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2일 가습기살균제 사태와 관련 아타 샤프달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이사가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하는 가운데, 산소호흡기 없이 생활이 불가능한 피해자(13)와 그 가족, 또다른 피해자들이 항의하고 있다.
권우성
"이 사건은 일종의 교통사고다. 가해자가 있는데 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다."지난해 12월 21일, 국회 대정부 현안 질의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안방의 세월호'로 불리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해 기업과 소비자의 법률분쟁일 뿐, 정부의 잘못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통령이 되려는 당신은 이 참사에 어떻게 대응할지 자못 궁금합니다. 당신이 꾸린 정부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왜 만나야 되느냐'고 반문하는 장관이 부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국가가 지켜주지 못했던 국민을 대하는 당신의 태도. 앞으로 예기치 않게 찾아올지도 모르는 재난 앞에 당신의 정부가 국민을 어떻게 대할지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겁니다.
1994년 유공(현재 SK케미칼)에서 가습기 살균제 원료를 개발하고, 2011년 사고가 확인될 때까지 17년간 약 20여 종의 제품이 연간 60여만 개 판매되었습니다. 2017년 2월 말 기준으로 5463명이 피해 신고를 했고, 이 중 사망자는 1143명에 달합니다. 잠재적 피해자가 수백만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조사를 감안하면 지금의 피해 규모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수차례 골든타임을 놓치고 방관했던 정부는 여전히 적극적인 피해조사를 벌이고 있지 않습니다.
생명보다 이윤만 좇았던 기업은 의도적으로 사건을 은폐했고, 국정조사 과정에서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국민은 분노했고, 법원의 판결 앞에서 다시 한 번 한탄을 내뱉었습니다. 지난 1월 가습기 살균제 1심 재판에서 옥시 전 대표 2명에게 각각 징역 7년과 무죄를 선고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같은 달 국회에서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이 통과돼 가해 기업들의 분담금으로 피해자 구제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정부 출연금 부분과 기업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이 빠져 있습니다. 피해자 범위와 실질적인 지원 확대에 대한 필요성도 크기에 앞으로 보완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미비했던 화학물질과 화학제품 안전 관리 대책을 마련하고 체계적으로 관련 제도를 개선해나가야 합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앞으로 어떻게 써나가느냐가 중요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부디 당신이 대통령인 나라에서는 제2, 제3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기업이 돈 벌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 그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인 나라.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국민을 책임질 줄 아는 대통령이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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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다'는 대통령은 더 이상 필요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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