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31일 밤 10시 반, 인근 종로구 통인동에서는 세월호 가족들이 촛불 시민들을 위해 준비한 심야식당이 열렸다. 세월호 참사 후 지금껏 함께 애써온 시민들에게 밥 한 끼 대접하겠다는 취지다.
유성애
카레 컵밥을 한 그릇 다 비운 이봉규(46세·남·경기 평택 거주)씨는 가방에서 검은색 쓰레기봉투를 꺼내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정리하기도 했다. 이씨는 "최근에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비밀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끝이 좀 보이는 것 같다. 배가 인양되면 진실 규명에 더 도움이 될 거다. 그때까지 유가족분들이 조금만 더 힘내주셨으면 한다"라고 부탁했다.
심야식당 행사는 성황리에 진행돼 4160인분 카레 덮밥은 배식을 시작한 지 30여 분 만에 동이 났다. 취객 한 명이 난입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일 외에는 큰 불상사도 없었다. 행사 종료 후 세월호 가족들과 봉사자들은 서로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한 유족 어머니는 "이제라도 주는 기쁨을 알게 돼 감사하다"며 봉사자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기도 했다.
한 해의 마지막 날과 첫날을 모두 길거리에서 맞은 세월호 유족들의 새해 소망은 무엇일까. 단원고 2학년 4반 고 김동혁군의 아버지 김영래씨는 '철저한 진상규명·책임자 처벌'을 꼽았다.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관심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2017년에는 아이들의 억울함이 낱낱이 밝혀지길 바란다"는 설명이다.
김군의 어머니 김성실씨는 "꼭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이 다시 제정됐으면 좋겠다"라고 새해 소망을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 및 관련 시민 단체들은 과거 제정된 세월호 특별법과는 달리 수사권·기소권이 보장된 새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김씨는 이어 "진상규명이 제대로 돼서, 아이들이 학교를 (명예)졸업했듯이 이제 우리(유족)도 졸업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미수습자를 잊지 말자는 바람도 나왔다. 단원고 2학년 3반 고 유예은양의 아버지 유경근씨(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는 "세월호를 반드시 인양해서 미수습자를 찾아야 한다"며 "그래서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왜 제대로 구조하지 않았는지를 밝혀야 한다. 그래야 그간 많은 국민과 우리 가족들이 느꼈던 분노와 서러움들이 보상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앞서 올해 내로 세월호 인양이 완료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인양 작업은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세월호 생존학생 아버지인 장동원(46세)씨에 따르면 인양 날짜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장씨는 "최대한 빨리, 그리고 최대한 온전한 모습으로 선체를 인양해야만 미수습자를 찾고 진상을 규명하는 게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992일(만 2년 8개월 16일)째, 오는 1월 9일은 1000일째가 된다. 참사 후 지금껏 단원고 학생들 포함 295명 시신이 수습됐지만, 조은화·허다윤·남현철·박영인·고창석·양승진·이영숙·권재근·권혁규 등 9명은 여전히 수습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날 광화문 촛불집회 무대에 선 미수습자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는 마이크를 잡고 "세월호에 아직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 9명이, 제 딸이 있다"며 흐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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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촛불시민, 밥먹고 같이 힘내요" 세월호 심야식당 4160명 컵밥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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