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르렁 아빠불행한 엄마
최혜정
가만히 주위를 돌아보면 세상은 '으르렁 늑대' 투성이입니다. 상처받기 두려워 제 모습을 감추고 으르렁 거리거나, 제 모습이 세상 사람들에게 우습게 보일까봐 가면을 쓰고 으르렁 거리거나, 자신이 욕심껏 움켜 쥔 무엇인가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온통 난리법석하며 으르렁거립니다.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이 자신의 연약함이든 욕심으로 가득 찬 몰골이든 그것이 무엇인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드러내지 않으려 가짜 모습을 가지고 전전긍긍하는 그 누구든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뉴스 속의 누구도, 내 옆에 누구도, 그리고 나 자신도, 지금 으르렁 거리고 있음이 무엇 때문인지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어느 날 으르렁 아빠는 매일처럼 그랬듯이 아이들에게 으르렁 거리며 '작은 별 노래'를 부르게 합니다. 그리고 그 노래를 자장가 삼아 잠이 듭니다. 검은 괴물 같은 으르렁 아빠가 좋아하는 노래가 '작은별' 노래라니, 참 아이러니 합니다. 방어기제의 역설성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아빠의 내면은 작은별 노래를 사랑할만큼 여리고 사랑스럽다는 걸 보여주고 있지요.
아빠는 여느 날과 똑같았지만 아이들과 엄마는 달라졌습니다. 드디어 결심을 합니다. 아빠의 장갑과 장화를 벗겨버리겠다고 말이죠. 그리고 잠든 아빠에게 살금살금 다가가 하나씩 하나씩 장화와 장갑을 벗겨냅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깜짝 놀랍니다. 아빠의 진짜 모습은 온통 알록달록한 사랑스런 늑대였던 것입니다. 아이들은 아빠의 검은 장갑과 검은 장화를 숲속 깊은 곳 땅속에 묻어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