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기자들 만난 박근혜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첫날인 1일 오후 청와대 상춘제에서 출입기자단과 신년인사회를 겸한 티타임을 갖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뒤 청와대 참모진과 탄핵심판 대리인단 외에 외부인을 만나는 것은 23일 만이다. [ 청와대 제공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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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올해 상반기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규정할 새로운 판짜기가 진행되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임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우리의 요구는 '박근혜 퇴진'이 아니라 '박근혜 정권 퇴진'이다. 나아가 오늘의 박근혜를 가능하게 했던 체제의 변화까지 나아가고자 한다. 지금까지 박근혜 퇴진은 기정사실로 굳히고 있다. 오로지 추운 겨울에도 매주 토요일 광장을 지켜온 시민들의 힘이 아닐 수 없다. 그 힘으로 국회를 탄핵으로 견인했고, 지금은 특검과 헌재를 견인하는 중에 있다.
그렇지만 이후 박근혜 정권 퇴진이나 나아가 잘못된 '불평등, 불공정, 불의한 3불 체제'를 바꾸는 일을 책임지고 나서야 하는 정치 주체가 아직은 형성되어 있지 않다. 광장의 시민들의 힘이 거기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탄핵 다음에 곧바로 닥칠 19대 대선, 대선에 나서는 후보들 중에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서 광장의 시민들은 흩어지고 새 판짜기는 결국 새 대통령의 의지에 달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거기에 정치권의 논의에 따라서 개헌국면이 펼쳐질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국민들은 먼저 박근혜 정권의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헌을 할 거면 대선을 먼저 치르고 차기 정권에서 시민들의 참여 하에 아래로부터 개헌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개헌을 하기 전에 먼저 켜켜이 쌓인 적폐부터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당장의 개혁부터 근본적 개혁까지 그렇다면, 박근혜 정권 퇴진, 나아가서 체제를 바꾸는 새 판짜기는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먼저 '박근혜 표 나쁜 정책'의 중단과 폐기이다. 매주 주말 촛불광장을 이끌고 있는 박근혜정권퇴진국민행동은 6대 긴급현안 과제를 설정해서 이것부터 폐기하거나 시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1월 중에 이들 과제들이 해결되고 2월 임시국회에서는 개혁입법과제들이 처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역사국정교과서를 중단한다든가 사드 배치를 중단하는 것, 노동시장을 더욱 황폐화하게 만들 성과연봉제 같은 것들은 당장 중단되거나 폐기되지 않으면 그대로 정책이 시행되는 사안들이다. 이들은 모두 국민들의 의사와는 반하는 방향에서 대통령과 측근들의 사심에 의해서 결정되고 추진되었던 것들이다. 아울러 세월호 특별법 재추진, 백남기 특검 추진, 방송장악법의 개정으로 공영방송을 정상화하는 사안 등이다. 어디 이것만이겠는가. 박근혜 4년 동안 저지른 온갖 악행들을 찾아내고 되돌려서 정상화하는 일이 필요하다.
둘째로 중요한 게 인적 청산이다. 김기춘과 우병우와 같은 세력들, 정권에 돈을 갖다 바치고 자신들의 사익을 채운 재벌총수들과 같은 이들을 공직에서 추방하거나 처벌하는 일이다. 인적 청산이 되지 않으면 언제고 다시 부패한 권력이 특권층이 되어 민주공화국을 파괴할 수 있다.
셋째는 국가기구의 개혁이다. 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 사법부, 공영방송 등의 개혁들이 뒤따라야 한다. 이들 기구와 기관들을 활용해서 민의를 왜곡하고, 조작하였고, 정권 반대세력에 대한 탄압을 일삼았다. 김기춘 일당이 청와대를 옛 유신 시절의 중앙정보부처럼 운영하면서 이들 기관을 앞세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불법을 저질렀다. 비대한 청와대의 구조를 혁파하는 일도 필요하다.
이런 세 가지 차원의 개혁이 우선적으로 또한 동시적으로 진행되면서 미래의 민주공화국에 대한 상을 아래로부터 광범위하게 모아내고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 이번의 시민혁명은 혁명이라는 이름에 값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위의 과제들은 진짜 새 판짜기를 위한 전제일 뿐이다. 지금 우리는 정치체제만이 아니라 경제 시스템마저도 새로 짜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에 몰려 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다시 헬조선의 비극적인 국가를 넘을 수 있겠는가.
이런 적폐청산에서부터 개혁을 통한 새판 짜기는 어떻게 가능할까? 광장에 모여서 구호를 외치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아래로부터의 제안과 토론이 전국에서 광범위하게 이어지고 그들 토론의 결과를 집약된 요구로 만들어 정치권을 압박해서 관철해가야 한다. 그래야 정치권이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이해관계로 한정해서 진행하는 개헌을 막을 수 있다. 새판을 짤 수 있는 기회가 열렸는데, 그를 위한 힘의 결집이 필요하다. 올 1,2월에는 적폐를 청산하고, 개혁으로 나아가서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때는 기다리지 않는다. 과연 이번의 시민혁명이 이런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 우리사회 진보진영이 짊어진 중차대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다시 "죽 쒀서 개 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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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 '적폐' 청산? 이것부터 먼저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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