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몰빵' 전략 통했다
문재인, 홀대론 딛고 대세론 일궈

[분석] 문재인의 삼고초려, 호남이 받아줬다

등록 2017.03.27 22:56수정 2017.03.28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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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광주서 승기 쥔 문재인 27일 오후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호남권역 선출대회에서 과반득표에 성공한 문재인 후보가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쥐어보이고 있다. 오른쪽은 안희정 후보와 이재명 후보.

광주서 승기 쥔 문재인 27일 오후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호남권역 선출대회에서 과반득표에 성공한 문재인 후보가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쥐어보이고 있다. 오른쪽은 안희정 후보와 이재명 후보. ⓒ 남소연


더불어민주당 첫 경선 결과, 문재인 후보의 대세론을 확인했다. '결선투표 없는 경선'이라는 전망도 유력해졌다.

27일 문 후보는 광주·전남·전북 지역 경선 현장투표와 ARS투표, 대의원투표에서 60% 안팎의 고른 득표율을 올리며 14만 2343표(60.2%)로 1위를 기록했다.

사실 이번 경선의 관전 포인트는 누가 1위를 하느냐가 아니었다. 문 후보가 어느 정도의 득표율로 이기느냐, 안희정과 이재명 두 후보 중 누가 2위를 차지하느냐에 오히려 관심이 쏠렸다.

그런 면에서 60%는 문재인 대세론을 판명하는 '리트머스 종이' 같은 수치였다.

문 후보가 '박근혜 탄핵'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호남의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6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실제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다를 것이라는 회의론도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선 당일 "민주당 지지층 및 호감층이 참여한 당내 경선에서 60% 이하 득표는 일반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본선에서의 득표력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에 다름 아니며, 문재인 대세론은 안방 대세에 불과한 것임을 증명하는 것"(안희정 캠프의 박수현 대변인)이라는 논평이 나올 정도로 60% 득표는 녹록지 않은 목표로 보였다.

a 호남서 압승한 문재인 27일 오후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호남권역 선출대회에서 과반득표에 성공한 문재인 후보가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호남서 압승한 문재인 27일 오후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호남권역 선출대회에서 과반득표에 성공한 문재인 후보가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 남소연


그러나 첫 경선은 역설적으로 문재인 대세론을 뒷받침하는 결과가 되어버렸다.


문재인 캠프의 전병헌 전략본부장은 "경쟁자들 스스로 60%를 못 넘으면 대세가 아니라고 했는데 보기 좋게 넘었잖냐?"라며 "민주당의 본산이자 야당의 뿌리인 호남에서 압승을 거둔 것은 문재인이 정권교체의 가장 확실한 간판주자라는 것을 의미하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대표직을 내려놓은 뒤 총선 승리를 맛보긴 했지만 문 후보에게 호남은 '대패'의 추억을 안겨준 취약 지역이었다. 그러나 경선을 앞두고 호남 출신 인사들을 캠프에 대거 포진시키며 '호남 중용'의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공동선대위원장에 전윤철 전 감사원장(목포),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광주), 김효석 전 의원(전남 장성)을 위촉했고, 캠프 총괄본부장에 전남 고흥 출신 송영길 의원을 기용한 것을 비롯해 비서실장(임종석, 전남 장흥)과 상황실장(강기정, 전남 고흥)을 모두 호남 출신으로 채웠다.

이밖에 총무본부장(김영록 전 의원)과 미디어본부장 겸 수석대변인(박광온 의원), 방송토론본부장(신경민 의원), SNS본부장(윤영찬 전 네이버 부사장), 특보단장(김태년 의원), 비상경제대책단장(이용섭 전 의원) 등 캠프의 주요 보직들이 모두 호남 출신 정치인들에게 돌아갔다. 당내 3명뿐인 호남 의원들(이개호·이춘석·안호영)도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다.

