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푸른 하늘과 우뚝 솟아있는 산
정웅원
# 고산병 고락쉡에 도착해 점심을 먹은 후 칼라파타르에 올라 일몰을 보기로 했다. 나, 가이드, 그리고 로부체에서 만난 영국인 할아버지 콜린. 두터운 패딩을 챙겨 오후 2시 산에 올랐다. 대부분의 트레커들은 로부체에서 고락쉡까지 정오 전에 도착 후 베이스캠프를 먼저 간다. 다음날 새벽 칼라파타르 일출을 보기 위해서. 고락쉡에서 베이스캠프까지는 왕복 4~5시간 걸리는 긴 코스다.
왕복 3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는 이곳에서 나는 고산병이 왔다. 어지러웠다. 올라갈수록 어지러움은 점점 심해졌고 한걸음 내딛기가 힘들었다. 가이드에게 너무 어지러워 가지 못할 것 같다 말했다. 가이드는 10분만 가면 뷰포인트가 있으니 거기까지만 가고 바로 내려가자 했다.
낭가르타샹도 올라갔는데, 이미 고도 적응은 했다고 생각했는데 고산병이 오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조금만 참으면 되려나, 집착을 부리는 건 아닐까. 이곳이 아니어도 충분히 히말라야를 느껴왔는데 짧은 시간 동안 스쳐 지났던 히말라야가 머리속에 맴돌았다.
(고산병이 오면 약이 없습니다. 예방 차원에서 먹는 약이 있지만, 가장 좋은 약은 몸이 좋아질 때까지 내려가는 "하산" 이 약입니다. 고산병이 심하면 짧은 시간 안에 현생을 떠날 수도 있는 무서운 증상이기도 합니다.
같이 걸었던 트레커들 말을 빌리자면 몇몇 트레커들이 헬기에 실려 내려가거나 혹은 산에서 유명을 달리한 트레커도 있었다고 합니다. 남체에서 만난 중국인 커플을 포카라에서 다시 만났는데 그녀가 고락쉡에서 고산병에 심하게 걸려 헬기타고 병원에 실려 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조심해야 할 곳임에는 틀림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