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22일 조사를 받으러 인천지방검찰청사에 들어가며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는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시사인천 자료사진>
장호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으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인천지역 진보진영의 지원 속에 당선된 이청연 교육감이 뇌물과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징역 8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이후 이 교육감의 거취와 시교육청의 향후 교육정책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교육감이 구속된 다음날인 지난 10일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와 인천지역연대는 논평을 내고 "진보교육감 후보들을 단일화하고 진보교육감 탄생에 일조했던 시민사회단체로서 이 교육감 뇌물죄 법정구속 사태에 대해 인천시민들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서 "이 교육감은 진보 교육을 위해 함께 애썼던 이들과 시민들의 신뢰를 저버렸다"며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교육감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무상보육, 학생인권 존중, 경쟁교육 완화 등의 혁신 정책들은 이 교육감 개인의 것이 아닌 모든 시민의 바람이었기에 교육 혁신 정책과제들은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인천 교육은 보수 성향의 나근형 전 교육감이 12년간 교육계를 이끌며 부정부패와 인사 비리 등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나 전 교육감은 인사 청탁으로 뇌물을 받아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교육감은 나 전 교육감의 비리를 문제 삼으며 청렴함을 내세워 당선됐다.
전임 교육감에 이어 이 교육감까지 구속되자, 시교육청 직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 교육감 1심 선고 공판이 있는 당일까지도 시교육청 직원들은 이 교육감이 무죄를 받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분위기였다. 공판에 참가한 직원들도 판사가 실형을 선고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교육감 권한대행을 맡은 박융수 부교육감은 다음날 바로 전체 직원회의를 열고 "그동안 펼쳐온 교육행정을 흔들림 없이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박 권한대행은 "답답해하고 성낼 인천시민과 불안해할 학생, 학부모께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며 "마냥 사죄만 하고 멍하니 있을 수 없으며, 다시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에서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인천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교육감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일선 학교에서 별 차이점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이 최대 목표"라며 "교육부에서 인사이동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이미 전국 4곳의 부교육감이 발령을 받아 당분간 추가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교육감이 구속되고 며칠 만에, 시행을 거부했던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공문을 일선 학교에 발송하고, 2015년 9월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친 후 경찰에 연행돼 구약식 처분을 받아 재판이 진행 중인 교사의 징계를 추진 중인 사실이 알려져, 전교조 쪽에선 시교육청의 행정이 다시 보수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이 교육감의 구속과는 상관없이 추진되는 일인데 오해가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박 권한대행의 말처럼 그동안 진행해온 교육 혁신 정책들은 계속 흔들림 없이 진행하겠다는 것이 변함없는 방침이라고 했다.
이 교육감의 구속으로 시교육청 직원들이 충격을 받기는 했지만, 학교 현장은 영향을 받는 게 거의 없다고 교사들도 밝히고 있다.
인천의 한 행복배움학교(인천형 혁신학교) 교사는 16일 <시사인천>과 한 전화통화에서 "교육감의 구속 소식이 충격이긴 했지만, 학교 운영에 큰 변화는 없다"며 "올해 학교를 잘 운영하기 위한 연수도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다. 학교와 교육의 변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학교 교사는 "두발규제 완화와 등교시간 늦추기 등 학생들의 인권을 위한 정책을 많이 펴던 교육감이 뇌물수수로 구속되다보니, 학생들이 조금 충격을 받긴 했다"며 "하지만 교육감의 부재가 학교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의 교육관련 시민단체도 이 교육감의 사퇴를 요구하는 논평 발표를 계획하고 있는 등,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교육감은 고등법원에 항소하고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건설업체로부터 돈이 나온 것인 줄 전혀 모르고 있었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돈을 빌려 선거 빚을 갚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는 게 이 교육감의 주장이다. 뇌물로 받았으면 대가성이 있어야 하는데 없기에 법원의 중형 선고가 억울하다는 것이다.
이 교육감이 대법원 선고까지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가 예정돼있어 올 6월 전에는 형이 확정돼야 보궐선거가 진행되는데, 그 전에 대법원 판결이 나기는 어려워 보궐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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