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바야흐로 봄입니다. 꽃은 봄의 전령 매화에서부터 진달래, 벚꽃 등으로 차근차근 범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임현철
매화, 진달래, 개나리, 벚꽃 등 봄꽃이 만발합니다. 공중에 생동하는 봄기운 가득합니다.
# 부부 사랑 1. 아이들이 떠난 빈자리를 채운 깍두기반면 집은 썰렁합니다. 왜 그럴까? 봄 새 학기 아이들이 떠난 빈자리 때문입니다. 딸은 대학생이 되어 집을 떠났습니다. 고3 아들은 집과 학교 오가는 시간이 아깝다며 학교 기숙사 가겠다고 조르더니 4월부터 기숙사에 들어갔습니다. 공부할 때 한 번쯤 쓰러질 정도로 해봐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나.
아버지 입장에서 아들이 별 일이다 하면서도 달갑지 않습니다. 인생에 있어 학교 공부는 한 부분이긴 허나 목숨 걸 필요까진 없다는 생각입니다. 살면서 목숨 걸게 얼마나 많은데, 겨우 외우기 지식 공부에 목숨 건단 말인가! 삶에 도움될 지혜를 터득하는 일이라면 또 모르지요. 특히 딸 떠난 후의 허전함을 아들 보는 것으로 대신했는데 마른하늘에 날벼락입니다.
지난 토요일, 학교 기숙사에 아들을 내려주고 온 아내 얼굴에는 공허함이 가득합니다. 어차피 떠날 아들, 고3까지는 곁에 두자는 말 안 듣고 아들 뜻에 따라 보내더니 허전함이 밀려드나 봅니다. 왜 안 그러겠어요. 아이들이 없으니 몸에 붙었던 살이 쏙 빠진 후 뼈만 앙상하게 남은 느낌입니다. 부모에게 아이들은 이런 존재구나 싶습니다. 아내를 달랠, 아니 부부를 어루만질 그 무언가가 절실합니다.
"여보, 우리 심야영화 보러 갈까?" 아내, 고개를 살래살래 젓습니다. 탈진한 듯한 얼굴에서 우울증이 잡힐 듯 말듯합니다. 걱정이 밀려듭니다. 가슴으로 꼭 안습니다. 그래도 허전하나 봅니다. 아내, 주방으로 갑니다. 꼭꼭 싸뒀던 무를 꺼냅니다. 무, 지난겨울 김장철에 보관했던 터라 퍽퍽한데도 아랑곳 않습니다. 남편이 좋아하는 깍두기와 무채김치를 담겠답니다. 무를 씻은 후 칼을 꺼내듭니다. 도움 필요 없답니다. 마음 풀리도록 가만 지켜봅니다.
# 부부 사랑 2. 아내에게 꽃 잘보고 있다고 전해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