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서 항문까지 <먹고 사는 것의 생물학>

[서평] 구멍이 뚫린 도넛에 가까운 인간의 소화기간은 바로 도넛 구멍

등록 2016.12.19 09:00수정 2016.12.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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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먹습니다. 먹고 마시는 건 생존을 위한 본능입니다. 먹고 마시는 것 중 일부는 속칭 살이 되고 피가 되고 에너지가 됩니다. 그리고 그 나머지는 대소변으로 배설됩니다. 

사람이 먹고 배설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합니다. 입으로 먹은 게 항문 등을 통해 배설된다는 사실 또한 너무나 당연합니다. 너무나 당연해 우리는 그 과정까지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 진중히 생각해 보지 않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잠시, 아주 잠시만 행각해 보면 소화기관이 만들어지고, 소화가 이뤄지는 그 과정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소화기관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신비입니다.

너무너무 작아 맨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난자와 정자가 만나 태아로 자라나며 소화기관을 포함한 신체기관을 만들고, 그 신체기관들이 유기적으로 작용해 나가는 과정을 조금만 어림하고 잠깐만 상상해 보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신비'입니다. 

<먹고 사는 것의 생물학>

 <먹고 사는 것의 생물학> / 지은이 김홍표 / 펴낸곳 궁리출판 / 2016년 12월 1일 / 값 23,000원
<먹고 사는 것의 생물학> / 지은이 김홍표 / 펴낸곳 궁리출판 / 2016년 12월 1일 / 값 23,000원궁리출판
<먹고 사는 것의 생물학>(지은이 김홍표, 펴낸곳 궁리출판)은 입에서 항문까지, 오늘날 우리가 아주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신체나 소화기관이 20억년이라는 세월 동안 어떻게 진화해 왔으며 그것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다룬 책입니다.

책에서는 인간의 소화기관이 얼마나 신비로운 것인가를 어림해 볼 수 있는 생물학적 토대를 그림을 곁들인 설명으로 쉽고 재미있게 이해시키고 있습니다.


사람이 두 발로 걸어 다니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인간도 처음부터 직립보행을 했던 게 아니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소화기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아주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소화기관들 또한 태고부터 현재와 같았던 것은 아닙니다. 환경에 따라 진화했습니다. 과거에만 진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진화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먹습니다. 소화기관은 우리가 먹은 것을 소화시키고 배설합니다.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이어지는 소화기관을 우리는 몸속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이지 않기 때문인지 내장, 내부에 있는 장기라고도 표현합니다. 하지만 소화기관은 몸속에 있는 게 아니라 몸통 밖에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소화기관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소화기관은 생명체의 일부분이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몸통 밖에 있다. 단순하게 말하면 인간은 찐빵이 아니라 가운데 구멍이 뚫린 도넛에 가깝다. 그렇다면 도넛의 구멍에 해당하는 부위가 소화기관이라는 말이 된다. -63쪽

배설 및 음식의 섭취와 관련되는 소화기관의 앞과 끝은 열려야 한다. 구멍이 만들어지는 장소들이다. 이는 또 소화기관을 진정한 '외부'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소화기관은 실상 우리 몸의 외부이다. 내 안의 밖이며 inner outside, 외부의 물질이 들어와서 잘게 나뉘었다가 몸 밖으로 다시 나가는 과정이 끊임없이 진행되는 곳이다. -199쪽

인간을 구멍이 뚫린 도넛에 견준 비교가 아주 재미있습니다. 지나가는 말로 들었던 이야기, '어떤 아이가 구슬 같은 뭔가를 주워 먹었는데, 다음날 똥으로 배설했다'는 얘기를 떠올려 보면 쉽게 수긍할 수 있는 표현입니다.  

책에서는 각각의 소화기관이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그 역할(기능)까지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전체 소화기관에서 소장이 차지하는 비율(부피)이 침팬지는 14%, 오랑우탄은  26%, 고릴라는 23%, 인간은 67%라고 합니다. 유인원 동물들의 소화기관이 진화과정이나 식습관 등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루에 물 1리터쯤 마셔야 하는 이유

새똥은 대부분 물똥입니다. 새똥이 물똥인 이유쯤은 새의 소화기관을 알게 되면 저절로 이해하게 됩니다. 우리는 하루 최소 1리터쯤의 물을 마시라고 권고 받습니다. 우리가 하루에 섭취할 것을 권고 받고 있는 물량은 수요와 공급으로 산출됩니다. 

우리가 하루 음식물을 통해 흡수하는 물이 600∼700밀리리터, 대사과정에서 생산되는 물이 300∼400밀리리터쯤 된다고 합니다. 반면 우리 몸에서 하루 배출되는 물의 량은 소변을 통해 1000∼1500밀리리터, 증발을 통해 500∼700밀리리터, 호흡을 통해 250∼300밀리리터, 대변을 통해 100∼200밀리리터로 총 1850∼2750밀리리터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음식물과 대사과정을 통해 공급되는 물이 900∼1100밀리리터인데 반해, 배출되는 물의 총량 1850∼2750밀리리터에 따른 부족분이 900∼1650밀리리터입니다. 

마라톤 선수들이 2시간이 넘게 뛸 수 있는 이유, 100미터 세계기록이 9초를 넘기 어려운 이유, 같은 우유를 먹고 방귀를 꾸어도 젖먹이 아이가 꾼 방귀보다 조금 성장한 아이나 어른이 뀐 방위가 더 냄새나는 이유 등도 소화기관을 알게 되면 저절로 이해됩니다. 

태아상태에서 소화기관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신비를 넘어서는 경이로움입니다. 소화기관이 처음에는 가래떡처럼 속이 막인 형태로 대충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소화기관에 구멍이 나고 융모가 만들어지며, 결국 입에서 항문까지 구멍이 뚫리고 내엽기관에서 기원한 소화기관에서 폐와 간, 췌장이 자랍니다.

아주 당연한 것처럼 여겼던 손가락 다섯 개, 그 손가락 다섯 개가 사실은 물갈퀴처럼 연결 돼 있었는데, 물갈퀴를 이루고 있던 세포들이 죽어나감으로 다섯 손가락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막대기처럼 속이 꽉 막혀있던 소화기관도 그와 비슷한 작용으로 구멍이 뚫리며 완성된다는 걸 알게 되고, 소화기관들이 상호 연관 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 이해하게 되면 인간의 몸은 더더욱 신비롭고 경이로운 존재라는 걸 시나브로 이해하게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먹고 사는 것의 생물학> / 지은이 김홍표 / 펴낸곳 궁리출판 / 2016년 12월 1일 / 값 23,000원

먹고 사는 것의 생물학 -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기관으로 읽는 20억 년 생명 진화 이야기

김홍표 지음,
궁리, 2016


#먹고 사는 것의 생물학 #김홍표 #궁리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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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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