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소룡단에서 바라본 소리도 등대
나기옥
소리도 등대는 1910년에 세워졌으니 백 살이 훨씬 넘었다. 지금은 등대와 관리사가 현대식으로 잘 만들어져 있다. 탁 틔인 전망이 일품이다. 소룡단도 한 눈에 들어온다. 등대 옆에는 자그마한 여인의 나상(裸像)도 있어 찾는 이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내가 가장 관심을 가졌던 쌍굴은 소룡단 가는 길에 있다. 전망대도 있어, 보는데 불편이 없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사진기를 잘 조절하면 거대한 새가 날아오르는 착각을 할 정도로 바위가 미묘하다. 자연이 빚은 탁월한 솜씨다.
이 쌍굴과 소룡단의 반도형 바위는 연도의 백미로 말 그대로 '알려지지 않은 비경'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바위에 몸을 얹은 소나무숲에서 푸른 하늘과 쪽빛 바다, 기기묘묘한 바위, 갈매기와 야생화에 취해 앉아 있으면 따로 무릉도원이 있어야 할 이유가 없음을 깨닫게 된다.
소룡단에서 등대를 거치지 않고 연도마을로 가는 길은 두 가지다. 연도에서 가장 높은 필봉산 증봉(230.5m)을 거치거나, 북쪽 가랑포로 이어지는 해안 산책로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증봉 정상은 군부대가 있어 정상 등정이 불가능하고 산길 주변에 늘어선 나무로 인해 전망이 좋지 않은 단점이 있다.
연도 마을에서 증봉을 오르는 입구 초입에 민간인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판까지 있어 무시하고 오르기도 찜찜하다. 지난 연도 방문 때는 가랑포 가는 쪽의 산책길 정비 중이라는 펼침막이 있어 두 번 째 방법을 포기했었는데, 민박집 주인의 말을 빌리면 그 길이 전망과 해변 풍광이 훨씬 뛰어나다는 칭찬이었다. 그 산책길을 직접 밟지 못해 지금도 아쉽다.
연도가 자랑하는 코끼리 바위, 솔팽이굴, 물개바위 등은 배를 타고 해상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솔팽이굴은 1627년 네델란드 상선이 해적에 쫓기면서 보물을 숨긴 곳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져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