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새가 나는 듯한 섬, 엉덩이가 들썩이다

전남 여수 연도, 터미널에서 2시간 걸려

등록 2017.05.02 13:00수정 2017.05.02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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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소요유편(逍遙遊篇)을 보면, 아주 큰 새 '붕(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붕은 북명(北冥)에 사는, 크기가 몇 천 리가 되는지도 모를 정도로 어마어마한 물고기 곤(鯤)이 변하이 변하여 된 새다. 이 새가 남명(南冥)으로 날아갈 때면, 물이 3천 리나 격동하고, 회오리 바람을 일으키며 9만 리를 올라 6개월을 날고서 쉰다. 

며칠 전,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어느 누리꾼이 올린 사진을 보자 전설의 붕이 남으로 가기 위해 날아오르는 착각이 일었다. 연도의 쌍굴 사진이었다. 엉덩이가 들썩거려 참을 수가 없었다. 날씨를 확인하고 바로 여수여객터미널을 향해 집을 나섰다. 
연도 쌍굴(어안 렌즈 사용)
연도쌍굴(어안 렌즈 사용)나기옥

연도행 오후 2시시 출발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맑은 날씨가 마음에 들었다. 쪽빛을 가르며 달리는 여객선의 난간에 서니 봄을 따라 온 온기가 바다까지 포근하게 만든다. 부지런히 오가는 배들도 만나고, 동동 떠 있는 섬들도 지나며 봄바다에 취해 있는데 어느 새 연도 역포항이라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시계를 보니 두 시간 걸렸다.


선착장에 내리니 연도 마을까지 가는 마을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인 듯 배에서 내린 사람들이 하나 둘 버스 안으로 사라지고 남은 건 달랑 나와 동행한 아내뿐이다. 탈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버스 기사가 소리를 지른다.

"걸어가면 40분이 더 걸려요."

그 정도의 거리라고? 버스 이용을 포기하고 걷기로 했다. 성인 1인 1천원을 받는 운임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봄빛에 취한 섬을 보자고 그 먼 거리를 달려 온 내게 나 스스로 미안해서였다. 참고로, 마을버스는 배 시간에 맞춰 연도의 중심인 연도마을과 역포항을 오간다.

연도 당포의 분재나무
연도당포의 분재나무나기옥

연도를 둘러보는 길은 단순하다. 역포항에서부터 연도마을까지 잘 닦인 시멘트 길을 따라 가다 당포를 잠시 들러야 한다. 거기에서는 잘 생긴 바위섬과 바위에 뿌리를 내린 단아하고 의젓한 소나무를 만나게 된다. 섬 안내판에 자연이 만든 '해상 분재'라고 소개된 바로 그 나무다.

흙 한 줌 없는 바위에서 끈질긴 생명력으로 삶을 영위하는 소나무를 보고 있노라면, 모진 환경과 여건을 이겨내고 꿋꿋하게 자라고 있는 나무에게 경외심까지 일 정도다. 나무와 방파제와 몽돌해변이 어우러져 잠시 쉴만하다. 배낭을 벗어놓고 일상의 자잘한 시름과 번뇌를 내려놓아도 좋을 만큼. 취향에 따라서는 낚싯대를 드려도 좋으리라. 10여분 쉬는 사이 곁의 낚시꾼은 40cm 크기의 놀래미 두 마리를 낚아 올렸다.  
연도 방풍나물 채취 장면
연도방풍나물 채취 장면나기옥

당포 마을에서 나와 작은 고개를 넘으면 연도마을이다. 연도의 중심지다. 긴 만(灣)의 끝자락에 아늑하게 자리 잡아 형세가 편안하다. 연도의 동쪽에 있는 가랑포는 몽돌이 많아 걷기 좋고, 일출 장소로도 추천할만하다.

연도에서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연도마을 → 소리도 등대 → 쌍굴 → 소룡단 → 연도마을로 돌아오는 코스는 산책길을 잘 정비해 놓았다. 볼 거리도 이 쪽에 많다. 암석해안으로 이루어져 멋진 해안 풍경을 자랑한다.

