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의봄날 정대표와 김태훈 저자의 책빵콘서트 중(사진 오른쪽이 저자)
김용만
거룩한 노동 성심당성심당은 일반 기업들과는 다릅니다. 일반 기업들처럼 최대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 아닙니다. 사랑과 나눔의 문화를 이루며,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며, 정직한 먹거리를 사용합니다. 법을 지키고 직원들을 가족 그 이상으로 대합니다.
한가족 신문을 만들어 직원들과 소통하며 직원들을 격려하고 사랑으로 대합니다. 대전 시민들에게 감사하며 돈을 쫓아 빵집을 경영하지 않습니다.
성심당 본 집 1층 골목길에 보면 수도꼭지 하나가 바깥으로 나와있습니다. 성심당 근처의 포장마차들이 맘 편하게 쓸 수 있도록 일부러 설치한 것이라고 합니다. 포장마차분들이 장사에 필요한 물을 성심당에서 무상으로 마음껏 받아 쓸 수 있습니다.
성심당은 포장마차들 때문에 손님을 뺏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함께 산다고 생각합니다. 성심당이 어마하게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닙니다. 성심당은 나누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책에는 훨씬 많은 사연과 감동적인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 글자가 커서 좀 놀랐습니다. 알고보니 책을 출간한 '남해의 봄날'이라는 지역 출판사에서 눈이 나쁘신 어른들도 쉽게 보시라고 배려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글자가 커지면 페이지 수가 늘어납니다. 출판사 입장에선 무조건 이득이 나는 상황이 아닙니다. '출판사 또한 성심당과 마음이 통하는구나'라고 느끼며 작은 감동을 하였습니다.
제가 글 재주가 신통치 않아 대전 성심당의 이야기를 오롯이 전달하진 못한 것 같습니다. 사실 생각 같아선 책의 내용을 전부 옮겨 적고 싶었습니다. 그만큼 감동적인 책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성심당이 감동스러운 빵집이었습니다. 책을 읽은 후 저자와의 인터뷰를 시도했습니다. 저자는 김태훈님입니다.
-성심당, 이 책을 다 쓰시고 나서 든 생각은 무엇이었는지요?"홀가분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성심당의 60년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고, 또 워낙 많은 사연을 갖고 있는 곳이라 책 한 권으로 묶어내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글을 쓰려면 어떤 부분은 부각하고 어떤 부분은 생략하는 편집을 할 수밖에 없는데, 혹시 제 관점이 누가 되면 어쩌나 하는 부담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성심당 측에서 제 관점에 특별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어떤 부분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발굴하고 짚어줘서 고맙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그때는 감사한 마음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책을 쓰던 중 애로사항은 없었는지요."한창 원고를 쓸 때가 2016년 초부터 3월 말까지였습니다. 그 때 원고의 80%는 쓴 거 같습니다. 책을 쓸 마땅한 공간이 없어서 상당 부분을 집에서 작업했는데 아무래도 아이들 수발들고 가사일도 거들면서 하다보니 흐름이 자주 끊겼죠. 다시 흐름을 찾는 게 좀 어려웠습니다만 다행히 글을 마쳤네요."(영언이, 시언이 덕분이야. 아빠가 사랑해.^^)
-이 책이 세상에 나오고 나서 달라진 점을 느끼시는지?"사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성심당의 임대표님과 김이사님은 책 나온 뒤 변화를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매출 증대 같은 사업의 변화가 아니라 관심의 변화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냥 착한 빵집 정도로만 알았는데, 그 이상의 스토리가 있다는 걸 책을 통해 많은 분들이 알게 된 거죠. 언론도 그 부분을 많이 다뤄주셨어요. 덕분에 성심당 경영에 관한 여러가지 관심과 요청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김이사님께서 가톨릭 주교회의에서 이 책을 가지고 발표도 하셨다고 하네요."
-성심당의 기업철학이 빵집이 아니라 다른 기업체에도 가능하다고 보시는지요."당연히 가능합니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 이념을 같이하는 EoC(Economy of Communion-포콜라레 운동 창설자 끼아라 루빅에 의해 시작된 기업이념으로 세상의 빈곤을 함께 짊어지자는 경영방식) 기업들이 많이 있습니다. 필리핀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저리융자를 해주는 은행이 EoC기업입니다.
이탈라아에선 상당수의 협동조합이 같은 이념을 따릅니다. 세계의 EoC기업 중에 성심당이 빵집으로선 유일한데, 어쩌면 그 만큼 빵집이 EoC 기업이념을 따르기가 어렵다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빵집이냐 아니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은 성심당 경영이 가장 어려울 때 이 기업이념을 가져와서 실천했다는 점입니다. 빚이 50억원일때 기업 재정상태를 직원들에게 공개했고, 또 세금도 100% 정직하게 냈습니다. 회사 어려운 거 직원들도 다 아는데, 그걸 구체적인 숫자를 보면서 납세까지 철저히 하겠다고 하니 직원분들 중에서도 이해하기 힘들어 했던 분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 시점에서 보면 EoC를 안한다고 해도 당연한 거라고 모두가 수긍할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임대표는 그걸 버텨냈고 마침내 상황을 역전까지 시켰습니다. 성심당이 할 수 있다면 다른 모든 기업들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독자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이번 촛불집회를 보면서 우리 사회에 좋은 뜻을 갖고 계신 분들이 정말 많다는 확신을 하게 됐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든 회사를 경영하든 수익만을 보지 않고 사람을 보고 공동체를 생각하는 분들이 참 많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논리는 그 분들에게 끊임없이 좌절감을 안겨 준 것 같습니다. 의미있게 성장하거나 덩치가 커지면서 집요하게 견제해서 주저 앉힌다든지, 돈과 권력이 결탁해서 제도적인 진입장벽을 만들어, 뜻있는 사업자를 좌절시킨다든지 하는 그런일들이 참 많습니다.
저는 성심당 이야기가 그런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용기를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나눔을 실천하면서, 이웃을 생각하면서, 거래처와 신의를 지키면서, 직원들의 처우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면서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것, 지역 사회에 뿌리내려 시민들과 호흡하는 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서 위로와 격려를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책빵콘서트현재 이 책의 저자인 김태훈님은 직접 성심당의 전폭적인 빵 후원을 받아, 빵을 싸들고 독자분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혹시 근처이신 분들은 만나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