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순 사장이 지난날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무한정보> 이재형
이발업은 80년대로 들어서며 사양길로 접어든다. 두발이 자율화 돼 손님이 급속히 줄더니, 미용실이 늘고 남자손님들도 거기로 발길을 돌렸다.
'좋은 시절이 있으면 나쁜 시절도 있는 법' 이 사장은 낙심하지 않는다.
"어렵다고 해도 수십년 넘은 단골이 있고 젊은 사람들 중에도 진짜 멋쟁이는 이발관을 찾아요. 어떤 손님은 '제발 나 정년할 때까지는 문을 닫지 말라'고 사정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예요."그리고 달나라이용원에는 에이에스(AS)라는 게 있다.
"수십년 단골손님이 거동이 불편해 못나오시는 거예요. 몸이 아파 누워 있어도 머리는 깎아야잖아요. 제가 이발도구 챙겨들고 갑니다. 그리고 무료로 깎아 드리지요. 고객에 대한 예의예요. 나와의 약속이기도 하고…"시설과 기계가 현대화 되고 벽에 걸려 있던 밀레의 <만종>, <이삭줍기>, 젖을 빨고 있는 새끼돼지 같은 그림액자가 사라졌어도, 여전히 이발관은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가고 이웃과 주변 소식들이 쌓이는 문화사랑방이다. 그리고 신분의 높고 낮음, 돈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모두가 똑같은 의자에 앉는다.
"별사람들이 다 오지요. 어떤 때는 공직에 있는 분들이 여론을 들으러 오기도 하고…. 그래서 이 직업은 입이 가벼우면 안돼요. 나가면 안될 얘기, 모두에게 알려야 할 말, 잘 구분해야지 안그러면 손님 다 떨어져요. 내 신조가 우리집에 오는 손님은 똑같이 잘 대해주고 정확한 말이 아니면 전하지 않는 것이예요."언제까지 일을 할 계획인지 물으니 이렇게 답한다.
"60세까지만 하려고 했는데 70세로 늘어났어요. 오랫동안 오신 단골들이 자기가 죽을 때까지 머리 깎는 거 책임지라니 어떻게 해요. 아직까지는 자식한테 손 안 벌리고, 손자들 용돈 주고, 여러분들이 찾아오시니 심심치 않고 한참 더 해야할 것 같아요."50여 년 세월을 한결같이 손에서 가위를 놓지 않은 이 사장은 아침 출근할 때마다 두가지를 다짐한다고 한다. '일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즐기자' '오늘도 좋은 일 한가지쯤 하자'
인류가 진짜로 달나라에 도시를 건설해 간판을 걸 때까지 달나라이용원이 문을 닫지 않고 대를 이어 영원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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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에 간판 걸 때까지 달나라이용원은 문을 닫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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