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2015년 10월 6일 오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수감된지 240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 구치소를 나오고 있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2심 실형선고로 구속 되었다.
이희훈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국가정보원 직원들을 조직적으로 동원, 사이버활동을 벌였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박 전 대통령 파면 후, 그는 어떤 결론을 맞게 될까.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는 13일 원 전 원장의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파기환송심 21차 공판을 열었다. 지난 2월 법원 정기인사로 재판장 등이 바뀐 뒤 열린 첫 재판이었다.
원 전 원장이 처음 법정에 선 것은 2013년 7월 8일이다.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그는 2014년 9월 11일 1심에서 국정원법만 유죄로 인정,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에 처해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판결을 깨고 2015년 2월 9일 공직선거법까지 유죄로 판단해 그를 법정구속했다. 하지만 2015년 7월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항소심 재판부가 증거능력 판단을 잘못한 부분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해 9월 4일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좀처럼 심리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전임 재판장인 김시철 부장판사는 대법원이 파기한 부분만이 아니라 사건 전반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며 검찰과 원 전 원장의 변호인 쪽에 개별 쟁점 하나하나를 두고 의견을 달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1·2심 판결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고 하거나 국정원 직원들의 사이버활동을 일일이 다 입증해야 한다는 변호인쪽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등 재판 진행의 공정성을 두고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두 달 만에 열린 재판에서 검찰은 이 일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김성훈 부장검사는 "이전 재판장님께선 최근 대법원에서 내려진 판결이 미칠 영향을 많이 염려하며 다수의 석명 명령을 내렸다"며 "이와 관련해 공판 진행이 상당히 지연됐다"고 했다.
검찰-변호인 모두 신속한 진행 원해... 상반기엔 결론날까2015년 12월 대법원은 새누리당 후보를 반대하는 트위터글을 게시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던 육군 장교 임아무개씨의 사건을 일부 무죄취지로 판단, 다시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정훈장교 판결'로 불리는 이 사건을 두고 김시철 부장판사는 원 전 원장 사건과 연관성을 감안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게시된 글마다 개별적으로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등을 종합적 사정을 세밀하게 심리해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내용을 볼 때 국정원 직원들의 트위터글을 각각 따져서 하나하나 누가 어떤 의도로 썼는지 봐야 한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검찰은 정훈장교 판결이 지적한 대목도 기존 법리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13일에도 김 부장검사는 "이 판결은 기존 판례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며 "이전 재판장이 개별 행위자가 명확히 특정 안 되면 입증이 어렵다고 한 것은 오류"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찾아낸 국정원 직원 트위터계정의 범위와 그 내용, 원 전 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지시체계 등을 보면 그의 혐의가 충분히 드러난다고 했다.
지난 재판부는 이 사건과 성격이 비슷한 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댓글사건을 참고하기도 했다.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시하고 문재인 후보를 비난하는 댓글을 달도록 지시한 이태하 전 심리전단장은 지난 2월 7일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처해졌다. 검찰은 "본건과 굉장히 겹치는 쟁점이 많아 중요한 증거가 될 것 같다"며 다음 기일에 이 전 단장의 판결문을 토대로 의견을 설명하겠다고 했다.
또 국정원 직원들의 트위터 관련 증거조사는 충분히 이뤄졌다며 빠른 심리를 요청했다. 다음 기일에 PT를 진행하기로 한 원 전 원장의 변호인단도 같은 생각이었다.
김대웅 부장판사는 "상당 기간 공방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했다"며 "재판부도 장기간에 걸쳐 심리할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한 기일만 하고 끝, 이런 것은 아니다"라며 "절차적 기회를 막진 않겠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4월 17일 오전 10시 22차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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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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