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보수가 큰소리치는 이상한 선거

[대선 게릴라칼럼] 북한 문제 해결, 안보=보수 프레임 먼저 깨야

등록 2017.04.21 22:25수정 2017.04.21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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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KBS TV토론 시작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열린 KBS 주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토론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선후보 KBS TV토론 시작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열린 KBS 주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토론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지금 전개되는 선거전을 보면 매우 이상한 점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선거전의 주된 이슈를 기존 보수 후보들이 쥐고 있고 정권교체를 내세우는 기존 구 야권 세력들이 오히려 수세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이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조기 대선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상상황 속에서 실시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촛불 항쟁과 함께 한 기존 구 야권 세력들이 선거전의 이슈를 주도하는 것이 사실 상식적이다. 그런데 실제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이는 기존 야권 세력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구속 이후 새로운 질서와 관련된 정치 담론을 주도하지 못한 결과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바로 대북·안보 이슈가 자리 잡고 있다. 필자는 이와 같은 현상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이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하려고 한다.

정치세력 차원에서 약화된 보수가 대선 정치 담론을 주도하는 현실

분단국가이자, 북한과 전쟁까지 치렀고 아직도 군사적으로 첨예한 대치를 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 대북·안보 이슈는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4월 전쟁위기설이 퍼졌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한반도 정세는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에 이 분야 이슈가 강조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매우 자연스럽기도 하고 당연하기도 하다.

그리고 지난 19일에 실시된 2차 대선후보 토론회에서도 확인되었다시피, 실제 이 이슈는 지금 대선 정국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된 상황이다. 특히 이 이슈는 각 정치세력의 주요 정체성 문제와 결부되면서 대선 구도 변화 여부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그만큼 이 이슈의 위상은 매우 결정적이다.

그렇게 볼 때 이 이슈 자체가 대선 메인 이슈로 부각되는 현상 자체는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슈가 제기되고 담론화되는 방향에 있다. 이것은 현재 이 담론을 보수 세력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두 보수 진영 후보는 현재의 평화·안보 위기 상황에서 '안보는 보수'라는 프레임을 내걸면서 선거전을 주도하고 있다. 물론 이번 대선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건으로 인해 실시되는 것이므로 기존 보수 세력 후보의 지지율은 낮다.

그런데 정치 담론 공간에서만 본다면 보수 우위 구도는 매우 확연하다. 우선 이들은 매우 당당한 태도로 보수적 안보 담론을 주도하면서 기존 야권 세력들을 몰아붙이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해 기존 야권 세력들은 전반적으로 밀리고 있으며 심지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안보는 보수' 프레임에 오히려 편승하려는 듯한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그렇다 보니 정치 담론 공간만 본다면 지금이 과연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실시되는 조기 대선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보수 정치세력은 약화되었지만 보수 프레임은 여전히 강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현실! 진짜, 이러려고 촛불을 들었느냐는 자괴감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보수 세력 대북 정책, 트럼프에 의해서도 부정당해

지금 보수 세력의 논리는 두 가지로, 매우 간단하다. 하나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기 북한과의 교류를 통해서 넘어간 유무형의 물자 및 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비용으로 전환되었고 이것이 지금의 안보 위기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또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 과정을 현미경 보듯이 세밀하게 들여다보면서 정치 쟁점화할 수 있는 건수를 어떻게든 만들어 내려고 한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까다롭고 호전적이며 돌출적이다. 그러므로 이런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은 많은 어려움이 있고 그에 따른 인내가 수반된다.

그런데 보수 세력은 맥락은 거세한 채 건수 하나 잡아 정치공세를 취하고 이것을 '굴욕' 이라는 콘셉트로 부정적으로 몰아붙인다. 이것은 최근뿐만 아니라 2012년 대선에서도 반복된 유형이다. 새로운 건수들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위 두 가지 유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보수 세력은 기존 구 야권 세력이 북한에 굴욕적으로 이용당하고 끌려다니기만 하면서 북한에 핵·미사일 개발을 할 수 있는 자금만 주었다는 식으로 공격한다. 이것은 지금도 반복되는 보수 세력 공격의 프레임 구조다.

그런데 지난 보수 정권 9년의 역사를 보듯 이들의 접근은 틀렸다. 그와 같은 시각으로 북한 문제를 방치한 결과 지난 9년 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매우 고도화되어 지금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리고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도 북한을 방치한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지난 보수 정권의 대북 정책에 호응한 미국 오바마 정권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서 폐기되었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은 북한을 저렇게 방치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 보수 세력들은 지난 9년 동안의 대북정책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서도 사실상 부정당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개입 원칙이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외교력이다.

