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아라리오' 전시회 내부 모습
이철호
밀양은 의열단을 만들어 무장 독립투쟁을 벌인 약산 김원봉과 윤세주, 김상근, 한봉근 등의 고향이다. 이 지역의 69명이 국가서훈을 받은 바 있고, 이 외에도 서훈이 진행 중인 여러 독립 운동가들의 피와 땀이 서린 곳이다.
그러나 치열했던 독립 운동가들의 역사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서 보듯, 일제에 항거한 투쟁의 역사를 지우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는 실정이다. 또 한국은 여전히 정전 상태고, 이념의 벽이 상존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은 문화예술로 화합하여 우리의 민족혼을 되살리고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해야 할 때다. 그래서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이 밀양의 공간과 연계해 밀양 독립운동사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전시회를 개최하게 되었다."전시기획위원 중 한 사람인 권순왕 교수는 설명한다. "역사는 기록을 통해서 구전되지만 이미지를 통해서도 기억된다. 이미지를 통해서 항일 독립 운동사를 재조명하고, 우리의 소중한 역사가 예술로 꽃 필 때 비로소 이념을 넘어 통일된 조국의 미래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15년과 2016년에 약산 김원봉을 주제로 개인전을 열였던 권 교수를 비롯 최경남 홍익대 교수, 정병헌 성신여대 교수가 전시기획을 맡아 전시 취지에 공감한 작가들을 섭외했다. 52명의 작가가 이 전시회에 참여하게 된 것은 역사적인 내용이 다양한 현대미술 작가와 공유되길 바라기 때문이리라.
전시회에선 안중근을 목판화 기법으로 표현한 강동석 작가, 군중들을 동판화로 표현한 강정헌 작가, 돌아가는 길을 표현한 김정은 작가, 사진에 칼로 찢어서 상처를 낸 다음 구멍에 물감으로 밀어내는 방식으로 표현한 권순왕 작가, 인물두상을 전단하여 촛불을 밝힌 김인태 작가 등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김인태 작가의 작품은 우리가 나라를 잃었을 때 육체와 정신이 파괴되었지만 독립운동가들의 영혼은 아직도 촛불처럼 타오르고 있다는 의미를 담은 작품이다. 최근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민중 미술의 대부 임옥상 작가의 '대한민국 헌법 연하장'도 전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