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을 방문해 바둑프로그램 제니스고 6(Zenith go 6)과 대국을 하고 있다. 왼쪽은 유창호 한국기원 사무총장, 오른쪽은 이창호 기사.
이희훈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원래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출신의 교육자이기도 했지만 정치권에 입문한 후에도 교육을 향한 열의를 보여왔다. 지난해 총선 이후 국민의당은 상임위원장 자리 2곳을 가져올 수 있었다. 이때 안철수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를 가져와야 한다고 적극 어필했다. 자기 자신이 배정받을 상임위 1지망에도 교문위를 쓰고 2, 3지망은 그냥 공란으로 남겨둘 정도였다.
그만큼 "교육혁명"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6일, 그는 국회 원내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교육혁명론의 내용을 구체화했다. 연설 내용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우선 그가 보기에 현재 대한민국은 이화여대 정유라씨 특혜 사건,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드러났듯 '공정'함과 '자유'가 위협받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책임'지는 지도자가 없다. 이렇게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하고 "나라 곳곳에 공정, 자유, 책임의 가치가 뿌리내리도록 해야"한다는 게 그의 명분이다. 물론 실리 차원에서도 교육혁명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현재 우리 앞에 닥쳐온 "4차 산업혁명은 여러 분야의 첨단 기술들이 한꺼번에 발전하고 융합하는 혁명"이다. 분야별 경계가 사라지고 일자리가 급변할 것이다. 기존 일자리들은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들이 생길 것이다.
위기인 동시에 기회인 것이다. 안철수가 보기에, 이 변화는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실패한 이유는 "정부에서 지휘하다 보니 민간의 자율성을 빼앗고 새로운 시도들을 위축시켰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럼 정부는 뭘 해야 할까.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교육 혁명을 통한 인재 양성"이다.
그는 대한민국이 "교육을 통해 기적을 만들어온 나라"이지만 "낡은 교육 시스템은 한계"에 부딪쳤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교육부를 폐지하고, 초중고 및 대학 교육을 창의교육으로 전환하고, 평생교육 강화로 중장년층에게도 배움의 기회를 넓혀야 한다고 본다. 그는 현 교육부 체제로 인해 장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 정책이 바뀌고 학교의 자율성을 빼앗아 창의교육을 막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안철수의 제안, 교육지원처 체제로의 재편대안은 국가교육위원회 및 교육지원처 체제로 재편하는 것이다. 교육위원회에 "교사, 학부모, 여야 정치권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매년 향후 10년 계획을 합의하고 "교육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그는 더 나아가 "근본적인 변화"도 필요하다고 부르짖는다. "창의교육, 대학입시로 왜곡된 보통교육의 정상화, 사교육의 혁명적 감소"를 위해서는 학제 개편이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만 6세부터의 교육을 만 3세부터로 바꾸고 유치원 2년, 초등학교 5년, 중학교 5년, 진로탐색학교 또는 직업학교 2년, 대학교 4년 또는 직장으로 이어지게 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생산 가능 인구(15~64세)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아이들의 사회진출을 앞당기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 개편안의 핵심은 "보통교육과 대학교육을 분리함으로써 보통교육을 정상화"하고, 아이들이 "창의적으로 사고하며 인성을 배우고 타인과 협력하여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가르치는"데 있다. 중학교를 졸업하면, 진로탐색학교에 진학한 후 대학으로 진학할지, 직업학교로 진학한 후 직업훈련을 받고 직장에 다닐 것인지 선택해야 할 것이다.
안철수는 이중 어떤 길을 선택해도 사교육이 필요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성적이 아닌 학점이수로 학생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전자를 졸업하면 자격고사인 수능을 통과한 후 학생부 제출과 면접을 통해 대학에 입학할 수 있고, 후자를 졸업해도 산업체에서 일정 기간을 일하면 학생이 원할 때 쉽게 대학에 진학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거다.
필자는 대선 주자 중 안철수만큼 일관성있게 교육 문제에 집중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가 마침내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하고 "나라 곳곳에"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이 뿌리내려야 한다고 부르짖을 때는 소름까지 돋았다. 필자도 이러한 기본 인식에는 동의하기 때문이다. 그는 교육이 사람들의 의식구조를 바꿀 수도 있는 무서운 힘을 가졌다는 것을 '진지하게' 인식한 후보다.
그런데 바로 그 때문에 더욱 엄격한 잣대들을 적용해 비판을 할 필요가 있다. 첫째, 그는 "기업가 정신"에 대한 잘못된 정의를 내리고 있다. 그는 줄기차게 아이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길러줘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는 지난해 10월 '안철수의 미래혁명'이라는 유튜브 방송에서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과 대담을 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