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군무원 준비생이 만나는 영상에서, 문 후보는 초면부터 반말을 사용한다. 물론 그는 시종일관 군무원을 준비하는 청년에게 따뜻하게 대했지만, 아무렇지 않게 말을 놓는 모습만큼은 실망스러웠다.
딩고 영상 캡처
얼마 전 한 모바일 콘텐츠 제작사의 영상에 깜짝 놀랄 인물이 등장했다. 바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다. 해당 영상에서 문 후보는 한 군무원 준비생을 찾아 그를 위로하고 함께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름 그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좋은 콘텐츠에 출연했다고 생각했지만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시종일관 깍듯이 높임말을 했던 출연자와 달리 문재인 후보는 시작부터 그에게 반말을 썼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사회는 연장자가 자기보다 어린 사람에게 말을 놓는 일이 흔하고 그래서 문 후보도 친밀감을 표하기 위해 그런 행동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전에 양해조차 없이 아무렇지 않게 말을 놓는 그의 모습은 친근감보다는 실망감을 더 크게 안겨주었다.
사실 이런 상황은 언급한 영상에서처럼 두 사람의 나이가 현격한 경우에만 발생하진 않는다. 가령 내가 겪은 일이 그랬다. 하루는 학교 선배의 초대로 식사자리에 참석한 적이 있다. 테이블에는 처음 만나는 선배의 친구들이 가득했고, 나는 그들과 어색한 인사를 나누며 밥을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그 테이블에서 가장 나이가 적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발생했다.
아까는 말을 높여 나를 반겼던 분이 갑자기 '네가 여기서 막내구나, 형이랑 누나들한테 술 좀 따라봐'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요구 자체도 기분이 나빴지만, 그걸 반말로 듣자니 불쾌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선배가 겪을 난처함을 생각하면 뭐라 반발하기도 힘들었다. 결국 나는 화를 꾹 누르고 술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일방적인 반말'이 전제하는 것반말은 흔히 높임말과 대비되고 그래서 '낮춤말'로 인식되곤 한다. 실제로 이런 식의 분류법을 제시한 학자들도 존재했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다른 의견도 등장했다. 우리는 반말을 친구나 가까운 연장자에게 사용하기도 하지만 거기에 청자를 낮춰보는 태도는 없다. 그래서 반말이 낮춤이 아니라 단지 격식을 차리지 않는 '안 높임'이라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또한 기존의 분류가 화자와 청자의 대비적 위상을 기준으로 삼았다면(가령 상대적으로 지위가 낮은 사람이 우위에 있는 이에게 쓰는 말이 높임말이라는 식이다) 새 분류는 화자의 의도가 높임/안 높임의 여부를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언급한 것처럼 외견상 지위 차이가 현격해 보여도 당사자들이 꼭 그 관계에 걸맞다고 여겨지는 말을 쓸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반말이 '낮춤말'로 작동한다. 앞서 내가 겪은 일로 다시 돌아가보자. 처음 서로의 정보를 몰랐을 때 나와 선배의 친구는 상호존대를 해야 하는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나의 나이가 드러나고 가장 어린 사람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그에게 나는 격식을 차릴 필요가 없는 대상이 된 것이다. 그런데 만약 내가 똑같이 말을 놓고 한 손으로 술을 따라 주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테이블이 난리가 나거나 최소한 '어린 게 싸가지가 없다'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즉 그는 나에게 예의를 갖추고 말할 필요가 없지만 여전히 나는 높여서 말을 해야 하는 불평등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런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발생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나이에 권력을 부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의 '일방적 반말 문화'가 유해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