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주변엔 비밀경호대 소속 요원들이 곳곳에 배치돼 삼엄하게 경계를 폈다.
지유석
이 장면을 보면서 문득 청와대 앞에서 겪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지난 2015년 9월 기자는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세월호 미수습자인 단원고 허다윤 학생의 엄마 박은미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박씨는 딸 다윤이를 찾아 달라며 1년 넘도록 1인 시위를 벌이던 중이었다. 그런데 박씨에게 허용된 공간은 분수대까지였다. 이곳은 청와대와 한참 떨어진 곳이었다. 더구나 박씨 주변 곳곳엔 경찰 경호 요원들이 배치돼 있었다.
기자가 1인 시위 장면을 촬영하려 하자 곧장 요원 한 명이 다가와 제지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다. 한 번은 장초점 렌즈로 청와대 전경을 찍은 적이 있었다. 그러자 즉각 의무경찰 대원이 다가와 사진을 삭제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초점거리 100mm 이상의 렌즈로 청와대를 촬영하는 건 금지돼 있다는 게 이유였다.
국가 원수 경호는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백악관은 최고수준의 경호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현 트럼프 대통령의 소통능력이 뛰어난 건 아니다. 그럼에도 백악관에서는 권위주의적인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심지어 비밀경호대 요원들에게 거침없이 카메라를 들이댔음에도 아무런 제지도 당하지 않았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는 구중궁궐이나 다름없었다. 청와대로 들어가는 길목인 청운동 동사무소 앞엔 경찰이 늘 상주해 있었고, 청와대로 들어가기 위해선 경찰의 검문에 응해야 했다. 청운동 주민들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몇몇 주민들은 '이곳에 20년 넘게 살면서 검문당하기는 처음'이라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세월호 유가족에겐 더했다. 자식 잃은 부모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청와대로 가려 했지만, 공권력은 이들의 발걸음을 막아서기 급급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는 비선 실세 논란을 부른 박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다. 그래서인지 각 후보들은 청와대 개혁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 집무실은 청와대에서 광화문 정부청사로 옮기고 국민 속에서 국민들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 대통령의 24시간 공개 ▲ 대통령경호실 폐지 후 경찰청 산하 대통령경호국 조정 등의 방안도 내놓았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국회와 청와대를 세종시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보수정당 후보인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역시 청와대 권한을 축소하겠다고 했다.
차기 대통령은 5월 9일 선거를 통해 가려질 것이다. 부디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청와대를 국민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임자처럼 국민의 접근을 막으려 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국민의 밑바닥 정서에 귀 기울이는 건 최고 지도자의 덕목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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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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