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인형 뽑기 방에서 한 시민이 인형 뽑기를 시도하고 있다. 전국 인형 뽑기방 수가 최근 2년 사이 24배가량 증가하는 등 대표적인 '불황 업종'으로 꼽히는 인형 뽑기가 성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형 뽑기에 탁월한 테크니션이 아닌 한 결국 노력한 만큼 대가를 얻는다. 이 조그마한 크레인 앞에서는 모두가 공평한 기회를 받는 것처럼 보인다. 1000원짜리 한 장에 망나뇽도, 피카츄도 뽑을 수 있다. 뽑지 못하더라도 크게 아쉽지는 않다. 값싸고 저렴하며, 시간까지 적게 드는 불황용 취미.
아주 저렴하게 뽑기방의 주인이 되세요
뽑기방이 늘어난 건, 단지 사람들이 많이 찾아서만은 아니다. 다른 가게를 차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뽑기방 프렌차이즈(여기에도 프렌차이즈가 있다)에서 빌려주는 기계 대여비, (거의 들지 않는) 인건비와 세금, 월세 정도면 당신도 뽑기방, 차릴 수 있다.
저렴한 창업비용은 사람을 불러모은다. '뽑기방'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뽑기방 창업'이 함께한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돈이 되기 때문에, 몇 번에 한 번꼴로 뽑히도록 집게발의 힘을 조작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결국에는 다시 요행. 크레인 앞에서 노력한 사람보다 운이 좋거나 돈을 많이 쓴 사람이 이기게 되는 게임이 된다.
인형을 들어내는가 싶더니, 집게의 힘은 맥없이 풀린다. 불황 속 호황을 누리기 위해 누군가는 타인의 운조차 조작해버렸다. 이것은 마치, 로또다. 운이 좋으면 뽑고, 그렇지 못하면 천 원을 날린다. 그야말로, 대도박의 시대이자 대불황의 시대, 여기서도 누군가의 불황은 누군가의 호황이다.
나는 오늘 뽑기방에 갔다. 아무것도 뽑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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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뽑기방의 실체, '가난한 취미, 간편한 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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