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정력제' 상무, 대표이사에게 "경영 간섭 말라"

(주)송도에스이, 성희롱 피해자 부당전보... 문제제기 대표·국회의원엔 '문자폭탄'

등록 2017.01.25 11:24수정 2017.01.2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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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의 불법도급 의혹이 제기됐던 사회적기업 (주)송도에스이(SE)에서 성희롱뿐만 아니라 부당전보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성희롱 피해자가 부당전보 피해까지 입었던 것이다(관련기사 : "남편 '정력제' 먹인 뒤 보고하라" 사회적기업 임원의 성희롱).

성희롱 피해자 K씨는 가해자 A 상무가 지난해 5월 16일 "즉시 E&C 현장으로 가라"고 인사를 하자, 부당전보라며 8월 11일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E&C 현장은 포스코건설 본사 건물청소를 뜻한다. A 상무는 포스코 출신이다.

지난해 11월 10일 인천지방노동위는 5월 16일 전보는 "부당한 전보"라며 피해자를 "원직에 복직시키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A 상무는 대표이사의 동의 없이 12월 13일 중앙노동위에 재심을 청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피해자 K씨는 "E&C 현장으로 발령해놓고도 일을 시키지 않고 식물인간 취급하며 업무에서 배제시켰다. 회사에 나가도 일이 없다. 그냥 목석처럼 앉아 있어야 한다.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그래서 지난해 9월 산업재해를 신청해놓고 쉬고 있다"고 말했다.


송도에스이  포스코가 설립한 사회적기업 '송도에스이'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송도에스이 포스코가 설립한 사회적기업 '송도에스이'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김갑봉


대표이사 재심 철회 문의에, "대리인과 상의해라"

송도에스이는 포스코가 2010년 4월 설립한 사회적기업으로, 주로 북한 이탈 주민을 고용해 송도에 있는 포스코 연구개발(R&D)센터와 포스코 E&C타워의 건물 관리와 청소를 대행하고 있다.

포스코는 송도에스이를 설립하면서 지분의 40%를 사회공헌 형태로 인천YWCA에 증여했고, 대표이사를 인천YWCA 회장이 맡게 했다.

대표이사는 전보가 부당하다고 여겼던 만큼, 인천지방노동위의 결정을 수용해 중앙노동위에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 없었다. 그래서 부당전보 재심 청구 철회를 문의했다. 그런데 중앙노동위는 "대리인과 상의해서 법인을 대표하는 자가 철회를 요청하라"고 했다.


대표이사인 인천YWCA회장은 대리인에게 위임한 적이 없는 데다, 본인이 당사자인 대표이사이기에 황당했다. 중앙노동위에 '대표이사가 노무사에게 위임'한 형태로 재심을 청구한 이는 A 상무였다. A 상무가 대표이사의 명의를 도용한 셈이다.

하지만 재심을 청구한 A 상무의 입장은 회사 경영권이 자기한테 있으니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오히려 지난해 12월 30일 대표이사에게 '경영에 간섭하지 말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A 상무가 보낸 내용증명을 보면, "회사의 상무에 종사하지 않는 대표이사의 일방적인 처신으로 중대한 경영현안에 (중략) 어려움을 느껴 의견을 표명한다. (중략) 회사에 대한 문제는 먼저 다른 경영진과 상의해 더 이상 경영 질서가 문란되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했다.

그는 인천지방노동위의 결정에 대해서는 "지방노동위의 결정은 기초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근로자의 일방적 주장을 여과 없이 수용했을 뿐만 아니라, 국정감사 등을 통한 정치적 외압조차 의심되는 상황에서 나온 잘못된 결과"라며 "그래서 중앙노동위 재심으로 정당한 판결을 구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아울러 대표이사가 부당전보 피해자를 복직 조치하거나 중앙노동위에 재심 청구 취하를 신청할 경우 "그로 인한 결과는 전적으로 대표이사가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영권 근거' 업무협약 법적 효력 논란

A 상무는 포스코가 송도에스이 설립 후 2012년 12월 인천YWCAㆍ사회적기업지원네트워크ㆍ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ㆍ송도에스이 등과 협약한 '사회적기업 지원을 위한 업무협의록'을 근거로 송도에스이 경영권이 자기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업무협약을 보면 '성공경영과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상호협력관계 속에 최선을 다하며, 대표이사의 위임을 통해 일상경영 활동에 대해서는 상임 임원(상무이사)이 수행한다'고 돼있다. 통상 상무이사는 포스코 출신이 맡아왔다.

