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에르 거리
김종성
(비록 관심은 없었지만) 슬쩍 가게 안을 둘러본 후 주인에게 사진을 좀 찍어도 괜찮겠냐고 물어봤다. 예상대로(?) 흔쾌히 허락을 해줬다. 어라? 그런데 한 가지 제한이 달라붙었다. 오로지 딱 한 장만 찍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뭐지? 물건을 안 사서 그런가? 에이, 괜히 말했나?'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갔지만, 주인이 그렇게 하라는데 어쩌겠는가.
사실 여기에서 찍어도 그만 안 찍어도 그만이었지만, 한 장만 찍으라는 말을 듣자 괜시리 고민이 됐다. 멋쩍은 웃음을 짓고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구도로, 무엇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을까. 결국 진열된 상품들이 아닌 입구 쪽의 데코된 장식품들을 찍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곤 '메르시'라는 인사를 남기고 최대한 침착한 걸음으로 가게 문을 열고 나왔다.
여행을 하다보면 굳이 '말'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어떤 날은 거의 한마디도 하지 않고 보내기도 한다. 그게 가능할까 싶지만, 실제로 그렇다. 음식점에서 주문을 하거나 티켓을 구입하는 상황을 제외하면 말이다. 물론 가능하다. 말을 하지 않고도 여행은 성립된다. 그러나 좀더 생생한 경험을 위해서는, 좀더 풍성한 여행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들과 '말'을 섞어야 한다.
숙소에서 마주친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도 하고,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아는 길도 괜히 물어보고, 가게에 들어가 물건을 사는 척 가격도 물어봐야 한다. 그 '부딪침'은 어떤 경우라고 하더라도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니 말이다. 여행에선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행동들을 해봐야 한다. 돌이켜 보면, 좀더 적극적으로 그 순간들에 빠져들지 못했던 것이 후회가 된다. 왜, 어째서 나는 쭈뼛쭈뼛 소심한 여행자처럼 굴었을까. 바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