그것은 결국 햇볕정책의 기조와 원칙으로 돌아가서 북핵·미사일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한 외교적 해법으로 풀도록 하는 것이다. 군사적인 공격을 통해서 북핵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명확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 보수 세력이 큰 소리로 햇볕정책을 부정하고 문제의 원인이 여기에 있다는 식으로 나서는 것은 적반하장 식의 태도이다. 그럼에도 냉전적 사고방식에 갇힌 이들은 이와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리고 색깔 공세 이상의 정치적 상상력과 기획력을 갖고 있지도 못하기 때문에 이들은 여전히 이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존 야권, 특히 국민의당과 안철수 후보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그런데 문제는 기존 야권에도 있다. 이미 국민은 지난 보수 정권 9년의 역사도 지켜본 상황이다. 그래서 보수 세력 방식대로 북한 문제를 방치하고 압박만 할 경우 4월 전쟁위기설처럼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 이는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이라는 햇볕정책의 가치를 강조하고 보수 세력의 문제점을 역공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전쟁위기설까지 나올 정도로 불안정해진 상황 속에서 기존 야권 후보들은 '평화'를 지키기 위한 가치이자 전략인 햇볕정책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하지 않은 채 수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것은 문제다. 이 지점에서는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 모두 해당한다.

그런데 더 들어가면 두 후보의 문제점의 수준은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문재인 후보는 햇볕정책의 원칙과 방향을 강조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문 후보는 보수 진영의 공격에 수세적인 대응에 머물고 적극적인 대처는 하지 않는 데에 있다.

문 후보는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대화와 협상을 통한 외교적 해법에 있다는 것을 밝히고 현재의 강력한 제재도 궁극적으로 이것을 위한 과정이어야 한다는 점을 좀 더 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이와 달리 국민의당과 안철수 후보의 문제점은 좀 심각하다. 국민의당 기반, 탄생 배경 등을 분석해보면 국민의당은 햇볕정책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는 정당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나타난 여러 모습을 보면 국민의당과 안철수 후보가 강조하는, 혹은 강조했던 햇볕정책의 본질적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심각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안철수 후보는 기존에는 햇볕정책을 계승 발전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햇볕정책을 계승하냐'는 류의 질문에 '공과 과가 있다'는 식으로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우회하고 있다. 이것은 문제다. 왜냐하면, 햇볕정책이라는 용어가 차지하는 역사적 위상 때문이다.

햇볕정책은 김대중 정권 시절의 대북정책을 의미하지만, 이것을 뛰어넘어 대북화해협력 노선을 대표하는 역사적 상징어가 되었다. 그래서 대북화해협력 노선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보수 세력들은 햇볕정책 지지 여부를 보수 정체성을 가늠하는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인식한다.

그래서 지금 보수 세력들이 안철수 후보에게 '햇볕정책 지지 여부 혹은 계승 여부'를 물어보는 것이다. 이는 현재 안철수 후보 지지로 이동한 보수층의 표심을 되돌리려는 그들의 목적과도 관련이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 안철수 후보는 사실상 전략적 회피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안철수 후보는 '안보는 보수' 프레임에 너무 쉽게 빠져든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사드 문제도 '현실적인 이유로 배치가 불가피하게 되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면 표현에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다. 그런데 그는 '찬성' 프레임을 너무 부각시켰다.

그뿐 아니라 안 후보는 20일에 두 가지 문제 있는 발언을 하였다. 하나는 '주적' 발언이며 또 다른 하나는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시 보복했어야 한다는 발언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모두 문제가 있다.

이미 주적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연평도 보복 포격의 경우 당시 미국 국방부 장관이었던 로버트 게이츠가 회고록을 통해서 사건의 진상을 상세하게 밝힌 바 있다.

게이츠에 의하면 당시 한국은 보복하려고 했는데, 이 경우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될 것을 우려해 오바마 대통령, 클린턴 국무장관 등이 한국 정부와 논의하였고 그와 함께 중국 역시 북한을 상대하여 그 이상의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했다는 것이다.

안 후보가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이미 군사적 긴장이 크게 고조되어 있고 우발적 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도 있는 위험한 한반도 군사적 대치 상황 속에서 그와 같은 태도가 과연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까?

안철수의 이와 같은 발언은 안보 보수 포퓰리즘적 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안보는 보수' 프레임에 일부러 다가가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이 과연 햇볕정책을 강조하는 국민의당 후보로서 올바른 행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안보는 보수' 대신 '햇볕정책 부활'이 필요하다

한반도 평화는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매우 중차대한 과제다. 그런데 이 문제는 복잡하기도 하고, 서서히 악화되다가 문제가 외부에 인지될 때에는 이미 심각한 상태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이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문제는 지난 9년과 다른 방식으로 다뤄지게 되었다. 문제는 이것이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협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있다.

여기에는 한국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당사자다. 이 문제의 해결 여부, 해결 방식에 따라서 우리의 생존은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내부에서부터 기존의 낡은 관성을 과감히 극복해야만 한다.

이것은 '안보는 보수' 프레임을 깨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햇볕정책의 기조를 재확인하고 강조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내부 기반을 확립해야만 차기 한국 정부의 대외 협상력이 올라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정권교체를 강조하는 기존의 야권 후보들은 이 지점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안보는 보수' 프레임에 다가서면서 여러 가지 위태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안보 보수 포퓰리즘'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안보는 보수'와 같은 뉴라이트 이데올로기가 진보 세력에 끼친 부정적 영향을 분석한 <진보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반노무현주의, 탈호남 그리고 김대중 노무현의 부활>이라는 책을 최근에 낸 바 있습니다.
#문재인 #안철수 #안보 보수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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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박사이며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사료연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대중에 대한 재평가를 목적으로 한 김대중연구서인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시대의창, 2021)를 썼습니다.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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