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헌시고1900년대 초에 지어진 양치유 선생의 ‘수헌시고’를 국역한 책이 ‘매화꽃핀 좌수영’이다.
황주찬
장군도, 국내 유일 수중석성과 죽방렴 있던 곳 국토 최남단에 위치한 여수는 한려해상국립공원과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 교차하는 바다가 아름다운 고장이다. 하지만 아픈 역사도 많이 간직하고 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겪으며 생긴 유적도 많고 가까이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만들어진 군사유적도 흔하다.
이들 모두 버릴 것 하나 없는 여수의 질긴 역사다. 잊어야 할 역사는 없다. 때문에 지금이라도 방치된 이들 유적을 잘 보존해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어야 한다. 답사 당일 봄비가 내렸다. 화사한 봄꽃 구경할 생각에 마음 들떴는데 실망이다. 차분하게 답사길 둘러보라는 자연의 배려(?)라고 생각한다.
일행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장군도(將軍島)라는 작은 섬이다. 이 섬은 국보 제304호인 진남관 앞바다에 떠 있는 무인도다. 여수 사람들은 이 섬의 가치를 잘 안다. 큰바람 막아주는 고마운 섬이고 군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곳이기 때문이다. <호좌수영지>를 보면 '호남과 영남의 목과 같은 곳(湖嶺咽喉之地)'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만큼 장군도는 의미있는 섬이었다.
장군도 옆 바다에는 수중석성(水中石城)이 있다. 연산군 3년(1497년) 전라좌수사로 부임한 이량 장군이 섬 주변 빠른 물살을 이용해 전라좌수영 앞바다를 무시로 넘나들던 왜구를 막기 위해 관민들과 함께 쌓은 성이다. 그 후, 섬은 장군도라는 이름을 얻었다. 과거 여수 사람들은 시누대가 많은 섬이라 하여 장군도를 죽도(竹島) 또는 대섬이라 불렀다.
섬에는 장군의 공을 기려 후세 사람들이 세운 '이량장군방왜축제비(李良將軍 防倭築堤碑)'라는 기념비석도 있다. 현재 장군도에 시누대는 거의 없고 벚나무만 무성하다. 일제 강점기때 재향군인회가 나서 섬에 왕벚꽃 나무를 심어 큰 군락을 이뤘고 지금은 그 2세대 나무들이 섬을 뒤덮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