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죽령 중턱 단양군 대강면 용부원 3리에서 사과농사 짓는 내 친구 윤영화
유문철
오늘은 이웃 마을에 일손을 청했다. 동갑내기 사과 농사꾼 영화다. 소백산 죽령 중턱에서 부모님과 사과 농사를 짓는다. 어릴 때 도시로 나갔다가 다섯 해 전 고향으로 돌아왔다. 4년 전 사과 공부하는 모임에서 알게 되어 지금까지 농사와 여러가지 일을 함께 하고 있다. 사과협동조합 일과 농민회 일은 영화와 함께 하는 일 중 공을 들이며 함께 하는 일이다.
영화는 부모님과 농사 짓고 여러가지 지역 활동을 한다. 배드민턴 동호회에서 물찬 제비처럼 날렵하게 배드민턴을 친다. 내가 영화보다 배드민턴을 먼저 시작했는데 난 중도에 포기했다. 풍물패에서 쾡과리를 친다. 목공에도 재주가 있다. 우리집 아름다운 생태뒷간이 영화의 작품이다. 자동차에도 꽤 조예가 깊다.
햇수로는 내가 다섯 해나 귀농 선배인데 영화는 지역 서열(?)이 나보다 위다. 동갑내기인데 무슨 서열이 있냐고? 그는 마을 최고 지도자인 이장이다. 나는 우리 마을에서 10년 동안 살면서 이장 아랫 등급인 새마을 지도자를 한 해 맡아본 것이 다인데 말이다. 영화는 귀향 네 해만에 젊은 이장님이 되었다. 영화 고향 마을 어르신들이 영화를 전폭 지지했기 때문이다. 역시 고향이 좋긴 좋다.
영화는 부모님과 농사를 짓기는 하지만 대부분 혼자 농사를 짓는다. 영화나 나나 아내가 회사를 다니기 때문이다. 혼자 농사를 지으면 무척 심심하고 외롭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고 혼자 일하면 일에 능률이 나지 않는다. 두 사람이 함께 일하면 두 배의 능률이 나는 것이 아니라 서너배 이상의 능률이 난다는 걸 영화나 나나 잘 안다. 동병상련하는 처지랄까?
오늘 사과나무를 지주대에 고정하는 일을 함께 해달라고 영화에게 부탁을 했다. 혼자 하려면 몇날며칠이 걸릴지 모를 일이라서 일손이 필요한데 어디 일손을 구할 수 있어야지? 전화를 해서는 애걸복걸을 했더니 아침에 사과밭에 나타났다. 사과묘목을 기를 때부터 사과나무 심을 때도 영화가 함께 했다. 이 사과밭이 지나온 모든 과정을 영화는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