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스님(전 봉은사 주지)
유병문
그는 "기독교와 천주교는 도시산업선교회와 정의구현사제단 등을 통해서 핍박받는 노동자와 가난한 이들을 위해 가시밭길을 걸어왔는데, 한국 불교의 주류는 권력에 아부하고 기생해서 국가 예산을 더 많이 받는데 힘을 썼다"면서 "이런 풍토를 바꾸려고 오는 10월 말에 치르는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 나가겠다"고 말했다.
- 어떻게 선거를 치를 각오인지요?"금품선거가 만연했어요. 선거인단이 331명인데, 과반수를 얻으려면 170여명의 표를 확보해야 합니다. 내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빼고 200명한테 엄청나게 많은 돈을 뿌린다는 소문도 돌고 있습니다. 돈을 써서 자리를 구하는 것은 세속에서도 용납이 안 되는데 돈 놓고 돈 먹기를 하는 것이죠. 이런 적폐를 청산하려는 직선제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직선제는 자승 총무원장의 공약이기도 했어요. 간선제가 되더라도 돈을 안 쓰고 선거운동을 해서 수행자들에게 신뢰를 얻겠습니다."
- 총무원장 선거에 앞서서 풀어야 할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계종 총무원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의 발언을 문제 삼아 징계 절차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계종의 잘못된 행태를 조금 비판했다고 징계하겠다고 하는데 그간 종단의 문제점을 낱낱이 공개적으로 드러내야 할 때가 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자승 원장은 국민과 불자들에게 공약으로 내건 총무원장 직선제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당선되려고 거짓말을 한 셈입니다. 이건 불교에서 중죄인 바라이죄를 범한 것입니다. 이런 것을 우선 징계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 총무원장이 된다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요?"봉은사 주지를 지낼 때 산문을 나가지 않고 천일 동안 기도를 했습니다. 모든 재정을 신도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했더니 신도수가 부쩍 늘었습니다. 이런 봉은사 모델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겠습니다. 최근 조계종의 신도 수가 300만 명이나 줄었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처럼 행정이 아니라 수행이 중심인 승단을 만들어서 신뢰받는 불교로 거듭나겠습니다."
그는 또 "정치권력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의 손을 잡고 그들에게 힘이 되고 때로는 눈물을 닦아주는 불교가 되겠다"면서 "남북 화해를 위해서도 일제 징용으로 끌려간 분들의 무연고 유해를 금강산 신계사에 모실 수 있도록 북쪽과 합의해서 실천하겠다"고 했다.
명진 스님이 머물고 있는 봉암사의 하루 일과는 이렇다.
새벽 2시 30분 기상, 3시부터 참선, 5시 40분 아침 공양 후 오전 참선 정진, 11시 예불, 11시 40분 점심, 2시까지 포행(산책), 2시부터 오후 정진, 4시 청소 등 울력, 5시 40분 저녁, 9시까지 참선, 10시 취침.
한 달 동안 안거에 들어간 명진 스님도 오후 불식(저녁을 안 먹음)을 빼고는 이 계율에 따르고 있다. 그래서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 자주 자리를 비웠다. 특히 참선 시간은 빼놓지 않았다. 저녁 9시 참선을 마친 뒤에 인터뷰를 이어갔다. 다음날 오전 참선을 마친 9시경에 다시 만나 용추계곡을 따라 옥석대에 올랐다.
산길 양 옆으로 수백 년 된 소나무가 솟아있다. 너럭바위 위로 계곡물이 구슬처럼 흘러 떨어졌다. 그 밑의 소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비췻빛으로 빛났다.
"이 계곡이 이렇게 완만하게 30리 길을 이어져 있습니다. 봉암사가 산문을 닫아 걸기 전만해도 저 바위 위에서 솥 걸어놓고 북 치고 장구 치면서 놀던 곳이죠. 문경시는 관광지로 개발하려 했는데, 1981년에 강경한 일부 스님들이 '우리 절집 안에도 기도원과 같이 수행만 할 수 있는 데가 필요하다'면서 막았습니다. 그 때 제가 맨 처음에 제안했죠(웃음). 전국의 절이 온통 관광지가 된 지금, 뼈를 깎는 성찰의 공간 하나쯤은 남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명박근혜 시대에 대오각성한 촛불광장처럼."
"촛불 방송을 지켜주십시오" |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인 명진 스님은 옥석대에 올라 한 마디 덧붙였다.
"촛불 광장에서 언론의 중요성을 다시 알았습니다.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형광등 백 개의 아우라 운운했던 언론들, 부정한 권력을 비판하지 않는 언론들, 그 최후는 참담했습니다. 지난 촛불 광장을 매번 생중계한 오마이TV는 국민들의 간절한 소망을 생생하게 전하면서 촛불이 타오르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재벌의 돈에 휘둘리지 않고,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서 정론직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우리가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가서 추위에 떨면서 물러가라고 외치지 않는 세상, 정권을 향해 정말 잘한다고 박수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나도 오마이뉴스를 후원하는 10만인클럽 회원입니다."
20차례에 걸쳐 촛불 광장을 생중계한 오마이TV를 지키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자발적 시청료를 내어주시는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에 가입을 해 주십시오.(핸드폰 010-3270-3828) 그동안 '촛불에게 길을 묻다' 기획 인터뷰를 보아주시고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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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무치'한 박근혜, 철판 깔 얼굴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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