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작가'를 위한 까칠한 안내문

책 소재 정하기부터 홍보까지... 책은 공짜로 주지 말아라

등록 2017.03.10 08:16수정 2017.03.10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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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여러 권을 책을 냈다. <오래된새책>(바이북스, 2011), <그래도 명랑하라, 아저씨!>(바이북스, 2014), <아주 특별한 독서>(바이북스, 2014), <수집의 즐거움>(두리반, 2015), <독서만담>(북바이북, 2017)까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시작하는 작가를 위한 글을 한번 써보려 한다.

우선, 어떤 책을 써야 할까?


책 읽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책은 내고 싶어 한다. 이상한 일이지만 출판사의 원고 투고함은 언제나 '단군 이래 최대의 불황인 출판계를 단숨에 살릴' 원고가 넘친다고 한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책으로 내면 '존 그리샴'의 전율과 '성석제'의 유머, 박경리의 '민족 정서'를 능가하리라고 확신하지만, 출판사의 입장에서는 '쓰레기'인 경우가 태반이다.

제발 자기가 살아온 여정을 책으로 내기만 하면 천만 독자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릴 것이라는 착각은 접어두자.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우여곡절이 있고 당신 인생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상업적인 성공을 포기하고 기념 삼아 책을 내는 경우는 '광화문에서 똥을 싼' 이야기를 적어도 된다.

팔리는 책을 쓰고 싶다면 일단 홍보가 되어야 하는데 아직은 그래도 신문사 서평란에 실리는 경우가 빠른 방법이다. 신문사 문화면 담당 기자는 어떤 책을 좋아하는가? '좋은 책'을 좋아한다. 그들이 생각 하는 좋은 책이란, 지방의 동네 서점에서는 도저히 팔릴 것 같지 않은 책이다. 한 마디로 대학교수가 쓴 고상하고 유식해 보이는 책이다.

저자가 유명한 사람이면 좋겠다. 저자가 무명인 경우에는 오로지 '단군 이래 그 누구도 쓰지 않은 주제'를 선택 해야 한다. 개인의 독특하고 꾸준한 경험은 글쓰기 실력보다 우선한다. 내용이 중요하지 글쓰기 능력은 뜻밖에 뒷 순위다.

어떻게 써야 할까?


글을 쓰다 보면 김훈이나 공지영 작가처럼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자신의 글이야말로 최고라는 자만심의 감옥에 갇힌 수감자가 된다. 시작하는 작가일수록 자신의 글을 많은 이들에게 공개하고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SNS가 인생의 낭비라지만 글쓰기의 훌륭한 학교가 될 수 있다. 하다못해 틀린 맞춤법이라도 지적해주는 친구가 있다. 글을 쓴답시고 오피스텔을 임대하고 서재를 꾸미는 경우가 있는데 말리고 싶다. 프로작가에게나 유용하다. 시작하는 작가는 생활 속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틈틈이 일기 쓰듯이 글을 쓰는 것이 좋다.


더욱 위험한 것은 아예 세상과 담을 쌓고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산골에 사전과 펜 그리고 원고지만 들고 입산하는 경우다. 글을 쓰는데 인터넷은 필수다. 집필에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으니까.

어떻게 책을 내야 하나?

원고를 출판사의 원고 투고란에 투고하지 말기 바란다. 그들은 당신의 원고를 온갖 핑계를 대면서 거절할 것이다. 그나마 '정중하게' 거절하는 출판사는 양반인데 '안타깝다'라는 말에 용기를 얻지 말기 바란다. 그냥 당신의 원고를 책으로 낼 생각이 전혀 없는데 그래도 문화계 업체라서 정중하게 거절하는 것뿐이다.

신기한 것은 당신의 옥고를 온갖 핑계로 거절한, 출판에 있어서 그토록 엄격한 잣대를 가진 출판사에서 내는 책들의 면면을 보면 웃기기는 하다. 당신의 원고를 거절한 온갖 기준에 모두 미달하는 책들이 우수수 나오니까 말이다. 너무 억울해하지 말아라. 억울하면 출세를 해야 한다. 심지어는 원고를 투고해도 답장조차 없는 출판사가 태반이다.

원고를 들고 출판사를 찾아가지 말아라. 그들도 마감에 쫓겨 바쁘다. 당신의 방문은 출판사 대표의 페이스북 게시물의 좋은 소재가 될 뿐이다. 자신의 블로그나 SNS에 꾸준히 좋은 글을 연재하다 보면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이 오기 마련이다. 때를 기다리며 조용히 칼을 갈고 있어야 한다.

어떻게 홍보를 해야 할까?

우여곡절 끝에 당신의 책이 출간되더라도 신문사 문화면에 실릴 것을 기대하지 말아라. 그 이유는 앞에서 밝혔다. 당신은 무명이니 분명 1인 출판사나 소형 출판사에서 출간했을 텐데 저자 자신이 홍보사원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홍보하고 볼 일이다.

자신이 SNS 활동을 열심히 했다면 도움이 될 것이고, 인터넷 서점의 서평가로 활동했다면 더욱 좋겠다. 홍보보다는 일단 좋은 원고를 쓰는 것이 우선이라는 진리가 우선임을 냉혹하지만 알아 두었으면 좋겠다.

알지도 못하는 페이스북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서 '어떤 책을 낸 아무개 저자인데 일독을 권합니다'라고 홍보는 하지 말자. 같은 저자로서 안구에 습기가 찬다. 명색이 저자인데 기본적인 자존심은 지키자. 차라리 지하철 행상을 하는 것이 더 빠르지 그런 메시지를 받은 사람은 당신을 즉각 차단할 것이 분명하다.

부모님 말고는 책을 공짜로 주지 말아라. 지인이 낸 책도 돈을 주고 사야 하는 물건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책을 냈는데 왜 주지 않느냐고 따지는 지인들은 상종하지 말아라. 그들이 무슨 국회도서관인가? 공짜로 납본하게.

돈이 없어서 책을 못 사겠다는 친구들도 상종하지 말아라. 돈이 없다는 그 친구는 예쁜 여자들에게는 술을 사주고 밥도 사준다. 여직원에게 둘러싸여 '오늘 팀장님이 쏜대요', '팀장님 최고예요'라는 당신의 친구 이름이 태그된 인증사진을 구경하게 될 것이다.
#글쓰기 #작가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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