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함께 방문단원들이 힐스버러참사와 킹스크로스화재사고 유가족들을 인터뷰하고 있다.
우리함께
"세월호 같은 재난이 일어났을 때 중앙정부가 모든 상황을 틀어쥐고 컨트롤하는 시대는 이제 지났습니다. 그 지역을 잘 아는 지역사회가 중심이 되어야죠."경기도 안산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을 지원하는 10개 복지관들의 네트워크 '우리함께'의 박성현(38) 사무국장은 지난 25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박 국장 등 우리함께의 사회복지사 7명과 수퍼바이저 1명 등 모두 8명은 지난 13일부터 22일까지 8박 10일 동안 영국 연수를 다녀왔다.
지난 3년간 세월호 참사로 인해 슬픔과 어려움을 당한 유가족 지원 활동을 벌이면서 비효율성과 부조리를 절실히 느꼈던 이들이 영국에서 그 해답을 찾기 위한 것이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가 주최하는 '사회복지사 역량강화 해외연수 공모'에 응모하여 이루어졌다.
"상담사 1000명 뽑아 2시간 교육 후 현장 투입하더라""참사가 발생한 직후 전국에서 자원한 1000여 명의 상담전문가들이 안산에 모였어요. 그런데 '트라우마란 무엇인가', '트라우마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등 2~3시간 교육하더니 바로 현장에 투입되는 거예요. 다들 뭐라도 돕고 싶어서 오신 분들이겠지만, 이 분들이 그 엄청난 슬픔을 가진 사람들을 제대로 '상담'할 수 있을까요."더 황당한 것은 대부분 중앙정부에서 뽑은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다 보니 일정 시간이 지나자 한꺼번에 썰물처럼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상담 연구의 좋은 사례로 생각하고 온 경우도 있더라는 것.
"상담을 하는 사람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애도 상황에 충분히 공감하고 배려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시 텄던 관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어 유가족들이 지역사회에 오랫동안 남을 수 있어야 하는데 타 지역 사람들에게 그런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죠."피해자 부모들이 팽목항에 가 있느라고 집에 남겨진 노부모나 아이들을 위한 지원이 시작됐지만,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구호물품을 보내다 보니 현장에서는 전혀 쓸모없거나 물품이 훼손되는 경우도 많았다.
치약, 칫솔, 비누같이 자연재난에나 적합한 구호품이 전달되기도 하고, 대기업에서 보낸 구호식품들은 대부분 레토르트 식품, 편의점 도시락이 많았다. 두께가 얇다보니 배달하다 음식물이 섞이기도 하고 날이 더워지자 상한 상태로 도착하기도 했다.
이같이 뒤죽박죽인 상황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는 박 국장은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컨트롤하는 재난 대비 활동에 사회복지사들이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