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 때문에 힘든 카이스트 학생들

남선공원 백로 3년째 방황 중, 카이스트 벌목이 가져올 것은?

등록 2017.04.07 10:13수정 2017.04.07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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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찾아간 카이스트 백로 서식처에는 베어진 나무가 수북하다. 2012년부터 시작된 백로와의 전쟁은 늘 벌목으로 끝이 나고 있다. 카이스트 앞산에서 궁동, 남선공원, 내동을 거쳐 다시 카이스트 뒷산에 자리 잡을 때까지 벌써 5년째 매년 나무를 베어내고 있다.(참고 기사 : '길조'서 '골칫거리'로 전락, 백로와 함께 살 순 없나요) 남선공원이나 내동처럼 전면적으로 베어내지 않은 것을 위로삼아야 할까?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다.

벌목 전의 모습(2016년 11월) 벌목전에 모습이다.
벌목 전의 모습(2016년 11월)벌목전에 모습이다.이경호

벌목된 모습 남선공원과 내동과는 다르게 간벌 수준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벌목된 모습남선공원과 내동과는 다르게 간벌 수준으로 작업을 진행했다.이경호

방학에 서식처와 인접한 일부 기숙사를 비워 놓을 수 있다면, 학생들 피해를 최소화 하고 공존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지역이 현재 번식지로 삼은 카이스트이다. 이번 벌목으로 기숙사와 번식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이격 거리가 확보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 6일 베어진 나무사이로 왜가리와 백로가 벌써 번식을 준비하고 있다. 아마 선발대로 올해 번식을 준비하는 듯하다. 베어진 나무 사이로 번식을 시작한 왜가리가 무사히 자리 잡기를 바라야 한다. 카이스트에서는 전체 숲 가운데 기숙사와 인접한 지역에 번식을 하지 못하도록 기피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형형색색의 깃발을 설치하고 장대로 왜가리와 백로를 쫓아내고 있다. 카이스트 측은 기숙사와 일정한 거리만 확보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격 거리를 유지한 채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자리를 약간만 이동하여 번식한다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좋은 결과가 될 것이다.

백로를 쫓기위해 설치한 원색의 깃발 깃발과 장대로 백로가 자리잡는 것을 막고 있다.
백로를 쫓기위해 설치한 원색의 깃발깃발과 장대로 백로가 자리잡는 것을 막고 있다.이경호

카이스트를 떠나 다른 곳에 자리 잡을 곳은 많지 않다. 주택가 뒷산에라도 이동한다면 다시 대규모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카이스트 뒷산의 경우 기숙사 옆이긴 하나 대규모 서식이 도래하는 6~8월이 방학인 점을 감안하면, 대전에서는 백로가 선택한 최적지라고 봐야 한다.

문제는 대전시의 태도이다. 5년째 벌목이 진행되는 동안 대전시는 충분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었다. 실제 해결을 위한 용역도 진행했다. 진행결과에 따라 예산도 확보하고 실천 활동이 진행되어야 하지만 2017년 본예산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대전시 자연환경과 관계자는 추경에 지원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답변했다. 용역결과에 따라 적극적으로 예산을 확보하고 어디에 둥지를 틀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카이스트에서 피해보는 학생들에게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다.

지난 5년간 벌목으로 이동한 백로 서식처 모두 벌목으로 백로서식처가 이동했다.
지난 5년간 벌목으로 이동한 백로 서식처모두 벌목으로 백로서식처가 이동했다.이경호

지난해 카이스트 측에서는 악취제거를 위해 청소작업을 진행하고 소독과 소석회 등을 투입하였다고 한다. 백로가 지난해처럼 카이스트 학생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면, 올해 역시 이런 작업은 카이스트 학교 측 몫이 된다. 카이스트 측에 모든 책임이 돌아간다면, 내년에는 간벌이 아니라 벌목을 진행해도 대전시는 할 말이 없어진다. 적절한 지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직접이든 간접이든 환경을 개선해주고, 공존에 대해 협조를 요청해야 하는 것이 대전시가 해야 할 행정이다. 청소를 해주거나, 소음 방지를 위한 시설을 해준다거나, 분진 피해를 대비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현재 진행하는 기숙사와 이격 거리 확보를 위한 활동에도 함께 할 필요가 있다. 카이스트가 아니라 다른 지역에 번식해도 마찬가지로 지원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대전시가 생물과의 공존을 위한 노력 점수는 0점에 가깝다.

번식을 준비하는 왜가리 왜가리가 번식을 준비하고 있다.
번식을 준비하는 왜가리왜가리가 번식을 준비하고 있다.이경호

백로를 기피하는 것만이 해결책이 아니라 공존이 가능할 수 있는 충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대규모 생명을 또 한 번 서식지에서 몰아내는 일을 방관하지 않기를 바란다. 기숙사와 이격한 곳에 백로가 번식할 수 있도록 학교 측과 공조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 카이스트를 떠난 곳에서 심각한 피해가 일어날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대전시는 적극성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이다.
#대전환경운동연합 #백로 #번식 #카이스트 #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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