A 상무는 이를 근거로 경영권이 자기한테 있어 재심을 청구한 것이니 문제없다는 것이고, 대표이사는 경영에 간섭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양해각서는 법적 효력이 없기에, 양해각서 수준의 업무협약에 대한 법적 효력 논란이 일기 마련이다. 특히, 위임한다고 해도 개인과 법인 대표이사의 고유권한은 제한할 수 없게 돼있다.

또한,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가 고용노동부를 통해 회사를 상대로 법적인 책임을 물으면 대표이사가 남녀고용평등법상 책임을 지게 돼 있다. 아울러 중앙노동위 판결이 확정돼 이행강제 등의 과태료가 발생할 경우에도 대표이사에게 부과된다.

우리에게 민주적이고 온화하신 상무님?


대표이사는 A 상무로부터 경영에 간섭하지 말라는 내용증명만 받은 게 아니다. 대표이사는 송도에스이 직원들로부터 지속되는 항의성 문자메시지에 시달리고 있다.
송도에스이 송도에스이 직원들이 대표이사와 박찬대 국회의원 등에게 보낸 메시지 안내문.
송도에스이송도에스이 직원들이 대표이사와 박찬대 국회의원 등에게 보낸 메시지 안내문.김갑봉

대표이사뿐만 아니라 송도에스이 사태 해결에 관여했던 더불어민주당 박찬대(연수갑) 국회의원과 보좌진에게도 협박성 문자가 전달됐다. 기자가 송도에스이 관계자로부터 입수한 문서에는 직원들에게 메시지 보내는 방법을 예시하고 있는데, 이 안내문에는 받는 사람의 전화번호와 예문도 제시돼있다.

"저는 송도에스이에 입사한 지 만 O년 O개월 된 OOO입니다. 저는 이번 김OO 부당전보 복귀명령에 대한 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이의가 있어서 이 글을 씁니다"로 시작하는 이 메시지는 "우리는 허위사실로 그동안 우리에게 민주적이고 온화하신 상무님 명예를 실추시키고 근 1년 동안 회사를 혼란에 빠트려 회사의 모든 행사들을 하지 못하게 하고 (중략) 우리의 진정서나 의견을 전혀 듣지 않고 일을 처리한 일이 너무나도 부당하다 생각합니다"라고 이어진다.

이 대목에서 성희롱 가해자이자 부당전보 발령 당사자인 A 상무는 "민주적이고 온화하신 상무님"으로 승화된다.

이어진 내용을 더 보면, "이러한 사실을 더 조사하고 막아주어야 할 대표(이사)와 국회의원이 이런 결정을 이끌어낸 사실이 정말 야속하고 한심스럽고 비탄에 빠져들어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중략)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더한 행동도 불사하겠습니다"라고 끝을 맺는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포스코의 불법도급 의혹을 제기한 뒤, 이번 송도에스이 내 성희롱 사건과 부당전보 사건 해결까지 피해자를 돕고 있는 정의당 이정미(비례, 환경노동위원회) 국회의원은 포스코의 정상화 조치와 고용노동부의 시급한 조사를 촉구했다.

이정미 의원은 "포스코는 송도에스이의 저임금 노동력으로 자신들의 업무(주차ㆍ청소ㆍ사무보조 등)를 수행했다. 포스코는 송도에스이에 (자사의) 퇴직자를 상무로 배치하고 1억 원이 넘는 연봉을 주면서 지난 5년간 영업손실(5억 6000만 원)을 국고보조금(15억 원)으로 메웠다. 포스코는 송도에스이의 정상화 조치를 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서 "또한 고용노동부는 포스코가 송도에스이에 자행한 불법도급(파견) 인력운영과 성희롱, 부당전보 등 노동관계법 위반 사건을 빨리 조사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송도에스이 관계자는 24일 "업무협약록에 경영권이 상무이사에게 위임 돼 있다. 이에 근거해 중노위에 재심을 청구한 것"이라고 한 뒤, "25일 대표이사가 소집한 이사회가 열린다. 이사회에서 재심청구 철회를 비롯한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한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포스코 #사회적기업 #송도에스이 #이정미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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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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