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들 서면 답변, '국조' 앞서 공개합니다

윤소하 의원이 공개한 '국정조사 요구자료' 살펴봤더니...

등록 2016.12.05 20:48수정 2016.12.05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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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대기업 총수 9명이 6일 국회에 등장한다. 삼성, 현대·기아차, SK, LG, CJ, 한화, 한진, 롯데, GS 등을 대표해서 나오는 '회장님들'이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국정조사 특위'에 출석해서 어떤 증언들을 할 것인지 관심이 높다.

특히 현재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에는 뇌물죄가 포함돼 있는 만큼, 6일 국정조사에서는 대기업 총수들을 대상으로 '뇌물죄'를 입증하려는 국회의원들의 질의가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통령과 독대하는 과정에서 대기업 총수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혹시 그 과정에서 어떤 민원을 전달한 건 아닌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윤소하 의원(정의당)이 5일 공개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자료'를 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 대기업들이 서면으로 답변한 이 자료에는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에 자금 출연 경위를 비롯 대통령과의 독대 내용 등이 담겨있다. LG, 포스코, 롯데, SK, 현대·기아차, CJ 등이 제출한 자료를 미리 살펴봤다. (윤 의원 공개 자료에는 삼성, 한화, 한진 그룹 등은 미포함).

대통령과의 독대 경위, SK그룹과 롯데그룹 '극과 극'

 롯데그룹이 국회에 제출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자료'
롯데그룹이 국회에 제출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자료' 윤소하 의원실

우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국정조사 현장에서 국회의원들에게 '깨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SK그룹이 미르와 K스포츠에 돈을 건네면서 최 회장의 사면 복권 그리고 면세점 사업에서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대통령 독대와 관련하여 묻는 국회의 질문에 대한 답이 다른 그룹에 비하면 상당히 '짧다'.

- 2015년 7월 24, 25일 박근혜 대통령 단독 면담을 하게 된 경위, 동 면담에서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소상히 작성하여 제출할 것.
"산업/경기 동향 및 전망, 투자 및 고용,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 현황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음."

- 2015년 이후 SK그룹 회장이 대통령을 독대한 일자, 독대 과정에서 오간 대화 내용.
"최태원 회장은 2016년 2월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을 하였고, 면담에서는 투자 및 고용 확대 방향, 경기 동향 및 전망, 에너지 신산업 등 미래 먹거리 산업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음."


다른 그룹들 답변서는 사뭇 다르다. "안종범 수석이 (주)LG 하현희 사장에게 면담 2∼3일 전에 연락하여(LG)", "2016년 2월 18일 경 안종범 수석이 정호성 비서관에게 연락해 보라며 전화번호를 알려줘서(포스코)", "청와대에서 열린 창조경제 혁신센터 전담기업 오찬 간담회를 마치고 회사로 복귀하던 중(CJ)" 등 비교적 면담 경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롯데그룹 경우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2016년 3월 14일 면담 전 주말 경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으로부터 대통령의 단독 면담 요청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함... 면담 당일 소공동 집무실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후 평창 올림픽 관련 보고자료 3부를 지참하여 본인 차량을 이용하여 삼청동 근처 안가로 이동하였음... 거실에서 안종범 수석과 1∼2분 정도 환담을 나눈 후 회의실 형태의 방으로 이동. 약 30∼40분 정도 준비해 온 안건 및 자료를 바탕으로 면담을 진행했음."


대기업 그룹들이 대통령에게 민원을 제기하는 방식

 2015년 7월 24일, 대기업 총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 간담회' 모습.
2015년 7월 24일, 대기업 총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 간담회' 모습. 청와대

이처럼 SK그룹을 제외하면, '서면 답변'을 제출한 대기업들은 대부분 대통령과의 독대 경위에 대해서는 나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그룹들이 밝힌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은 '평범한' 수준이다. 대부분 "청년 실업, 기업의 투자 및 고용 확대, 중소기업과의 동반 성장" 등을 주제로 경제 현안과 관련하여 원론적인 수준의 대화를 나눴다는 식이다. LG 경우가 그나마 눈에 띈다.

"경제 활성화, 투자, 고용 촉진에 관해 말씀드리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그룹 차원의 협조 의사를 표명함. 전기차, 친환경 에너지, 소프트웨어, 중소기업 육성에 관한 의견을 말씀드림. 전기차와 관련하여, 국내 전기차 보급 확대가 필요한 점 및 이를 위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 필요성을 언급함.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민간 주도의 문화 경제 교류 활성화 필요성을 건의함. 대통령께서는 한류나 스포츠 융성을 통해 국가 경제 도움이 되고 싶다면서, 민간 차원의 협조를 바란다는 취지의 말씀을 함."

현재 LG전자가 VC사업본부를 중심으로 전기차 부품 시장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은 업계에 잘 알려져 있는 상황이다. LG전자 VC사업본부의 전년 연간 매출액은 1조 8324억 원에 이른다. LG화학의 경우 역시 202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매출 7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고 있다. 대통령과의 독대 과정에서 '민원'을 전달했다고 '자수'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그렇다고 다른 대기업들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민원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불법 노동 행위에 대한 엄격한 법집행', '전기차·수소차 보급 확대를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 등의 내용이 포함된 '그룹 현황 자료'를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에서 제출한 현대·기아차 경우처럼, 다른 대기업들 역시 '주요 현안'이란 이름으로 자신들의 민원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대기업들이 슬쩍 들이민 '주요 현안들'

 SK그룹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 표지
SK그룹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 표지 윤소하 의원실

포스코는 대통령과의 독대 당시 제출한 자료에서 주요 현안 중 하나로 "포항, 광양은 청정 연료 사용 지역으로 석탄 발전은 곤란하다는 것이 환경부의 입장이나, 당사는 현재 대비 해당 지역 오염물질 총량이 저감되도록 최고 수준의 환경 설비 채택 및 기존 시설의 환경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적시함으로써 사실상 대통령의 '힘'을 요청했다.

롯데그룹은 주요 현안 중 하나로 "아울렛 의무 휴업 확대 움직임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오프라인 유통은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이며, 대형 마트 규제로 인한 매출 하락이 연간 2조 원에 달한다", "아울렛 매장 임대업주들이 직접 피해를 보게 되며, 납품하는 중소협력사의 손실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유통 규제가 강화될 경우 지금까지의 노력이 물거품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CJ그룹 역시 제출 자료를 통해 "영화·방송 등의 문화 콘텐츠 산업 육성 및 이를 통한 한류 확산을 위해서는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과 "영화 등 콘텐츠 제작비에 대한 세액 공제 신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주식을 100% 소유하지 않으면, 증손회사의 주식을 취득할 수 없어 M&A 등 대규모 투자에 제한적"이라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시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선출된 권력이 사적 이익을 위해 국정 농단을 일삼았고, 재벌들은 부패한 권력에 영합해 각종 특혜를 누려 정경유착이라는 폐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것. 대기업 그룹이 제출한 자료를 검토한 윤소하 의원의 '소감'이다. 
#최순실 #박근혜 #국정조사 #윤소하 #안종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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