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순례길 시작, 설레기 시작했다

[응답한다1988 ③] 산티아고 순례길 시작 도시 생 장(St.Jean)

등록 2017.01.04 10:51수정 2017.01.0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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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Sants 역
바르셀로나Sants 역 임충만

내일부터는 생 장 피에 드 포르(St. Jean pied de port)부터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까지 걷기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 오늘은 기차와 버스를 타고 프랑스길의 시작점인 생 장(St.Jean)까지 가야 하는데 바르셀로나에서는 기차를 타고 팜플로나까지 가서 팜플로나에서 버스를 타고 약 8시간 정도 걸리는 여정을 떠나야 한다.

긴장하고 있던 터인지 아침 일찍 길을 나서 여유있게 기차역에 도착했다. 아직까지는 나 같은 여행자나 순례자를 보지는 못했고 북적거리는 기차역에서 나 혼자 동양인이라 어색하면서도 괜히 신기함에 들떴다.


스페인 버스 창
스페인버스 창임충만

팜플로나까지는 4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눈도 잠시 붙였다가 창 밖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3월 2일 바르셀로나는 체감상 한국보다 춥지는 않았지만 아직 새싹은 돋지 않았다.

태양의 나라로 잘 알려진 스페인도 뜨거울 땐 뜨겁지만 사계절이 있고 우리나라랑 계절 구간도 비슷하다. 기차를 타고 이동하니 이렇게 편한데 걸을 생각을 하니 예전 사람들은 어떻게 산 넘고 물 건너 이동했는지 모르겠다. 또 맹수를 만날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런 불편함들을 겪어 냈는지 궁금했다.

점심 팜플로나 기차역에서
점심팜플로나 기차역에서임충만

팜플로나 도착 그리고 점심

일찍 호스텔에서 나와야 했기 때문에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먹지 못했고 미리 먹거리를 챙겨놓지 않아서 배가 많이 고파 도착하자마자 역 안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11시 30분경 도착했는데 팜플로나에서 생 장까지 가는 버스는 오후 2시 30분에 있기 때문에 점심을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스페인 음식들은 점차 만나겠지만 메뉴를 보니 친숙한 것들도 있고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 다 잘 맞을 것 같았다. 그리고 행여나 잘 안 맞아도 걷기 위해서는 잘 먹어야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다.


잠깐의 식사시간이 끝나고 젖은 길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다행히 좀 전까지 비가 왔다가 그친 것 같았다. 2시 3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정류장을 물어 물어 도착했다. 팜플로나는 꽤 큰 도시라 볼거리가 많지만 어차피 순례길을 걷다가 지나는 도시이기 때문에 도시산책은 다음을 기약했다.

팜플로나 버스터미널
팜플로나버스터미널임충만

며칠있다가 다시 걸어서 올 도시를 버스 타고 떠나다니 조금 웃기기도 했다. 그냥 여기서부터 순례길을 걸어도 되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으니 버스에 몸을 싣는다.


버스 탈 때가 되어서야  같이 순례길을 걷기 위해 생 장까지 가려는 순례자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사진을 촬영할 땐 몰랐는데 사진 속 순례자와는 나중에 친해져 같이 걷기도 했다.

버스 버스
버스버스임충만

버스를 타고 약 2시간이 넘어서 생 장 피에 드 포르(St. Jean pied de port)에 도착했다. 언제 국경을 넘었는지도 잘 모르는데 EU국가들의 교류가 조금은 부러웠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고 남과 북이 분단돼 자유롭게 넘나드는 나라가 없으니 말이다.

St.Jean pied de port 프랑스길이 시작되는 도시
St.Jean pied de port프랑스길이 시작되는 도시임충만

막상 도착은 했지만 생각보다 참 조용하고 차분했다. 안내 사무소에 길을 물어 순례자 사무소과 알베르게(순례자 숙소)를 찾았다. 순례자 사무소에 가보니 그때서야 무거운 가방을 메고 스틱을 쥔 많은 순례자들을 볼 수 있었다. 나같이 길을 걷겠다고 온 사람들을 보니 매우 반가우면서 어떤 이들과 만나고 걸으며 또 친해질지 설렜다.

다들 순례자 여권(Credential)을 만들기 위해 줄을 서 있었고 내 차례가 와서 이름, 국적, 걷는 이유 등을 작성하고 순례자 여권과 알베르게와 마을간의 거리와 정보가 적힌 종이를 받았다.

St. Jean pied de port 스페인과 프랑스 국경에 위치한 도시
St. Jean pied de port스페인과 프랑스 국경에 위치한 도시임충만

한국인 순례자들

그중 익숙한 얼굴들도 보였다. 바로 나와 같은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다. 여행을 할 때 한국인을 조심하라는 사람도 있고 같은 나라 사람을 만나면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사람도 있으며 또 아예 피해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굳이 외국에서 외국사람들하고만 친해져야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가지는지 잘 모르기에 먼저 반갑게 '한국인이세요?'라고 말을 먼저 건네지는 않는 편이다. 그렇다고 먼저 멀리하지도 않는다. 외국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 귀국 후에도 자주 연락하고 그 추억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타지에서 만난 인연이라 반갑기도 하고 여행을 통해서 같이 쌓은 추억 때문에 감사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프랑스길 알베르게 안에 걸려있던 프랑스길 지도
프랑스길알베르게 안에 걸려있던 프랑스길 지도임충만

저녁도 제대로 먹지 않은 채 쉬기로 했다. 도착하자마자 공항에서 노숙을 하고 다음날에도 아침 일찍 기차를 타야해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는데 당장 내일부터 걸을 예정이니 오늘은 푹 자기로 했다. 거기다가 첫날부터 국경을 넘어 피레네 산맥을 지나야 하기에 체력이 많이 소모될 것이다.

출발 전 날  St. Jean pied de port 저녁
출발 전 날 St. Jean pied de port 저녁임충만

숙소에도 많은 사람들이 첫날이라 그런지 왁자지껄한 분위기보다는 개인정비를 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설레하는 모습이 보였다. 내일은 누구를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여행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헌혈과 골수기증에 관심을 가져줄지 이 걸음이 또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궁금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배낭 순례길에서는 배낭의 무게를 각자 삶의 무게라고도 말하기도 한다
배낭순례길에서는 배낭의 무게를 각자 삶의 무게라고도 말하기도 한다임충만

덧붙이는 글 산티아고 순례길의 출발지는 정말 다양하다. 마드리드, 리스본, St. Jean, 로마 등등 그리고 자기 집 앞에서부터 출발하는 순례자들도 있다. 프랑스길 출발지는 St.Jean pied de port 스페인과 프랑스 국경지역의 프랑스 마을인데 파리-> 바욘 -> St. Jean을 주로 선호하는데 바르셀로나->팜플로나->St.Jean 이나 마드리드->팜플로나->St.Jean 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 여행과 비행기티켓 가격에 따라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다
#산티아고순례길 #스페인 #헌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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