 상황 전개를 모두 지워버린 채 대통령 반응에 따라 변화한 야권의 '슬로건'만 발췌해 '말 바꾸는 야당' 프레임을 만든 것입니다. 이런 보도는 TV조선에서만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4. '4월 퇴진이 더 낫다'? '친박계' 전략에 손 들어준 KBS한편 정치권의 책임을 가타부타 따지지 않은 KBS는 아예 '4월 퇴진'이 적절하다고 못 박았습니다. KBS <'3월 VS 6월' 대선…무엇이 다르나?>(12/1 http://bit.ly/2gNK9Vy)는 "대통령을 탄핵하든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든 대선은 내년 3월에서 6월 사이에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라면서 3월 대선과 6월 대선 시나리오를 비교했습니다.
그런데 결론은 '6월 대선' 즉 '4월 퇴진'이 답이라는 것입니다. 신지혜 기자는 "야당의 주장처럼 국회가 이번달 탄핵을 가결하고, 헌재가 두 달 안에 결정을 내린다면 대통령은 1월말 퇴진하게" 되는데 "시간이 촉박해 경선 일정 등을 단축하면서 자칫 전국 순회 경선 등은 치르지 못할 수도 있"고 "경선 기간이 줄면 현재 지지율이 높고 조직력이 강한 후보가 유리해" 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4월 퇴진' 시나리오의 경우 "대통령의 '4월 퇴진'을 수용하면, 각 정당별로 후보들의 출마 선언이 이어질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이는 '4월 퇴진'이 공정한 대선을 보장한다는 취지의 보도입니다. '친박계'가 내건 '명예퇴진론'이 탄핵을 피하며 최대한 시간을 끄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요. KBS는 '친박계' 전략이 낫다고 평가한 셈입니다. 이날 TV조선과 채널A도 각 1건씩 조기대선 시나리오를 보도했지만 TV조선은 '어떤 식으로든 촉박하다'고 전했고 채널A는 '대선주자 분주할 것'이라는 데 방점을 찍었습니다.
5. 상인들 분노한 박 대통령의 '서문시장 기습방문', MBC는 '대통령이 울었다'정치권 상황이 시시가각 변하는 사이, 박근혜 대통령은 큰 화재가 발생한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습니다. 박 대통령 지지세가 큰 대구이지만 이번 방문에는 싸늘했는데요. 일부 지지자들의 환영이 있었던 반면 상인들은 분통을 터뜨렸고 시민단체는 하야 촉구 시위를 벌였습니다.
박 대통령은 상인들을 만나지도 않은 채 10분도 되지 않아 현장을 떠났습니다. '지지층 결집 시도' '보여주기 이벤트'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JTBC는 그런 비판을 1건의 보도로 충실히 전했고 KBS, SBS, MBN은 과거와 달리 냉대와 환영이 교차한 민심을 1건으로 보도했습니다. 채널A는 무려 4건으로 '박 대통령 기습방문' '과거와 다른 냉대와 환영 교차' '분통 터뜨린 상인들' '박 대통령 지지층 결집 의도' 등을 짚었죠.
MBC는 딱 1건을 보도했는데 오로지 청와대 입장만 읊었습니다. MBC <대구 화재 현장 방문…지원 약속>(12/1 http://bit.ly/2fZG7Z0)은 "박 대통령은 기자단과 동행하지 않았고, 수행인원도 최소화" "박 대통령은 정부 차원의 조속한 지원을 약속" 등 대통령 행보를 전하면서 "시장상인들은 힘들 때마다 저에게 늘 힘을 주셨는데 너무 미안하다"와 같은 박 대통령 발언도 덧붙였습니다. 여기다 "박 대통령은 이동 중인 차량 안에서 눈물을 흘렸다" "상인들을 직접 만나 위로하고 싶었으나, 진화작업 등으로 오래 머무는 것이 오히려 피해가 되는 상황이었다"는 청와대의 '감성 브리핑'도 곁들였죠.
화면에는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환영 모습이 담겼습니다. 박성준 기자는 보도 후반부에 가서야 "같은 시간 시장 입구에선 일부 시민단체가 하야 요구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며 다른 분위기를 딱 한 마디만 언급했고 시민단체 시위 장면은 단 5초만 나갔습니다. 타사가 모두 전한 분노한 상인들의 모습은 단 1초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JTBC가 지적한 '보여주기 이벤트'라는 비판도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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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탄핵 무산' 외치며 야권 비난한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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