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종류 투표용지' 논란 보는 또 다른 시선

선관위, 불안해 하는 유권자의 불신 탓만 말고 투·개표 과정 더욱 투명하게 해야

등록 2017.05.06 15:06수정 2017.05.0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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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5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 남영동 사전투표소에 설치된 텔레비전에서 "사전투표자 1천만명 돌파"라는 뉴스 속보가 전해지고 있다.
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5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 남영동 사전투표소에 설치된 텔레비전에서 "사전투표자 1천만명 돌파"라는 뉴스 속보가 전해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5일 실시한 전국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인 26.06%를 기록한 가운데 두 종류의 투표용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사전투표에 참여한 선거인 중에 자신이 발급받은 투표용지에 후보자 사이에 있어야할 여백이 없었다고 증언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내 지인 중에도 두 분이 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후보자 사이에 여백 없는 투표용지가 있다는 주장은 100%로 허위사실이라며 그런 주장을 인터넷에 퍼뜨린 누리꾼 11명을 허위사실 유포로 검찰에 고발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선관위는 "현재 투표용지는 15명의 후보자가 출마한 관계로 후보자 사이의 여백이 0.5cm 밖에 되지 않아 마치 간격이 없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해명한다. "발급 과정에서 후보자 간 여백이 없는 투표지가 나와서 선거인과 투표사무원 간에 논란이 된 사례는 없다"고도 밝혔다. "물증은 없고 선거인의 기억에 의존한 증언들만 있는 상태"라는 게 선관위의 기본 판단이다.

선거인이 후보자 간 여백 없는 실물 투표지에 대해 '증언'만 하고 증거 사진을 제시하지 못하는 사정이 있다. 선거법상 투표소 내에서 투표지를 촬영하지 못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이 논란을 서둘러 진화하고자 "선거인의 선관위에 대한 불신과 착시현상으로 생긴 불필요한 논란이나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한다. 이 해명을 액면 그대로 수용하고 싶다. 선거 불신은 그렇지 않아도 어지러운 이 나라를 끝없는 사회혼란의 소용돌이에 가둘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미심쩍은 점을 끝내 떨치긴 어렵다.

선관위가 사전투표에 쓰는 전산기기는 본인확인기, 명부단말기, 투표용지 발급기이다. 본인확인기와 투표용지 발급기는 '명부단말기'라는 노트북 형태 PC로 제어한다. 이 명부단말기에는 전국 통합선거인 명부가 내장돼 있고 이 명부는 전국의 사전투표소 명부단말기가 공유해야하기에 폐쇄망 형태의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

만일 이 명부단말기의 네트워크가 해킹된다면 두 종류의 투표용지 발급이 기술적으로 전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6일 중앙선관위에서 보안관제를 담당하는 한 직원은 지난 사전투표일에 해킹시도가 있었는지 묻자 "보안관제 특성상 말해 줄 수 없다.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성실히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기자는 "폐쇄망일지라도 전국 통합선거인 명부를 활용하기에 네트워크이고 보안관제를 한다는 건 해킹이 가능함을 전제로 하는 거 아니냐?"고 다시 물었다. 이에 선관위 직원은 "보안관제를 안 하면 안 한다고 뭐라 하고, 보안관제를 한다니까 또 의심을 하는 것 같다. 저희가 무슨 말씀을 드려도 의심에 의심을 계속하는 것 같다"며 "자세한 건 정보공개청구를 하라"며 즉답을 피했다.  

기자는 2014년 7월 25일, 7.30 재보궐 순천 왕조2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 참관을 한 적 있다. 그 당시 오전 11시 20분경 명부단말기가 갑자기 작동을 멈추는 장애가 발생해 개표사무원이 USB를 꽂아 재부팅하는 장면을 목격한 바 있다. 선관위는 "투표용지가 두 종류라는 주장은 100% 가짜뉴스"라고 해명하지만, 선관위가 명부단말기를 비롯한 전산기기를 사전투표에 사용하는 한 그 기기가 장애나 해킹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순 없는 상황임은 분명하다.

멈춰선 명부단말기 순천 왕조2동 투표소 명부단말기 장애(2014. 7. 25)
멈춰선 명부단말기순천 왕조2동 투표소 명부단말기 장애(2014. 7. 25)정병진

사전투표 과정에서 후보자 간 여백 없는 투표지가 발급된 바 있는지를 확인 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사전투표 과정에서 명부단말기와 연결된 선관위의 폐쇄망 네트워크에 해킹 시도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고, 둘째는 9일에 개표하는 과정에 그런 투표지가 나오는지 면밀히 살펴보면 된다. 다만 개표 과정에서 후보자 간 여백이 없는 투표용지가 실제로 많이 나온다면 그것을 유효표로 인정할 수 있느냐를 놓고 숱한 논란을 낳을 것이다.


이번 투표용지 소동은 사전투표제도가 편리하긴 하지만 아직 '안전'을 신뢰할 만한 단계는 아님을 보여준다. 선관위는 불안해하는 유권자의 불신만 탓할 일이 아니다. 투·개표 과정을 더욱 투명하게 바꾸고, 공직선거에서 해킹의 위험이 있는 전산기기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 같은 논란은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그 다음 선거에서도 끊임없이 재연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에도 보냅니다.
#명부단말기 #사전투표 #투표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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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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