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이사회 참여... 국내 첫 '노동자이사' 나왔다

배준식 서울연구원 연구위원... 이사회 참여 의결권 행사

등록 2017.01.05 14:14수정 2017.01.0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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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1호 노동자이사 배준식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이 5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 집무실에서 임명장을 받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국내 1호 노동자이사 배준식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이 5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 집무실에서 임명장을 받고 기념촬영하고 있다.서울시제공

"국내 1호 노동자이사라니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직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경영진과의 갈등을 원만하게 조정하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노동자가 이사회에 참가하는 '노동자이사(근로자이사)'가 국내 최초로 탄생했다.

주인공은 5일 서울연구원 노동자이사로 임명된 서울연구원 배준식 도시경영연구실 연구위원. 배 이사는 이날 오전 서울시장 집무실에서 박원순 시장에게서 임명장을 받았다.

배 이사는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과 영국 대학에서 석박사를 거친 뒤 지난 2007년부터 서울연구원 도시경영연구실에서 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배 이사의 임기는 오는 2019년 12월까지 3년간이다.

배 이사는 지난달 12일 실시된 직원 투표  결과 53.4%(125명)의 지지를 받아 1위를 차지했고, 30일 이사회 의결을 거쳐 최종적으로 노동자이사로 결정됐다.

노동자이사제는 노동자 대표 1-2인이 이사회에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노동자 경영참여제도이다. 관련 조례에 따라 정원 100명 이상인 13개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은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서울연구원에는 노조가 없고 직장협의회가 있지만 한 번도 직장협의회 일을 맡아본 적 없다는 배 이사는 "전공이 재정, 예산, 회계인데다 민간회사 경력도 있고 해서 주위에서 추천을 받아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배 이사는 "직원들의 기대가 크다"며 "경영진이 아무리 소통을 강조해도 일방통행적 행정에서 벗어나기 힘든 만큼, 노동이사제 도입으로 협치 커버넌스가 자리잡길 바라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또 경영계 일부에서 제기하는 '경영권 침해와 노사분쟁 증가' 우려에 대해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면 오히려 노사분쟁이 감소하고, 기업가치가 상승하며, 원활한 기업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나머지 서울시 투자·출연기관도 이달중 노동자이사 임명 완료

 국내1호 노동자이사 배준식씨
국내1호 노동자이사 배준식씨서울시제공
서울시의 노동자이사제 의무도입기관은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서울시설관리공단 ▲농수산식품공사 ▲서울주택도시공사 ▲서울의료원 ▲서울연구원 ▲서울산업진흥원 ▲서울신용보증재단 ▲세종문화회관 ▲서울문화재단 ▲서울시립교향악단 ▲서울디자인재단 등 13곳. 이중 서울연구원이 가장 먼저 도입된 것이다.

서울연구원과 양 공사 통합을 앞둔 서울메트로·도시철도공사를 제외한 나머지 10곳도 이달 중 노동자이사 임명을 완료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노동자이사제의 도입계획을 발표하고, 뒤어어 시의회도 조례를 제정했다.

노동자이사제는 그간 경영계의 전횡을 막고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등 우리나라 노사관계 정립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제도로 꼽혀 왔으나 '경영권 침해'를 우려하는 경영계의 반대로 도입이 미뤄져왔다. OECD 28개국 중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 18개국에서는 이미 도입, 운영중이다.

노동자이사는 향후 법률과 정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사업계획, 예산, 정관개정, 재산처분 등 주요 사항에 대한 의결권 행사에 참여하며, 타 이사들과 차별화된 근로자 특유의 지식과 경험,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서울시는 도입 이유를 설명했다.

노동자이사는 뇌물을 수수했을 때 공기업의 임원과 동일하게 공무원에 준하는 형법의 적용을 받는 등 법령, 조례, 정관 등에서 정하는 제반사항을 준수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또 이사가 되면 노동조합을 탈퇴해야 하며, 무보수이되 이사회 회의참석수당 등 실비를 받는다.

박원순 시장은 "노동이사제 도입은 노사관계의 패러다임을 대립과 갈등에서 협력과 상생으로 바꾸고, 소통의 단절과 갈등에서 오는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새로운 노사간 협치시스템의 실현으로 더 편리한 대시민 서비스를 제공하고 경영의 투명성을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배준식 #서울연구원 #노동자이사 #근로자이사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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