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투성이' 대전 하나로원자로 내진 보강 공사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진실을 밝혀라

등록 2017.01.20 14:40수정 2017.01.2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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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하나로원자로 내진설계의 문제점을 두 번의 연재를 통해 알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채택에 대한 문제와 검증실험에 대한 문제를 살펴봅니다.<기자말>

최근 한반도의 잇단 크고 작은 지진의 영향으로 원자력 시설 내진 설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 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를 다룬 영화 '판도라'의 개봉으로 원자력 시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우려와 불안으로 증폭되고 있다. 원자력 시설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는 후쿠시마 사태와 국내 원전비리 등으로 하락했으며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오전 대전시청 기자회견장에서 대전환경운동연합은 현재 제기되고 있는 하나로원자로 내진 보강 부실 공사의 의혹들을 관련 전문들과 함께 짚어보고, 원자력연구원의 철저한 정보공개와 정확한 해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원자력연구원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실험에 반대하는 '핵재처리실험저지 30km연대'가 지난 17일 출범하며 원자력연구원에 대한 안전에 관심은 지역사회의 핵심이슈가 되고 있다(안전검증 안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실험 중단하라).

대전에는 연구용 하나로원자로가 운영 중이다. 30MW 규모의 원자로가 23년이나 가동을 해왔다. 하지만 2015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내진보강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최근 내진보강공사가 제대로 된 검증 없이 부실시공되고 있다는 의혹이 2016년 연말부터 지역 언론과 대전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단체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원자력연구원은 기밀시설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명확한 자료 제시 없이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대전 '하나로원자로'내진보강공사 부실논란).

현재 원자력연구원의 내진보강공사는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의 원전시설에 대한 내진 평가 결과에 따른 것이다. 대전의 하나로원자로의 경우 건물 외벽체의 일부가 내진 설계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와 작년(2016년) 2월부터 보강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애초 완공 시점은 8월이었다.

하지만, 10월로 연기되더니 12월로 또다시 연기하고, 올해 1월에도 끝마치지 못한다는 원자력연구원의 발표가 있었다. 완공 시점이 늦춰지는 것에 대한 의문은 쌓여갔지만, 더 튼튼하고 안전하게 공사하려고 시간이 지체되는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연일 꼬리를 물고 올라오는 기사 자료와 제보 등에 의하면 하나로원자로의 내진 보강 공사가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제보 자료와 여러 경로로 어렵게 입수한 관련 자료들을 토대로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을 중 몇 가지를 분석해보려 한다.


내진보강공사 설계단면도 설계단면도
내진보강공사 설계단면도설계단면도이경호

내진 보강 설계 방식의 채택 문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내진 보강 공사는 기존 벽체에 관통 구멍을 뚫고 철제빔을 벽체의 내외부에 고정하는 하이브리드 트러스 공법이다. 건물 벽체에 1800여 개의 구멍을 뚫어 하나로원자로 벽체 내부와 외부에 철제 보강물을 수평으로 덧대 수평적 힘을 보강하는 방식이다. 기밀성이 특히 요구되는 원자로의 격납 건물에 굳이 수많은 구멍을 뚫어가며 보강하는 방법을 선택한 이유가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1800개의 펑크가 난 타이어가 새것보다 안전할리 만무하다.


특히 이 공법은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시도하는 것이다. 설계업체인 제이스코리아 정영운 대표이사는 원자력시설에 하이브리드 트러스 공법으로 내진보강공사를 진행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이충성 한국원자력연구원 하나로원자로 운영부장은 '최선의 방법이었던 기초를 세우고 외부에 벽을 다시 세워 시공하는 방법은 기간과 비용 문제로 선택하지 못했고, 현재 시공하는 방법은 설계업체의 아이디어에서 착안하여 채택했다'고 말했다.

내진보강공사 진행경과 진행경과를 확인할 수 있다.
내진보강공사 진행경과진행경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경호

그런데 아이디어로 출발한 공법을 확정하는 데 불과 3개월여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2015년 3월 19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내진보강요구가 있고 난 뒤 7월 내진 공사 방법을 확정했다. 공사 방법이 확정된 이후 시공업체를 선정했다는 과정과 비교하면 설계업체의 아이디어에서 착안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시기적 검증이 필요하다. 아무튼, 원전시설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철저한 검증과정이 필요하다. 수많은 고려요소를 3개월 만에 검토하고 방법을 확정할 수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하나로 원자로 내진 보강 공사 방법이 확정된 것은 2015년 7월이지만 내진보강검사 검증 시기는 2016년 2월 29일에서야 진행됐다. 거기에 착공일은 2016년 2월 15일이다. 착공 이후에 내진보강검사 검증을 진행한 것이다. 최대한 안전을 책임져야 할 원자력연구원이 검증도 하지 않은 채 착공을 한 것이다.

