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자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
조선일보 온라인판 갈무리
이쯤 되면, '문재인 포비아'다. 여기저기서 난타하고, '종북좌파'로 몰아댄다. 이미 '친노'와 '친문'은 '종북좌파'와 동급이다. "종북좌파 척결이냐, 종북좌파와의 연대"냐는 서 목사의 철지난 분단 이데올로기식 이분법이 여전히 작동 중인 셈이다. 그것도 맹렬히, 야권 대선후보 지지율 1위인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서.
"다음 대권을 노리는 민주당 문재인씨의 본색(本色)이 드러나고 있다."
MBC <100분 토론>의 서 목사 출연이 1회성 이벤트라면, '문재인 포비아'의 논리는 역시나 <조선일보>가 제공하고 있다. 그 선봉엔 아니나 다를까 김재중 고문이 서 있다. 김 고문은 지난 20일자 '혁명의 시작인가'란 제목의 칼럼에서 전국적으로 타올랐던 '촛불'을 '문재인류'로 규정하면서 "촛불이 좌파혁명의 길로 가고 있"다는 '선동'을 멈추지 않았다.
김대중 고문에 따르면, 문재인의 본색이 좌파혁명이란 얘기다. 김 고문은 "사드 배치 반대, 한·일위안부합의 및 군사정보보호협정 재검토 등 박근혜표 외교를 거의 백지화하더니, 드디어 '당선되면 북한부터 먼저 가겠다'며 친북 노선을 거리낌 없이 천명했다"며 "이번에 촛불 혁명의 힘으로 제대로 바꿔보자'며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탄핵을 기각하면 '다음은 혁명밖에 없다'고 했다"며 문 전 대표를 '친북=촛불=혁명'으로 연결 지었다.
"문씨는 '최순실 게이트' 이래 헷갈리는 발언들을 해왔다. 때로는 엄청 강경했다가 때로는 박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을 약속(?)하는 등 박 정부에 실망한 일부 보수층과 중도층을 겨냥한 '미끼'를 던지더니, 이제 촛불의 위력이 굳어지는 듯하니까 마침내 본심을 드러내는 것일까? 아니면 촛불을 총지휘하는 지휘탑이 그의 유연함을 연약함으로 질책하고 차기 대선의 왕관을 세상판 뒤엎기로 보상하기로 한 것일까?어떤 경우든 이제 박근혜의 실정으로 야기된 '촛불사태'는 그 성격이 변질되고 있다. 촛불은 더 이상 박근혜 탄핵에서 멈추지 않는다. "촛불 혁명의 힘으로 (세상을) 한번 제대로 바꿔보자"는 것이고, 단순히 정권 교체에 그치지 않고 기존의 보수적 노선을 일거에 폐기하고 좌파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엊그제의 촛불이 박근혜 탄핵에 그치지 않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퇴진까지 요구하며 헌재의 심리를 협박하는 것은 이제 촛불이 좌파 혁명의 길로 가고 있음을 확인해주는 것이다."결국 여론조사 1위인 야권 대선후보를 깎아 내리기 위한 치졸한 비방일 뿐이다. 박 대통령은 탄핵의 위기에 처했고, 황교안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의견까지 나온 마당에 친박/비박은 분당의 수순을 걷고 있다. 이 와중에 믿을 것은 '개헌'과 '반기문' 카드밖에 없다는 것은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김문수 전 지사가 "우리 당에 경쟁력 있는 주자들이 많다"고 한 것도 바로 이 김대중 고문 등이 주창하는 '개헌의 길'과 맥락이 닿아 있다. 제3지대를 토대로 야권 내 일부 개헌 세력과의 연합을 통해 '반민주당', '반문재인' 세력을 규합하는 것만이 그나마 보수세력 집권에 근접할 수 있는 위기의식의 발로인 셈이다.
이렇게 김대중 고문이 '문재인=혁명' 프레임을 지속적으로 덧씌우고, '개헌'을 "좌파의 '혁명'을 막는 길"이라 핏대를 세우 모습은 탄핵 정국과 새누리당 분당 사태란 위기에 봉착한 보수의 발악이라 할 수 있다.
한데 단순히 안쓰러워하기엔 문제가 심각하다. 박근혜 대통령이야 제 살길을 도모한다지만, 동일하게 격렬히 저항 중인 보수층이 먹잇감으로 선택한 인물이 바로 문재인 전 대표고, 이러한 무차별 공격에 전통적인 부동층이 흔들리고, 보수층이 결집하는 효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저급한 저들에게 우리는 계속 품위를 지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