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민들 "소녀상 이전 꿈도 꾸지 말라"

[현장] 일본영사관 앞에서 3·1평화대회... 소녀상 보호 다짐

등록 2017.03.01 20:08수정 2017.03.0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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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평화대회가 1일 오후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서 진행됐다. 1000여 명의 시민은 소녀상 이전을 요구하는 외교부와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삼일절의 의미를 되새겼다.
3·1평화대회가 1일 오후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서 진행됐다. 1000여 명의 시민은 소녀상 이전을 요구하는 외교부와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삼일절의 의미를 되새겼다. 정민규

 3·1평화대회가 1일 오후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서 진행됐다. 1000여 명의 시민은 소녀상 이전을 요구하는 외교부와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삼일절의 의미를 되새겼다.
3·1평화대회가 1일 오후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서 진행됐다. 1000여 명의 시민은 소녀상 이전을 요구하는 외교부와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삼일절의 의미를 되새겼다. 정민규

"소녀상을 세워주신 젊은이들 대단히 감사합니다. 소녀상을 지켜서 우리 후손들에게 남겨주기를 바랍니다."

삼일절 부산 일본영사관을 바라보고 선 1000여 명의 부산시민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송인상(83)씨가 말했다. 누나가 위안부 피해자라고 밝힌 송씨가 전한 감사와 부탁에 시민들은 "소녀상을 지키자"는 피켓을 흔들며 환호로 답했다.

1일 오후 2시부터 열린 3·1 평화대회는 일본 정부는 물론 한국 외교부까지 나서 이전을 요구하고 있는 부산 일본영사관 앞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특히 이날 대회에서는 참가자 전원이 맨발로 뒤꿈치를 들고 의자에 앉아 1분간 침묵시위를 벌이는 순서도 마련됐다. 조국에 돌아왔지만 안착하지 못했던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기리는 의미에서 소녀상은 뒤꿈치가 땅에 닿아있지 않다.

소녀상 지키고, 강제징용노동자상도 만든다

 3·1평화대회가 1일 오후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서 진행됐다. 1000여 명의 시민은 소녀상 이전을 요구하는 외교부와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삼일절의 의미를 되새겼다.
3·1평화대회가 1일 오후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서 진행됐다. 1000여 명의 시민은 소녀상 이전을 요구하는 외교부와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삼일절의 의미를 되새겼다. 정민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직접 부른 아리랑이 울려 퍼지자 곳곳에서 낮은 흐느낌이 들렸다. 참가자들은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를 강요하고 소녀상 이전을 요구하는 일본 정부와 한국 외교부를 규탄했다.

소녀상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문희윤(21)씨는 "한일 정부가 맺은 위안부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굴욕적 합의를 무효화시키기 위해서는 부산 소녀상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1평화대회가 1일 오후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서 진행됐다. 1000여 명의 시민은 소녀상 이전을 요구하는 외교부와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삼일절의 의미를 되새겼다. 한 시민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해임을 촉구하는 서명에 참여하고 있다.
3·1평화대회가 1일 오후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서 진행됐다. 1000여 명의 시민은 소녀상 이전을 요구하는 외교부와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삼일절의 의미를 되새겼다. 한 시민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해임을 촉구하는 서명에 참여하고 있다. 정민규

장선화 부산여성회 대표도 "도대체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돈 10억 엔 던져주면서 아직도 식민지 백성 부리듯 하느냐"면서 "침략과 전쟁 범죄를 모르쇠로 일관하는 일본 정부를 국민의 이름으로 규탄하자"고 호소했다.

위안부뿐 아니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배를 타고 끌려갔던 부산에 강제징용노동자상을 건립하자는 계획도 발표됐다. 이 일은 민주노총에서 맡기로 했다.


이태환 민주노총 부산본부 통일위원장은 "주권국가로서 명예를 회복하는 게 정부의 의무임에도 일본 정부의 눈치를 보며 주권을 포기한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다"라면서 "국민의 명예를 제대로 지켜주지 않는다면 노동자들이 올바로 지키고 세우겠다"고 말했다.

과격 시위 우려한 경찰 무색하게 평화로웠던 평화대회

 3·1평화대회가 1일 오후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서 진행됐다. 1000여 명의 시민은 소녀상 이전을 요구하는 외교부와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삼일절의 의미를 되새겼다.
3·1평화대회가 1일 오후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서 진행됐다. 1000여 명의 시민은 소녀상 이전을 요구하는 외교부와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삼일절의 의미를 되새겼다. 정민규

의미 있는 공연도 이어졌다. 과거 학생운동을 함께했던 장년층들로 꾸려진 박종철 합창단은 위안부 피해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노래 '순이'와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민중의노래'를 열창했다. 10대 학생들은 트로트가요 '땡벌'을 개사한 노래로 소녀상에 대한 관심을 촉구해 박수를 받았다. 

이날 행사는 외교공관을 보호한다며 집회와 행진을 불허한 경찰의 결정을 법원이 뒤집으면서 가능했다. 앞서 지난달 10일 경찰은 '(행사 장소가) 외교기관으로부터 100m 이내에 해당하고, 오물 투척 등 돌출 행동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행사를 불허한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27일 "집회 및 행진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나 외교기관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주최측이 낸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의 판단은 맞았다. 경찰은 오물 투척에 대비한다며 그물까지 쳐가면서 영사관을 에워쌌지만 어떠한 충돌도 없이 행사는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소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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