이 산책길 곳곳의 동백 군락도 멋지다. 한 바퀴 도는 거리는 6㎞로 추정하면 크게 어긋나지 않으리라. 소리도 등대 가기 전에 대룡단이 있는데 길이 만만하지 않아 가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지형에 대룡단이니 소룡단이니 용과 관련된 내용이 나오는 건, 연도 남단 지형이 용의 형상을 하고 있어서다. 머리 부분이 대룡단이요, 꼬리 부분이 소룡단이며 몸통 부분이 등대 주변으로 회자된다.  
연도 소룡단에서 바라본 소리도 등대
연도소룡단에서 바라본 소리도 등대나기옥

소리도 등대는 1910년에 세워졌으니 백 살이 훨씬 넘었다. 지금은 등대와 관리사가 현대식으로 잘 만들어져 있다. 탁 틔인 전망이 일품이다. 소룡단도 한 눈에 들어온다. 등대 옆에는 자그마한 여인의 나상(裸像)도 있어 찾는 이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내가 가장 관심을 가졌던 쌍굴은 소룡단 가는 길에 있다. 전망대도 있어, 보는데 불편이 없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사진기를 잘 조절하면 거대한 새가 날아오르는 착각을 할 정도로 바위가 미묘하다. 자연이 빚은 탁월한 솜씨다.


이 쌍굴과 소룡단의 반도형 바위는 연도의 백미로 말 그대로 '알려지지 않은 비경'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바위에 몸을 얹은 소나무숲에서 푸른 하늘과 쪽빛 바다, 기기묘묘한 바위, 갈매기와 야생화에 취해 앉아 있으면 따로 무릉도원이 있어야 할 이유가 없음을 깨닫게 된다.

소룡단에서 등대를 거치지 않고 연도마을로 가는 길은 두 가지다. 연도에서 가장 높은 필봉산 증봉(230.5m)을 거치거나, 북쪽 가랑포로 이어지는 해안 산책로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증봉 정상은 군부대가 있어 정상 등정이 불가능하고 산길 주변에 늘어선 나무로 인해 전망이 좋지 않은 단점이 있다.

연도 마을에서 증봉을 오르는 입구 초입에 민간인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판까지 있어 무시하고 오르기도 찜찜하다. 지난 연도 방문 때는 가랑포 가는 쪽의 산책길 정비 중이라는 펼침막이 있어 두 번 째 방법을 포기했었는데, 민박집 주인의 말을 빌리면 그 길이 전망과 해변 풍광이 훨씬 뛰어나다는 칭찬이었다. 그 산책길을 직접 밟지 못해 지금도 아쉽다.

연도가 자랑하는 코끼리 바위, 솔팽이굴, 물개바위 등은 배를 타고 해상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솔팽이굴은 1627년 네델란드 상선이 해적에 쫓기면서 보물을 숨긴 곳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져 오고 있다.

연도 가랑포 일출
연도가랑포 일출나기옥

이쯤에서 연도의 일반현황을 간략하게 소개해야 되겠다. 연도는 행정구역으로는 전남 여수시 남면에 속하고, 여수 남쪽 돌산도에서 13㎞ 정도 떨어져 있다. 면적은 6.8㎢이고, 해안선 길이는 35.6㎞에 이른다. 인접한 금오도, 대부도, 안도 등과 함께 금오열도(金鰲列島)를 이룬다.


해식애와 해안동굴 등 해안의 경관과 동백나무가 아름다워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다음 제공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참조). 섬 명칭은 솔개(鳶)의 모습을 닮아 1396년부터 연도라는 호칭이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주민들은 연도보다 소리도라고 부르길 더 좋아한다.

사족(蛇足) 하나. 오마이뉴스에 실린 섬 여행기를 본 친구가 여객선 운항 정보를 함께 소개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었다. 지난해 12월, 국내 45섬 여행기를 담은 '섬, 보랏빛 설렘'이라는 책을 냈을 때도 같은 의견이 있었다. 섬을 다니다 보면 물때에 따라 여객선 시간이 매일 달라지는 곳이 많다. 그런 섬은 운행시간을 매월 공지한다. 심지어 군산의 개야도처럼 여객선이 운행을 하지 못하는 날도 있다. 그걸 모두 싣자면 여객선 운행 정보만으로도 내용이 아주 길어지게 되어 생략하고 있음을,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는 양해하여 주시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맑은 강산의 네이버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연도 #섬 #여수 #다도해 #역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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