문 후보로서는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부터 그를 괴롭혔던 '호남홀대론'을 용인술로 돌파한 것이다. 문 후보가 국회의원에서 자연인으로 신분이 바뀐 지난해 총선 직후부터 기회가 날 때마다 호남을 구석구석 방문한 것도 바닥 민심을 다지는 데 주효했다. 인천 강화 출신의 부인 김정숙씨도 작년 추석 즈음부터 7개월 동안 주말마다 1박2일 호남 순례를 하며 남편을 내조했다.

a 엄지손가락 치켜 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이재명 성남시장(가운데)이 27일 오후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육관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후보자 호남권역 선출대회에서 개표 결과를 기다리며 지지자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고 있다. 왼쪽부터 문재인 전대표, 이 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엄지손가락 치켜 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이재명 성남시장(가운데)이 27일 오후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육관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후보자 호남권역 선출대회에서 개표 결과를 기다리며 지지자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고 있다. 왼쪽부터 문재인 전대표, 이 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 남소연


문재인 압승에 안희정·이재명 '뼈아픈 일격'

문 후보의 압승은 경쟁자들에게는 '뼈아픈 일격'으로 다가온다.

이재명 캠프에서는 2주 전부터 "문 후보 득표율을 과반 이하로 끌어내리고 유의미한 2위로 올라서는 게 목표다. 20%대는 '그 정도면 선전했다'고 할 것이고, 30% 대는 나와야 '드라마'가 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왔다.

그런데 안희정 후보(4만7215표, 20%)와 이재명 후보(4만5846, 19.4%)는 0.6%에 불과할 정도의 격차로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두 후보 모두 "내가 문재인 대항마"라며 반문재인 진영의 지지를 모아내기에 어정쩡한 성적이다.

특히 "문 후보의 '전두환 표창장 발언'이 호남에서 꽤 오래 갈 것"(강훈식 대변인)이라며 내심 선전을 기대했던 안희정 캠프로서는 '20% 턱걸이'는 실망스러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안 후보는 "이제 첫 라운드가 끝났다. 저로서는 의미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애써 덤덤한 표정을 유지했다.

안 후보에게는 이틀 뒤 자신의 홈 그라운드라고 할 수 있는 충청권에서 두 번째 경선을 치른다. 충청권 성적이 안 후보가 호남의 패배를 딛고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대전과 충북은 '접전', 충남은 '안희정 우세'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지만, 문재인 캠프에서는 "충청권에서도 1위를 지켜낸 뒤 (문 후보의 기반인) 영남권에서 확실히 세몰이를 할 것"이라는 얘기들이 나오는 실정이다. 안 후보의 텃밭인 충청권 선거인단 규모(13만여 명, 10%) 등을 감안할 때 어지간한 성적이 아니고는 추격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a 인사하는 문재인-안희정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안희정 충남지사(왼쪽)와 문재인 전 대표가 27일 오후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후보자 호남권역 선출대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인사하는 문재인-안희정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안희정 충남지사(왼쪽)와 문재인 전 대표가 27일 오후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후보자 호남권역 선출대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이재명 캠프는 '2위와 큰 차이 없는' 3등이라는 성적이 나쁠 것 없다는 반응이다.

이 후보 스스로도 "기대엔 못 미쳤지만 상승 추세인 것은 확인됐다"며 수도권에서 대역전극을 자신했다. 전국 여론조사와 달리 호남권에서 안 후보와의 격차를 크게 좁힌 결과를 얻어내면서 언제든 2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저력을 보여준 것도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그러나 모든 캠프가 총력전을 벌인 첫 경선인 만큼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인 것도 분명하다. 경선 결과가 발표되자 전국에서 몰려온 지지자들 중 일부가 "부정선거다", "문재인 사퇴하라"를 외치며 분노를 표출한 것도 호남 경선에 대한 지지층의 실망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재명 캠프는 일단 경선의 마지막 무대가 될 수도권에서의 총력전을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선 충청권과 영남권 경선에서 유의미한 성적표를 받아내야 한다. 이 후보 측에서는 시장의 출신(경북 안동)을 들어 영남권 경선에서 의외의 선전을 기대하는 눈치다.

세 후보에 비해 뒤늦게 경선에 뛰어든 최성 후보는 0.4%(954표) 득표율로 원내 1당 경선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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