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 씨. 그는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값을 주고 커피를 수입하고 있다.
심규상
널찍했다.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 바닥과 천장 사이. 주방까지 모든 공간은 훤히 공개돼 있다. 기다란 한쪽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은 온 공간에 퍼졌다.
곳곳에 걸린 글귀는 마음마저 편안하게 했다. 벽에 새긴 '더불어 삶', 'STOP GLOBAL WARMING'(지구 온난화 그만) 등은 카페가 추구하는 철학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했다.
대전 노은동에 있는 카페 '종' (대전광역시 유성구 노은1동) 실내 풍경이다. 이영애씨가 지난 2015년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지구에서 가장 비싼 커피"를 팔고 있다. 비싸기로 소문난 루왁 커피는 아니다. 일반적인 커피 품종 중 가장 비싸다는 얘기다.
이곳에서 취급하는 커피콩은 향긋한 꽃향기에 초콜릿 맛이 우러나는 버번 종이다. 물론 아라비카 종이다. 커피는 크게 향미와 질이 좀 떨어지는 로부스타종과 아라비카종으로 나뉜다. 아라비카종은 로부스타종에 비해 생육 조건이 까다롭고 병충해에 취약해 키우기가 까다롭다.
"다른 공정무역 커피보다 1.5배 더 주고 수입"평범한 아라비카종인데 왜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것일까?
"제가 취급하는 커피는 남미 에콰도르에서 재배한 공정무역 커피입니다. 산지 생산 농민들에게 제값을 주고 사들인 커피죠. 일반 커피 수입상들이 커피 생두를 기준으로 킬로그램당 4불 정도를 주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공정무역을 하는 시민단체 등에서 사들이는 가격은 6불 정도입니다. 저는 그보다 많은 8불 정도를 주고 사옵니다." 다른 공정무역 커피보다도 1.5배를 더 주고 사들인다는 얘기다.
"농작물 중 담배와 커피에 특히 농약 사용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비옥한 토지에서 잘 자라는 만큼 화학비료도 많이 쓰죠. 이 커피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유기농 커피입니다. 해발 1800~1900m 고지대에서 재배해요. 에콰도르 대회에서도 1위를 차지했어요."
유기농이라고 하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커피'인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다른 유기농 커피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커피 생산과 유통 과정을 보면 경제 불평등을 그대로 설명해 주고 있어요. 실제 생산 농가는 다국적 기업들에 킬로그램당 1달러도 안 되는 헐값에 내주거든요.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죠. (그래서 우리는) 다국적 기업의 농가 착취형 방식을 거부합니다. 커피 생산 농가와 직거래로 소규모 농가에 적정한 소득을 보존해 주는 공정무역 방식을 고집하죠. 커피 생두를 살 때 시가보다 높은 수준의 최저 가격을 보장합니다. 그러면서도 소비자에게는 거품을 뺀 가격으로 공급합니다. 이윤이 아닌 지속 가능한 삶이 목적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