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아 I '주작#1' 종이에 혼합재료 51×69cm 2017. 천지만물을 움직이게 할 만큼의 힘이 느껴진다.
김형순
작가가 추구하는 '색으로 동을 그리는' 즉 한국적 회화의 원형이 살아있는 그림은 어떤 것인가? 결국 모든 영감의 원천은 자국의 문화전통에서 그 아이디어를 얻을 수밖에 없다. 서양미술이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왔듯 한국미술은 고구려벽화에서 왔다고 봐야 하리라. 위 작품도 역시 고구려 사신도 중 '주작'을 작가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것이다.
우리는 고구려 벽화하면 '수렵도'와 '사신도'를 떠올린다. 사신도는 신성한 동물인 '봉황, 청룡, 백호, 현무'가 승천하는 기운을 그린 것이다. 사방을 지키는 수호신이고, 사계절과 오행사상에서 연유한 하늘의 28 별자리를 상징하는 천문도이다. 이런 그림은 번잡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봐도 그렇지만 작가에게도 엄청난 창작의 자극제가 되리라.
거기에서 고구려인의 의식주는 물론 여가생활, 교통수단까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그림엔 삶과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걸 넘어서려는 꿈과 이상세계도 그려져 있다. 고구려의 역사를 이보다 더 생생하게 잘 보여주는 자료는 없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고구려를 다시 보게 된다. 한국회화의 원형이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는 생각이 든다.
고구려 벽화가 왜 이렇게 다이내믹한가? 그것은 태양에서 잉태된 하늘의 자손이라는 자긍심과 함께 당시 인도 등 서역과도 활발한 교류를 나누는 개방국가였기 때문이리라. 게다가 5세기말에는 넓은 만주벌판까지 영토를 차지한 최강대국이 아니었나. 위 '주작'만 봐도 그런 기개가 느껴진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기백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