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강요에 불복종 합니다!"행자부가 발표한 출산지도의 폐기를 촉구하는 '시민불복종행동'의 시위 피켓이다.
이은진
김씨가 참여한 출산지도 항의 1인시위를 조직한 곳은 '시민불복종행동'이란 모임이다. 이 모임은 여성단체도, 영리단체도 아니다. 지난 연말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시민들, 그중에서도 '비폭력 프레임을 넘어 불복종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데에 뜻을 같이한 시민들이 카카오톡 대화방에 참여해 자유롭게 토론을 하기 시작한 것이 이 모임의 출발점이다.
이 모임은 매주 촛불집회에 자신들의 깃발을 들고 참여하고 있고, 새로운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3일 청운효자주민센터 앞에선 청와대 방면 행진을 원천봉쇄한 경찰에 항의하는 뜻으로 국화꽃을 던졌다. 12월 31일 '송박영신' 촛불집회에선 '부역자들에게 돌팔매질하기' 이벤트를 열어 많은 시민들이 참가하기도 했다. 이 모임은 아르바이트비 84억 원을 미지급한 것으로 드러난 이랜드그룹에 대한 불매운동을 온라인에서 진행하고 있다.
김씨와 함께 시민불복종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남아무개(30)씨는 "우리 모임에서는 조금 더 우리가 일상 속에서 불복종할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평범한 시민으로서 하나라도 참여하고 목소리를 낼 방법들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촛불집회를 계기로 SNS에 모인 보통의 시민들이 단순히 '박근혜 하야'만을 외치는 게 아니라,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사회의 부조리에 적극 저항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관심의 폭을 넓히고 저항의 대상을 넓히고 있다. 이 모임의 활발한 활동이 얼마나 유지될지, 어떻게 발전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시작된 촛불집회가 새로운 '시민행동'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다음은 남씨와 '시민불복종행동' 모임에 대해 나눈 일문일답이다.
- '시민불복종행동'이란 무엇인지 설명해달라. "11월, 한창 촛불집회가 있던 시기에 매우 많은 시민이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그 시위에선 평화적으로, 질서 있게, 합법적으로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습니다. 더욱더 자유롭고 폭넓은 의사 표현이 가능한, 이른바 '비폭력 프레임'을 깨뜨리고 조금 더 적극적인 시민의 목소리를 내면서 저항하는 모임을 하고 싶다는 분들이 SNS를 통해 모이게 되었습니다. 현재 약 100명 정도가 모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 출산지도 항의 1인 릴레이 시위를 시작하게 된 이유(시위 목적)는 무엇인가. "지난해 12월 29일 행자부에서 가임기 여성 지도를 게재했습니다. 사실상 국민을 국가의 발전을 위한 도구로 생각하고 인구를 계속 생산하기 위한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위 피켓에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는 것이냐' 등의 문구를 사용해 이런 생각을 거칠게 표현했습니다. 시민의 자유의지와 신체의 자유 등을 억압하고 국가의 도구가 되길 강요하는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목적입니다."
- 박근혜 하야 촛불집회에서 시작된 모임이다. 정권을 비판하는 것 외에 여러 방면에서 목소리를 내는 이유가 무엇인가. "모임에서 '우리가 일상 속에서 불복종할 수 있는 활동이 더 필요하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노동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동조합에 가입되어있거나 관련된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무엇인가에 참여하는 것이 어렵잖아요. 평범한 시민으로서 하나라도 참여하고 목소리를 낼 방법들을 저희가 찾고 있는 겁니다. 이번에 (저희 모임에서 진행했던) 이랜드 불매 운동은 같은 것은 온라인 행동이지만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해 진행했습니다."
- 이 시위를 통해 사람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사실 여성분에게 더 중요한 이슈이기도 하지만 성별 구분 없는 모두의 문제라는 생각도 많이 하시는 것 같습니다. 시민보다는 (정책을 만드는) 당사자인 행자부 공무원들이 많이 보셨으면 합니다. 저출산 문제가 여성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되는 문제라는 것을 많은 분들이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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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으로 모인 촛불, 카톡 타고 '출산지도'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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