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일본영사관 "소녀상 세우지마" 노골적 압박

등록 2016.12.20 17:17

수정 2016.12.20 17:17

▲주부산일본총영사관이 지난 11월 28일 부산 동구청에 보낸 서한. 일본 측은 이 서한에서 총영사관 주변 어떠한 장소에도 소녀상이 설치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부산 동구청

부산 시민들의 자발적 모금으로 제작한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일본 정부가 노골적으로 방해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자 관할 지자체까지 나서 소녀상 설치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일본 측은 외교 서한을 보내면서까지 관광객 감소와 외교 문제를 운운하며 일개 구청을 압박했다.

부산 일본총영사관 모리모토 야스히로 총영사 명의로 지난달 28일 박삼석 동구청장에게 보낸 서한에는 "일본정부로서는 총영사관 앞에 이와 같은 동상(소녀상)이 설치되는 것은 우리 나라(일본)에 대한 배려를 매우 소홀히하는 행위로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일본 측은 영사관 앞은 물론 주변까지도 소녀상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러면서 일본은 "부산시와 일본과의 관계뿐 아니라, 일한 관계의 전반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피하여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본영사관 "소녀상, 일본 국민의 마음에 큰 상처"

일본 측은 "총영사관 주변에 소녀상이 설치될 경우 일본국민의 마음에 큰 상처를 입히게 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일본 측이 사실상 동구청을 압박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일본총영사관은 "(소녀상을 설치하면) 작년의 위반부 문제에 대한 일한 합의 이후, 금년에 들어 겨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인의 한국방문객 수에도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으며,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이나 KTX 부산역이 소재하며 다수의 일본인이 찾는 장소인 동구는 그 영향을 보다 크게 받는 것이 아닌지 심히 염려스럽다"고 전했다.

또 일본 측은 서한의 마지막까지도 "외교문제를 포함하여, 상당히 큰 영향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깊이 고려해 주시고 총영사관 주변의 어떠한 장소에도 소녀상이 설치되지 않도록 각별히 힘써 주시길 부탁한다"고 요구했다.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는 20일 오후 동구 초량동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에서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 건립 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민규

일본 측의 요구에 관할 동구청은 소녀상 건립을 막아서고 있다. 동구청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관련법 저촉이다. 동구청 관계자는 20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소녀상이) 공공 시설물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허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구청 측은 "(설치 강행 시) 기본 방침은 철거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구청 측이 의지만 있다면 영사관 앞이라도 충분히 소녀상을 세울 수 있다는 게 건립을 원하는 시민들의 반응이다. 실제 도로법 시행령은 "도로관리청(동구청)이 도로구조의 안전과 교통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한 공작물·물건"은 인도에도 설치가 가능하게끔 되어있다.

시민단체 "31일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 세우겠다"

소녀상 건립을 추진해온 단체들은 강행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주축이 된 미래세대가 세우는 소녀상 추진위·서포터즈는 오는 31일 일본총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20일 오후 일본총영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직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바라는 부산시민의 뜨거운 열망만을 보겠다"면서 "평화의 소녀상이 치유와 주권 회복, 역사 바로세우기와 평화 정착의 요구를 안고 영사관 앞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부산에서는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 건립을 위해 지난 1월부터 340일째 인간 소녀상 1인 시위가 펼쳐졌고, 자발적 모금으로 8500만원 가량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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