그 전 설계과정 역시 9월에 설계업체를 선정하여 약 1월까지 모든 설계를 완성했다. 시뮬레이션까지 검증을 마쳤다고 하니 채 1년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사전조사와 방식 확정 설계와 시뮬레이션까지 검증을 마친 것이다. 단순한 아이디어가 시공되기까지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진행되는 게 가능한 것인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실제 시뮬레이션만으로 설계를 완공한 것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실제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에 대한 원자력연구원은 공사와 동시에 인허가 과정 중에 추가로 요청된 보강방법에 대한 검증 실험을 별도로 실시한 것이며, 변경허가 승인 전까지는 공사를 위한 준비 작업(비계설치, 건물 외장재 철거, 내부기기 보양 등)만을 진행했으며 본 구조 공사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이 떨어진 뒤에 진행했으니 절차상의 문제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하나로 내진보강공사 방법(설계)은 원자력 발전소에 사용하는 구조설계용 전산 코드를 이용해 전문회사에서 설계했으며 시뮬레이션으로 확인되었으니 사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추가 검증까지 한 것은 문제가 아니라는 태도다.

하지만 원자력 선진국인 해외는 우리나라와는 매우 다르다. <중도일보>의 취재 결과, 프랑스 연구용 원자로(HFR)의 경우도 내진보강 공사를 진행한 사례가 있다고 한다. 2년간의 내진 보강 작업에 대한 설계와 검증 기간을 거쳤고 3년간의 시공을 통해서 완공했다고 한다.

하나로원자로는 고작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이 모든 공사를 마치려고 한 것이다.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시공사례도 없는 공법을 진행하는 기간이 고작 1년도 되지 않은 것이다. 내진 보강 방식은 다를 수 있어 직접적인 비교에 무리는 있을 수 있겠지만, 자료를 취합해 볼 때 성급하게 진행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내진보강공사 실험과정 누르는 압력실험만 진행했다.
내진보강공사 실험과정누르는 압력실험만 진행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내진 보강 검증평가의 부실

의혹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내진 보강 공사 검증의 실효성 부분에도 의혹은 제기된다. 지진 발생 시 진동의 방향은 상하, 좌우로 진행된다. 하지만 내진 보강 공사 검증의 영향평가는 실험체를 눕힌 후 위에서 압력을 가하는 즉, 수평적 압력측정만 시행하였다. 왜 수직 방향과 움직이는 진동에 대한 영향평가는 하지 않은 것인지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강한 진동이 발생하는 지진을 보강하는 공사에 누르는 수평적 압력측정 방법만 시행한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원자력연구원은 하이브리드 트러스의 구조보강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 시설인 대형 가진기가 국내에 없다며, 실 크기(기둥과 기둥 간의 벽체 일부 구간)의 실험체를 제작해 기준 지진 시 가해지는 최대하중을 고려했다고 한다. 벽체의 수직적인 힘은 문제가 없어 부족한 수평적 힘을 보강하기 위해 이 공법을 적용하였고 실험 결과보강 방법이 유효하고 보강한 후에는 보강 전보다 10배 이상 내력증가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신명호 박사는 "일반적인 지진 및 진동실험은 가진기를 통해서 영향평가를 한다. 압력평가와 지진실험은 다르다고 주장하며, 상하의 움직임이 없는 압력에 얼마나 견딜 수 있는가를 측정한 것이기에 내진실험이라 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대전대 토목공학과 허재영 교수도 "이것보다 더 큰 구조물인 댐도 내진평가를 할 때 돈이 좀더 들어가도 실험 시설이 있는 일본에서 진행한다"며 "우리나라에 없으니 할 수 없다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며 원자력연구원의 입장을 일축했다.

이렇게 불거진 의혹이 해결되지 않은 채 원자로가 재가동 된다면 시민들의 불신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제대로 된 검증절차를 걸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원자력 사고는 매우 치명적인 사고이기에 시민들에게 신뢰와 합의를 통해 재가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원자력연구원 #내진보강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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