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를 읽자, 더 인간적인 자본주의를 위해

[서평] <사회주의 ABC>를 읽고

등록 2017.03.07 08:11수정 2017.03.07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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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공산주의, 사민주의, 포퓰리즘, 북유럽, 러시아, 혹은 북한, 빨갱이. '사회주의의 결말은 항상 독재 아닌가?', '사회주의는 이론적으로는 이상적이지만 인간 본성이 선하지 않은데 실현 가능한가?'와 같은 물음을 던지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민주적 사회주의란 초부유층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을 대변하는 정부를 갖는 것을 말합니다."
"오늘날 미국 전역에서 부모가 둘 다 일을 하고 때로는 아이들까지 일을 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각종 필요경비를 지불할 돈을 벌 수 없다면 무언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일입니다."
- 버니 샌더스


아주 잠깐, 미국도 사회주의를 꿈꿨다. 미국은 자본주의 최전방에서 달리는 나라가 아니냐고? 지난해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는 미국에 사회주의 열풍을 몰고 왔다. '민주적 사회주의'를 주장하는 샌더스를 향해 미국 젊은 층 시민들은 환호했다. 사회주의가 뭐기에 샌더스 돌풍이 불었을까?

 <사회주의 ABC>, 바스카 순카라 외, 나름북스, 2017
<사회주의 ABC>, 바스카 순카라 외, 나름북스, 2017나름북스
이런 사람에게 <사회주의 ABC>(바스카 순카라 외, 나름북스, 2017)를 추천한다. 이 책은 미국 시민들이 사회주의에 관해 갖는 의문에 답하고 사회주의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고쳐준다.

책은 독자들의 질문 13개를 13명의 전문가가 각각 하나씩 대답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미국 좌파 언론 매체 <자코뱅>은 '사회주의의 기본 개념을 묻는 독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미래 세대의 급진주의자들을 위한 입문서'라며 이 책을 펴냈다.

자본주의는 적어도 자유롭고 민주적이잖아?
이론상으론 그럴듯한 사회주의, 인간 본성과 맞지 않는데 실현 가능할까?
부자들은 그만한 돈을 가질 자격이 있다?
사회주의 사회가 되면 아끼는 개인 물건도 공유해야 하나?
사회주의의 결말은 항상 독재 아닌가?
사회주의는 서구 중심적인 개념 아닌가?
인종 문제는 어쩌나? 사회주의는 계급 문제만 신경 쓰지 않나?
정부가 관여하는 일이 이렇게 많은데, 이 정도면 이미 사회주의 아닌가?
사회주의와 페미니즘은 때때로 충돌하지 않나?
사회주의 사회가 되면 환경 위기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사회주의자는 평화주의자인가? 정당한 전쟁이란 없는가?
사회주의자들은 왜 그리 노동자 이야기를 많이 할까?
사회주의 사회는 단조롭고 지루하지 않을까?(6~7쪽 차례)

이정도면 우리도 사회주의 아니야?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지는 않는다. 국가는 국민에게 의무교육을 보장한다. 국가장학금으로 대학생에게 등록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공공 도서관도 있다. 군인이나 경찰, 소방서도 국가에서 관리한다. 길거리에 가로등을 놓거나 도로를 뚫는 일도 국가에서 한다.

우리나라도 옛날보다 복지에 사용하는 재정이 늘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은 대학등록금 지원, 의료 지원과 같은 복지제도에 목소리를 높인다. 이번 해보다 다음 해, 그다음 해, 정부의 복지 지출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다. 그럼 이제 이런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정부가 관여하는 일이 이렇게 많은데, 이 정도면 이미 사회주의 아닌가?'


공공 도서관과 사회주의를 동일시하는 것은 그럴 수도 있다. 공공 도서관은 민주적인 접근과 분배 원칙에 따라 운영된다. 즉 지불 능력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공공 도서관은 사회주의라는 이름에 걸맞는 어떤 사회주의 사회에서라도 가장 중요한 기관 중 하나일 것이다.(78쪽)

그러나 사회주의에서의 경찰은 전혀 다른 문제다. 여러 명의 무고한 흑인을 죽인 책임이 있는 권력 기관이 사회주의 기관의 실제 사례가 된다면, 자유와 정의를 원하는 사람 중 누구도 사회주의자가 되려 하지 않을 것이다.(79쪽)

늘어나는 정부 지출이 곧 사회주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이 책은 말한다. 정부 지출이 늘어나느냐보다 어디에 쓰이느냐가 중요하다고 한다. 정부 지출이 자본 권력을 약화하는 데에 쓰여야 사회주의라고 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는 환경을 만들어야 사회주의라고 한다.

사회 프로그램과 여타 활동들에 대한 정부 지출은 인구의 노령화, 기후 위기 그리고 다른 발전들 때문에 앞으로 수십 년간 당연히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단순 지출액만 봐서는 정부 활동의 정치적 성격을 거의 알 수 없다. 정부 활동의 핵심을 물어야 한다. 정부가 자본을 소유한 사람들의 권력을 강화시키는가 아니면 약화시키는가? 정부가 우리를 시장의 규율에 더 종속되게 하는가 아니면 시장 규율의 요구로부터 우리를 더 자유롭게 해 주는가? (80쪽)

사회주의란 사적 소유는 줄이고 개인적 소유는 늘리는 것

사회주의 사회는 우리가 모두 똑같아지기를 강요할까? 모두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노래를 들어야 할까? 내가 아끼는 책과 음반을 다른 사람과 나눌 생각에 벌써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사회주의자들은 개인적 소유(personal property)가 없는 세상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 소유란 개인이 소비하는 소비재의 소유를 의미한다. 그런데 사회주의자들은 사적 소유(private property), 즉 그것을 소유한 사람들이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을 지배할 수 없는 세상을 추구한다. (40쪽)

사회주의의 전망은 이런 것이다. 즉 우리가 필요로 하고 매일 사용하는 것, 예를 들어 공장, 은행, 사무실, 천연자원, 공공시설, 통신과 수송 인프라 등의 사적 소유를 폐지하고 사회적 소유로 대체하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부와 권력을 쌓는 엘리트들의 힘을 약화 시키는 것. (42쪽)

사회주의 사회에서도 개인적 소유는 인정된다. 내 마음대로 옷을 입을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음반을 다른 사람과 나누지 않아도 된다. 어쩌면 자본주의 사회보다 내 애장품을 지키기 유리할지 모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직장이 없다면, 애장품을 전당포에 맡겨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ABC>를 읽는다고 당장 뛰쳐나가 사회주의 혁명을 일으키자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자본주의와 비교하며 사회주의의 장점을 알아보고 우리 사회에서 실현할 수 있는 점을 배우는 데 이 책은 의미 있다. 극단적인 자본주의나 사회주의 사회가 아니라, 그 중간 어느 지점에서 우리의 자리를 찾는데 도움이 될 책이다. 더 인간적인 자본주의를 위해 우리는 사회주의를 읽어야 한다.

사회주의 ABC

바스카 순카라 & 에릭 올린 라이트 외 지음, 한형식 옮김,
나름북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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