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 대구 2.28민주공원에 '소녀상'

시민 2200여 명의 성금으로 1일 제막식... 몰려든 시민들 환호

등록 2017.03.01 21:41수정 2017.03.0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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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후 대구 2.28기념공원 앞 인도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의자에 한 어린이가 앉아 손을 잡아주고 있다.
1일 오후 대구 2.28기념공원 앞 인도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의자에 한 어린이가 앉아 손을 잡아주고 있다.조정훈

노란색 천이 벗겨지자 시민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한 어린이는 꽃다발을 가져다 놓은 뒤 소녀상의 얼굴을 쓰다듬었고 목도리와 모자를 들고 온 시민은 소녀가 춥지 않도록 씌워주었다.

제98회 3.1절인 1일 우여곡절 끝에 대구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대구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는 1일 오후 대구시 중구 국채보상로 2.28기념공원 앞 인도에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하고 제막식을 가졌다.

당초 평화의 소녀상은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 세울 계획이었지만 관할 지자체인 대구시 중구청이 도로법상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동성로 상인회도 매출 감소를 우려하면서 충돌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중구청이 당초 소녀상의 위치로 제시했던 국채보상공원과 3.1만세길 옆 쌈지공원 대신 2.28민주공원을 대안으로 제시한 뒤 지난달 28일 추진위와 대구시, 중구청이 극적으로 합의했다.

합의문은 중구청이 도로점용허가를 임시로 허가해 1일 소녀상을 임시로 설치하고 행정절차를 거쳐 2개월 내에 2.28기념공원 내에 다시 설치하기로 했다. 또 필요시에는 제3의 장소를 합의해 옮길 수 있도록 했다.

대구시는 소녀상이 안전하게 관리되고 유지될 수 있도록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고 청결유지 등에 협조하기로 약속했다. 여기에 필요한 예산은 관련 조례를 개정해 확보하기로 약속했다. 이번 합의는 민과 관이 함께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염원하는 대구시민의 열망에 부응했다는 의미가 있다.

 1일 오후 대구 2.28기념공원 앞 인도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옆에는 후원자 2200여 명의 이름이 새겨진 나무트리도 함께 세워졌다.
1일 오후 대구 2.28기념공원 앞 인도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옆에는 후원자 2200여 명의 이름이 새겨진 나무트리도 함께 세워졌다.조정훈

소녀상은 받침대를 포함해 가로 2m, 세로 1.6m, 높이 1.23m로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모습과 같이 만들었다. 소녀상 바닥에는 설명과 함께 나순단 작가가 김용락 시인의 시 '살구꽃봉오리'를  썼다. 소녀상 오른편에는 모금 운동에 참여한 시민 2200여 명의 이름이 새겨진 나무 조각상도 설치됐다.


이정찬 추진위 공동집행위원장은 "그동안 장소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3.1절에 소녀상을 건립하게 돼 다행"이라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대구시민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막식에는 추진위와 대구시 및 중구청 관계자, 시민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시민들은 소녀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박수를 쳤다. 일부 시민은 소녀상 앞에 꽃다발을 내려놓고 인사를 올리기도 했다.


제막식에 참여한 홍윤아(17) 학생은 "세월이 흘러 제 또래였던 소녀들이 할머니가 되고 많은 피해자 할머니들이 하늘나라로 가셨지만 일본은 반성은커녕 사과 한 마디 없다"며 "할머니들의 슬픔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일본에서도 위안부 소녀상이 세워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채림(17) 학생도 "박근혜 대통령이 돈 몇 푼 받고 일본에 합의해 줬는데 위안부 할머니들의 입장은 전혀 듣지 않고 합의한 것에 화가 난다"며 "하지만 할머니들의 아픔을 기억하기 위해 대구에 소녀상이 세워진 것은 기쁘다"고 말했다.

 1일 오후 대구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 앞서 시민들은 대구백화점 앞 무대에서 축하문화제를 열었다.
1일 오후 대구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 앞서 시민들은 대구백화점 앞 무대에서 축하문화제를 열었다.조정훈

가족과 함께 소녀상을 찾아 사진을 찍기도 한 김종인(39)씨는 "당연히 세워졌어야 할 소녀상이 이제라도 세워져서 기쁘다"며 "일본은 소녀상을 가지고 시비를 걸지만 우리는 반드시 역사에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진위는 이에 앞서 오후 4시부터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무대에서 제막문화제를 열고 춤과 공연 등 소녀상 건립을 축하하는 문화공연을 진행했다. 문화제에서는 돌아가신 김학순 할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한일합의를 규탄했다.
#평화의 소녀상 #대구 2.28민주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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