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5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 남영동 사전투표소에 설치된 텔레비전에서 "사전투표자 1천만명 돌파"라는 뉴스 속보가 전해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5일 실시한 전국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인 26.06%를 기록한 가운데 두 종류의 투표용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사전투표에 참여한 선거인 중에 자신이 발급받은 투표용지에 후보자 사이에 있어야할 여백이 없었다고 증언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내 지인 중에도 두 분이 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후보자 사이에 여백 없는 투표용지가 있다는 주장은 100%로 허위사실이라며 그런 주장을 인터넷에 퍼뜨린 누리꾼 11명을 허위사실 유포로 검찰에 고발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선관위는 "현재 투표용지는 15명의 후보자가 출마한 관계로 후보자 사이의 여백이 0.5cm 밖에 되지 않아 마치 간격이 없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해명한다. "발급 과정에서 후보자 간 여백이 없는 투표지가 나와서 선거인과 투표사무원 간에 논란이 된 사례는 없다"고도 밝혔다. "물증은 없고 선거인의 기억에 의존한 증언들만 있는 상태"라는 게 선관위의 기본 판단이다.
선거인이 후보자 간 여백 없는 실물 투표지에 대해 '증언'만 하고 증거 사진을 제시하지 못하는 사정이 있다. 선거법상 투표소 내에서 투표지를 촬영하지 못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이 논란을 서둘러 진화하고자 "선거인의 선관위에 대한 불신과 착시현상으로 생긴 불필요한 논란이나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한다. 이 해명을 액면 그대로 수용하고 싶다. 선거 불신은 그렇지 않아도 어지러운 이 나라를 끝없는 사회혼란의 소용돌이에 가둘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미심쩍은 점을 끝내 떨치긴 어렵다.
선관위가 사전투표에 쓰는 전산기기는 본인확인기, 명부단말기, 투표용지 발급기이다. 본인확인기와 투표용지 발급기는 '명부단말기'라는 노트북 형태 PC로 제어한다. 이 명부단말기에는 전국 통합선거인 명부가 내장돼 있고 이 명부는 전국의 사전투표소 명부단말기가 공유해야하기에 폐쇄망 형태의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
만일 이 명부단말기의 네트워크가 해킹된다면 두 종류의 투표용지 발급이 기술적으로 전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6일 중앙선관위에서 보안관제를 담당하는 한 직원은 지난 사전투표일에 해킹시도가 있었는지 묻자 "보안관제 특성상 말해 줄 수 없다.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성실히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기자는 "폐쇄망일지라도 전국 통합선거인 명부를 활용하기에 네트워크이고 보안관제를 한다는 건 해킹이 가능함을 전제로 하는 거 아니냐?"고 다시 물었다. 이에 선관위 직원은 "보안관제를 안 하면 안 한다고 뭐라 하고, 보안관제를 한다니까 또 의심을 하는 것 같다. 저희가 무슨 말씀을 드려도 의심에 의심을 계속하는 것 같다"며 "자세한 건 정보공개청구를 하라"며 즉답을 피했다.
기자는 2014년 7월 25일, 7.30 재보궐 순천 왕조2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 참관을 한 적 있다. 그 당시 오전 11시 20분경 명부단말기가 갑자기 작동을 멈추는 장애가 발생해 개표사무원이 USB를 꽂아 재부팅하는 장면을 목격한 바 있다. 선관위는 "투표용지가 두 종류라는 주장은 100% 가짜뉴스"라고 해명하지만, 선관위가 명부단말기를 비롯한 전산기기를 사전투표에 사용하는 한 그 기기가 장애나 해킹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순 없는 상황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